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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의 '문재인 따라하기'?

'평화만 가져오자' 발언, 도보다리 산책 호평에 영향받았나

등록|2018.05.10 16:13 수정|2018.05.10 16:13

▲ 지난 4월 28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공화당의 중간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군중이 "노벨! 노벨!"을 연호하자 연설을 잇지 못하고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 CNN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해 '겸양'의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자'는 말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짐작된다.

9일 (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이 억류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오는 일 등을 거론하며 북·미정상회담을 밝게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로부터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하하. 내가 뭘 하려는지 아세요? 나는 끝을 보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상은 전 세계를 위한 승리입니다. 이곳(미국)만을 위한 승리가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승리입니다.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것이 그걸 위한 것이고, 따라서 내가 바라는 상은 오직 그 상일뿐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입으로 말하진 않겠다'며 자신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는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노벨상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4월 28일 공화당 중간선거 유세장에서 "노벨"을 연호하는 군중에 "매우 멋지다. 감사하다"며 함박웃음을 날린 때와 비교하면 표면적으로는 '겸양'의 자세를 취하긴 한 것이다.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에 한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 해외 언론들이 이 말을 소개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했다.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언급되면 애써 부정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진정성을 평가받길 원하며 '전 세계의 승리' 발언을 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중국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棒槌島) 해안가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보도한 사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정상이 단둘이 해변을 걷는 사진이었다.

경관이 수려한 방추이다오의 푸른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곧바로 4.27 남북정상회담의 '도보다리 산책'을 떠올리게 했다. 두 사람이 도보다리를 걷고, 숲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밀실에 갇혀 있던 정상회담의 이미지를 밝게 바꾸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특별열차편으로 방문했을 때에 보도된 사진들은 해외정상 방문 때에 나오는 의례적인 구도의 사진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북·중 정상의 만남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편안한 모습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남-북 정상 '도보다리' 친교 산책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부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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