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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2 - 중국 정주편 84] 창고서재로 기어들어 온 청개구리

등록|2018.05.08 14:24 수정|2018.05.08 14:24

▲ 청개구리 ⓒ 이상옥


       
종일 추적추적
청개구리도 덩굴식물도 염치불고하고
기어든다
- 디카시 <비 오는 날 창고서재>

3월에 홍콩 20일간, 4월에 필리핀 세부 10일간 각각 체류하고 고향집에 돌아오고 나니 바깥 출입을 하고 싶지가 않다.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묘하다. 디카시연구소와 중국 하남성한국어교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중국대학생 디카시공모전 시상식이 5월 19일 중국 정주 명천그룹 북카페에서 열린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또 해외에 나가야 한다.

고향집 창고서재 얘기를 몇 번 한 기억이 난다. 창고서재는 그야말로 창고 용도로 만든 것을 뜻하지 않게 서재로 쓰다 보니 창고서재라고 이름 붙였다. 창고서재는 양철 지붕이라 비 오는 날에는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때로는 실로폰 연주처럼 아름답게 들리기도 한다.

밤 늦게 창고서재에 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 비가 온다. 청개구리가 어느 틈에 창고서재 안으로 들어와 있다. 청개구리도 비를 피해서 들어왔을까. 은퇴하면 해외여행을 자주 해 글도 쓰고 책으로도 엮고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번 학기 시간이 나는 김에 연습 삼아 해외여행을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벌써 5월이다. 중국 다녀오고 나면 또 금방 6월이다.

중국 가기 전까지는 창고서재에 칩거하며 독서도 하고 글도 쓰려고 한다. 가능하면 고성 읍내도 나가지도 않고 사람도 가능한 만나지 않고 창고서재에서 주로 머물며 마당 잔디로 깎아주고 텃밭도 돌보며 지낸다. 별로 돈 들 일도 없어 더 좋다.

▲ 요즘 창고서재에서 집거한다 ⓒ 이상옥


▲ 시골의 고향집이라 밤에는 사위가 깜깜하다 ⓒ 이상옥


▲ 비가 오는 심야의 창고서재 ⓒ 이상옥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오래 칩거할 수 있을까 싶다. 간절하게 칩거하고 싶었던 것이니 칩거 자체를 오래 즐겨야 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사람만큼 변덕스러운 동물이 또 있을까? 금방 또 사람을 만나고 싶을 것이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것이다.

해외 여행하면 고향집에 조용히 머물고 싶고, 고향집에 머물면 또 해외여행하고 싶고 그렇다. 지금 처한 그 순간이 최선의 공간이고 최고의 행복의 순간임을 알지 못한다. 금방 싫증을 내고 또 다른 뭔가를 기획하는 것이다.

여행하고 싶어 여행하는 것이니 여행하는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고, 또 칩거하고 싶어 칩거하는 것이니 칩거하는 그 순간이 또 행복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늘 문제다.

행복은 이곳이 이닌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늘 문제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다시 읽어본다.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로 시작하여 세 쌍의 가난한 부부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행복은 반드시 부(富)와 일치(一致)하진 않는다."는 말은 결코 진부(陳腐)한 일 편(一片)의 경구(警句)만은 아니다."라고 마무리한다.

가난할 때는 부유해지면 행복해질 것 같아도 그 시절이 오히려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이 봄날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칩거해보는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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