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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우리는 여전히 '이상한 사장님'"

[현장] 특수고용노동자 "문 대통령은 공약을 지켜라"... 노동3권 보장 촉구

등록|2018.05.09 18:41 수정|2018.05.09 18:41

특수고용노동자 ⓒ 신지수


헬멧을 쓴 퀵서비스 노동자가 '문재인 대통령 약속 이행'을 소원하며 청와대로 내달렸다. 대형 덤프트럭 운전자도, 방송작가도, 대리운전 노동자도 "사장님 돌려줄게, 노동자라 불러다오", "우리도 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3권 보장하라"라고 외치며 그 뒤를 따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2시 민주노총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존중 사회'를 외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임에도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도급계약을 맺는다. 법적으로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4대 보험, 퇴직금, 연차 휴가 등 노동자가 받는 혜택을 적용받지 못 한다.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려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2월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오토바이 배달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을 거론하며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고용노동자 공약 ⓒ 신지수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 이분들은 1인 자영업자이지만 사장님이라고 불릴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라며 "산재보험 적용도 못 받고, 해고돼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이상한 사장님들 제 자리를 찾아드리겠다"라며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의무화, 노동3권 보장 등을 약속했다.

약속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여전히 '이상한 사장님'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박병구 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오토바이는 돌발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라며 "사람이 튀어나온다거나 가고 있던 차선에 차가 들어온다거나 하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넘어지게 된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노동자로서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 해,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해서 생계가 어려워진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이 '이상한 사장님'으로 표현을 하며 우리에게 산재, 고용보험을 전면 보장해준다고 했다"라며 "그 약속을 지켜주시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 해 '쉬운 해고'에도 노출돼 있다. 15년차 보험설계사 최아무개씨는 "회사가 어렵다며 점포를 폐쇄하고 설계사들을 내보내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라며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켜줘야, 노동자로서 회사와 단체교섭, 협약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이미지 지부장도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 해, 쉬운 해고에 노출되는 상황이다"라며 "방송작가의 99%가 여성이지만 출산휴가가 없다"라고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송찬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대구경북기계지부장은 "특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더 대우 받는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의무만 있고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한탄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조법 2조 개정'을 요구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를 "직업을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신고를 받는 지자체와 고용노동부는 근로계약을 했는지만 보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해당 법조문을 협소하게 해석해, 노조 만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 등으로 개념을 넓히는 방향으로 노조법 2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최고의 법인 헌법도 9번이 바뀌었는데 노조법 2조는 65년째 그대로다"라며 "이제 정말 바꿀 때가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위원장은 "정부가 정부입법안을 내, 공약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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