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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승을 만나고 싶었던 소녀...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리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록|2018.05.01 16:43 수정|2018.05.01 16:43

▲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포스터. ⓒ 글뫼


전교 꼴찌가 서울대를 갔다면 믿어질까?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고3이었던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고개를 갸우뚱 흔들 것이다. 필자도 고등학교 시절을 경험해본 바, 대학을 잘 가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 하던 애들이었다. 그러니 전교 꼴찌가 서울대는 고사하고 '인서울'만 했다고 해도 먼저 잘못 들었는지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일본에서 진짜로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가 탄생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내용의 감동도 배가 된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스틸컷.처음에 동서남북도 모르는 모습의 주인공은 웃음을 자아낸다. ⓒ 글뫼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도 있을 거고, 요리사도 있고, 은행원도 있고, 의사도 있고, 누구는 예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수 많은 직업이 있지만, 현실은 삶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직업에 귀천을 나누고, 공부를 잘 해서 좋은 학교를 나와야지만 성공한 것으로 치부하는 현실은, 정작 본인이 행복하더라도 타인이 마음대로 성공, 실패를 규정한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 사귀기에 서툴렀던 주인공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는 여러 학교를 전전하다, 한 학교에서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열심히 노는 데에 매진하게 된 사야카는 공부와는 담을 쌓는다. 아버지와 담임 선생님은 사야카에게 '쓰레기', '불량소녀'라 부르며 뭘 해도 안 되는 애라고 규정한다. 그런 그녀를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은 어머니와 여동생이다.

목표 없이 놀기만 하는 사야카는 천성이 나쁜 아이가 아니다. 단지 목표가 없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일 뿐. 정학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하여 학원에서 상담만 받아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사야카는 츠보타 선생(이토 아츠시)을 만나게 된다. 배꼽이 드러나는 상의에 핫팬츠를 입고 학원에 온 사야카에게 츠보타 선생은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패션을 가르쳐 달라면서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서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점수가 나오면 이제 시작"이라면서 "문제를 알았으면 고치면 된다"고 말한다.

▲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스틸컷. ⓒ 글뫼


있지, 이 달걀을 잠시만 클라라(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라고 해 보자. 이걸 여기에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 둥글기 때문에 안 된다는 선입관 때문에 클라라는 하이디가 설 수 있다고 믿지 않았더라면 평생 설 수 없었을지도 몰라. 그러니깐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건 엄청 중요해


츠보타 선생은 학생의 눈높이에서 동기부여를 해 준다. 안 되는 학생은 없다고 말하는 츠보타 선생은 자신도 어렸을 때 학교와 잘 맞지 않아 혼났었다면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처럼 수업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에 맞게 다양하게 가르치고 싶다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딸의 학비를 마련해주고 힘들 때 옆에서 믿어주는 어머니, 자신들이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는 이유로 시험이 끝나자면 만나자는 같이 놀던 친구들, 이러한 주변의 도움과 주인공의 노력과 열정이 일본의 최고 대학 중 하나인 게이오 대학의 합격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뻔한 내용에 뻔한 플롯임에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라 그런지 빠른 전개를 통해 지루할 틈 없이 내용을 이끌어 나간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보려고 했던 작품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자신을 문제아 취급하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것 같았다. 사야카와 여동생은 방치한 채, 아들에게만 신경쓰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를 망할 영감이라 부르던 사야카.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아버지와 마음을 닫았던 사야카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시험 당일 아버지가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할 때 마음 한 구석에서 나오는 울컥함을 참을 수 없었다.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가족이고, 의지할 사람도 가족이기에 더욱 깊게 느껴졌다.

또 하나 와 닿은 부분이 있다면 스승 '츠보타'의 역할이다. 누군가에게든 마음 속 깊이 소중했던 선생님이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자신을 내적으로 성숙하게 발전시켜준 선생님, 힘들 때 잡아 일으켜 준 선생님, 가능성을 보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떠오른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성장 영화다.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무기력해진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단순히 한 사람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것이 아닌, 응원과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좌절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고, 가족이란 얼마나 힘이 되는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든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넌 할 수 있어!"

혹시 가장 큰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침울해질지라도 큰 목표에 큰 목표에 도전했던 경험은 분명 미래에 너한테 큰 힘이 될거야. 그러니 넌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똑바로 거침없이 나아가길 바란다. 난 그런 네 모습이 제일 좋았어.


▲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포스터. ⓒ 글뫼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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