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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핫플레이스 지정? 청년을 애들 취급하나"

유정복 인천시장 '결혼하기 좋은 도시' 정책 발표... 시민단체 "허울 뿐인 선거용 정책"

등록|2018.05.09 15:02 수정|2018.05.09 15:02

▲ 유정복 인천시장이 8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친화도시 추진 정책을 발표 하고 있다. ⓒ 인천뉴스 ⓒ 인천뉴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유정복 인천시장이 8일 발표한 '결혼하기 좋은 도시' 정책에 대해 '데이트 장소· 결혼식장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하나?'라고 반문하며, '허울뿐인 선거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유 시장은 8일 인천시청에서 행정부시장, 여성가족국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하기 좋은 도시 인천'을 만들기에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결혼 인식을 개선하고 신혼부부의 주택 전월세 이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인천은 20∼50대 연령층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반면 결혼 필요성에 대해선 긍정(50.3%)과 부정(49.7%) 인식이 비슷하고 20∼30대의 65.4%가 주택마련이 결혼에 부담이 된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이 같은 결혼친화도시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출산율(1.01명)이 전국 평균(1.05명)보다 낮은 것도 이번 정책의 배경이 됐다.

시는 이를 위해 76억 원을 들여 결혼인식 개선→ 만남준비→ 결혼장려 등 3단계 9개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친가족적 가치관과 행복한 삶의 가치관 향상을 위해 공공기관‧대학‧사회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초‧중‧고교 학생에게 양성평등‧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에 관해 교육을 한다.

또 송도국제도시‧월미도‧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을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지정하고, 인천대공원 애인(愛仁 )광장‧동인천역 광장‧부평역 광장‧송도해돋이공원 등을 프로포즈존으로 조성한다.

인천상의 등 주요 기관이나 단체, 기업 등과 인연 맺어주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관 대표를 커플매니저로 위촉할 계획이다.

정례적인 남녀 만남 행사인 '사랑의 오작교- 선남선녀 썸타는 데이!' 이벤트를 열어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도 있다. 만남에서 결혼에 성공한 커플에 20만 원의 데이트 비용과 결혼 예식비용 100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고가 결혼비용을 줄이고 개성이 넘치는 예식을 위해 인천시청사 홀, 송도 아트센터‧트라이보울, 도호부청사 등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한다.

특히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융자금 이자를 1년간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최대 3년간 연차별로 차등 지원한다.

유 시장은 "모든 출생아 100만 원 축하금, 보육인프라 확충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 이어 '결혼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인천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출산율이 높아져 가장 역동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0여 곳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9일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를 불과 1개월 남짓 남기고 어버이날을 맞아 선거에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관권선거 의도가 다분한 정책 발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정복 시장이 발표한 '결혼하기 좋은 도시 인천' 정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실행의 의지도 불분명할뿐더러 현재 우리 사회의 결혼 기피와 출산율 저하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고민이 결여된, 다분히 인기영합적 발표였다는 점에서 실소와 더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결혼하기 좋은 도시 인천'이라는 성과를 염두에 두고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들을 동원하다 보니, 송도국제도시‧월미도‧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을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지정하고, 인천대공원 애인(愛仁)광장‧동인천역 광장‧부평역 광장‧송도해돋이공원 등을 프로포즈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결론적으로 청년들을 애들 취급하는 저급한 발상"이라며 "친가족적 가치관과 행복한 삶의 가치관 향상을 위해 공공기관‧대학‧사회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다고 했는데,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가치관 형성이 안 돼 박정희 시대의 윤리교육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례적인 남녀 만남 행사인 '사랑의 오작교- 선남선녀 썸타는 데이!' 이벤트를 열어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만남에서 결혼에 성공한 커플에 20만 원의 데이트 비용과 결혼 예식비용 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학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낭만적이고 무책임한 정책의 나열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상의 등 주요 기관이나 단체, 기업 등과 인연 맺어주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관 대표를 커플매니저로 위촉한다는 계획도 실현가능성이 없는 구두선 정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임기 4년을 허비하고, 심지어 성남시와 서울시가 청년수당 등 청년정책을 내놓을 때, 재정위기를 이유로 인천서민들에게 주민세를 일괄 120% 인상했다"며 "허울뿐인 결혼 정책 발표보다 젊은이들이 인천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청년정책, 일자리정책, 사회보장정책부터 충실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유정복 시장은 더 이상 관권을 동원해 인기에 영합하는 선거용 정책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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