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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전통차를 나눠 마시며 인생에 쉼표를 찍다"

[인터뷰] 다도 사범 김진의씨

등록|2018.05.08 07:28 수정|2018.05.08 07:29

▲ 충남 예산의 선다원에서 다도 사범 김진의씨를 만났다. ⓒ 이재환


부드러운 꽃 잎차 한잔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 주기도 한다. '다도 사범' 김진의(53)씨는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누구나 인생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전통차를 따르고, 마시는 순간만큼은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사범은 "차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통차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남의 말(험담)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범은 서울시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다.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영천 시장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유난히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아무래도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듯 보였다.

부모님들이 충남 예산 광시로 귀촌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산이 친정집이 되었다. 미리 귀촌해 있던 부모님을 따라 진의씨도 지난 2000년 예산으로 내려왔다. 그가 귀촌을 선택한 것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아픈 곳이 많았던 아들 때문이었다. 시골살이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의 아들은 요즘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이다.

지난 4일 충남 예산의 '30년 전통찻집' 선다원에서 그를 만났다. 70년대의 느린 가요와 옛날차가 어우러지며 묘하게 추억을 자극했다. 김 진의씨는 다도 사범 10년 차인 어머니를 따라 사범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다도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친구들과 차를 나눠 마시며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또 봉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도의 장점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다도를 통해 인성과 예절을 가르칠 수 있다. 70이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다도 대회 특별상 받은 새감마을 아이들, 짠했다

실제로 김 사범은 덕산에 있는 보육원 새감마을과 신양의 중증장애인 시설 아름다운집에서도 무료로 다도 봉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그의 제자인 새감마을 아이들은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주최한 전국청소년차문화예절 경연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김진의 다도 사범이 새감마을 아이들에게 다도를 가르치고 있다. ⓒ 김진의


"오래되고 낡은 한복을 입고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짠'했다. 상을 받고 나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동안 새감마을 아이들이 다도를 힘들고 재미 없어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이 지금처럼 다도 수업을 계속 받고 싶다고 말했다. 새감마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기운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김 사범은 차의 예절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다도 보다는 생활 다도를 통해 전통차의 매력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차를 마실 때 기본적인 예절을 지킬 필요는 있지만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이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도하면 흔히 녹차만을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녹차뿐 아니라 홍차도 있고, 계절에 따른 생활차도 많다. 봄에 목련이 피면 목련으로, 매화가 피면 매화차도 만들 수 있다. 다도를 어렵게 생각한다. 고상해야 하고 품위가 있고 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 다도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도 쉽고 편하게 전통차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일상에서 커피를 접하듯이 우리의 전통차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우엉차나 연잎차 등 좋은 차들이 너무나도 많다."

▲ 30년 전통찻집 선다원의 내부. 김진의 사범은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 이재환


그래서일까. 그가 전하는 전통차 예절은 의외로 간단했다. 차의 색과 향을 즐기며 급하지 않게 천천히 차를 음미하라는 것이다. 전통차를 마실 때의 '팁'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 역시 간단명료했다. 

"전통차를 마실 때는 색향미를 본다. 한 모금에 색을 느끼고, 두 모금에 향을 느끼고 세 모금에 입 안 가득 퍼지는 맛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다도를 할 때는 급하면 안 된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음식도 손맛이 있는 것처럼 차도 손맛을 탄다. 같은 양의 물과 온도라고 해도 차를 따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너무 오래 놔두면 차가 떫어지고, 너무 빨리 따르면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도 사범 김진의 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쩌면 다도는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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