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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가장 밀접한 시의원, 그들의 존재 이유

전주시덕진구 카선거구에서 만난 후보들 그리고 시의원의 현주소

등록|2018.05.08 16:53 수정|2018.05.08 16:53

호성, 우아1,2동 시의원 예비후보자 네명의 선거운동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수(민주평화당 기호4),서윤근(정의당 기호5), 서난이(민주당 1-가), 이병하(민주당 1-나) 후보의 모습이다. ⓒ 김길중


지난 5일과 6일, 기자는 전주시의원 선거구 중 하나인 카선거구(전주시덕진구, 호성, 우아 1, 2) 후보자 네 명의 선거운동을 동행취재하게 됐다. 시의원 2명을 뽑는 선거구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서난이·이병하 더불어민주당 후보(현직 전주시의원), 이영수 민주평화당 후보, 서윤근 정의당 후보(재선 전주시의원)가 바로 그들이다.

동물원 방향으로의 차량 진입을 제한한 상태라 호성동 인근에 차를 바치고 동물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많았다.

"4번 타자 이영수입니다, 일 좀 하려 나왔습니다"라는 인사 소리가 들린다. 무반응인 사람으로부터 가볍게 목례를 하는 사람,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명함 받기를 사양하는 사람까지 반응이 다양했다. 지역에서 재선을 노리는 이병하 후보와 서난이 후보도 마침 내린 봄비를 맞으면서 거리를 돌아다닌다.

"비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명함 드리다 다칠까 싶은 마음도 있고, 후보자는 우산을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에 따라 쓰지 않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지인 또는 시민들은 "비 오는데 우산이라도 쓰고 다니시지 그러냐"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한다.

서윤근 후보는 "여기는 안 와도 돼, 우아동보다 호성동 지역을 찾으라"는 덕담까지 들었다.

이들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생각은 각기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원(시·군·구)은 역할의 중요성과는 달리 효용성에 대해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기초의원은 폐지돼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연봉 4000만 원가량의 급여를 받는 시의원의 존재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이들 시의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살펴보면 이렇다.

아이들 통학로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느끼는 주민들이 있다. 우선 시청에 민원을 넣어 해결할 것을 생각할 게다. 하지만 시청이라고 모든 민원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즉시 시정이 가능한 사안이 있을 수 있고 제기되는 사안마다 해결책을 찾는 것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시청의 공무원들이 제기된 민원 처리에 늑장을 부리고 석연치 않게 처리한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우선적으로 눈을 돌리는 게 기초의원이다. 시의원들은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가교의 역할을 한다.

시·도의원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시장과 도지사도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기초의원이다.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어떤 의견이나 민원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공간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멀다. 국회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권위 앞에 주눅 드는 게 또한 한국사회에서의 정치 현실이다.

시의원은 민원을 해결하는 해결사일까?

도시를 운영하는 데서 자치권의 범위 내에서 규범(국가적 범위에서는 법률, 여기서는 조례)을 만들고 도시가 움직여 갈 길을 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울러 시의원은 우리 사회의 정당정치에서 하부구조를 차지하는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민의를 반영해 정당의 입장을 만들어 가는 데서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다. 시민과 당원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초의원 그리고 광역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로 이어지는 중앙정치까지 정당정치에서 권능과 역할을 가지고 의사수렴의 통로로 기능하는 기초적인 단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선거 때마다 겪는 고충 중 하나가 있다. 수많은 후보자 중에 아무개가 그 지역에 출마한 어떤 후보인지 구분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평화동의 경우, 시의원 정수 4명에 9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여기에 도의원 후보자가 2명 있다. 시장과 도지사 그리고 교육감 후보까지 망라하면 찍어야 하는 선택지에 수십 명이 오를 것이다. 선거운동의 상징인 옷 색깔까지 푸른색 일색인 지역 정치의 현실에서 보자면 누가 누구인지 알 길이 막막하다.

동행취재를 하면서 만난 휴대전화 대리점 사장인 하석현씨의 말을 옮겨본다.

"'격쟁'이라는 말을 아느냐. 정조 때 임금이 행차를 하면 억울한 백성이 와서 징을 두드릴 수 있었다고 한다.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은 와서 하소연할 수 있게 특별한 기회를 줬다고 한다.

시장, 도지사나 국회의원한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지방의원이 있지 않냐. 그렇게 가까이서 백성들의 바람을 말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격쟁을 울리는 역할을 자임하고 맡은 바 소명이라고 여기며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마침 같은 자리에 있던 이아무개씨는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 시민들에게 나서서 말했던 약속을 지키는 사람, 말에 대한 신뢰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싶다"라면서 "선거에 느닷없이 나와서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는 잘 보이지도 않는 경우를 보았다, 심지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평화동 꽃밭정이 네거리에 걸려있는 후보자들의 선거 사무실 플랑카드사진에만 6명의 후보자들이 보인다. 이 많은 후보자 중에 누가 시의원 후보이며 누가 도의원 후보인지, 그리고 정당과 숫자 뒤에 붙은 한글 기호까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분해 내는 게 쉽지 않다. ⓒ 김길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전북신문에 동시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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