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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사장 배우자 공천... 공정보도 우려된다"

안병길 사장 배우자 한국당 시의원 후보로 공천... 안 사장 "공정보도 시스템 잘 작동하고 있어"

등록|2018.05.10 21:24 수정|2018.05.10 21:26

▲ 공정보도 훼손을 우려하는 지역사회 기자회견 ⓒ 이윤경


지난 2일, <부산일보> 안병길 사장의 배우자 박아무개씨가 자유한국당 시의원 후보로 공천됐다.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지부장 전대식)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안을 <부산일보>의 공정보도와 편집권 독립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사태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안병길 사장은 <부산일보> 홈페이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산골에서 태어난 흙수저인 아내의 삶과 꿈을 차마 좌절시킬 수 없었다. 평생 아내의 원망을 들을 것 같았다. <부산일보>는 그 어떤 언론사보다 공정보도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그 어떤 정당이나 후보도 잘못이 있다면 사정없이 보도하면 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일보> 지부는 "사원들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배우자를 설득하라"면서 "배우자가 말하는 '흙수저의 꿈' 뒤에 숨지 말고 결단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시민사회의 우려도 많많치 않다. <부산일보>의 소유주인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그동안 불거져 왔던 편파보도 논란이 또다시 야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이다. 정수재단 박근혜 전 이사장의 대선 출마로 인해 '숙명적 여당지'라는 독자와 시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온 <부산일보>가 안 사장 배우자 출마로 인해 편집권 독립을 침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의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부산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후 1시, 부산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장,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 ⓒ 이윤경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은 "공정보도는 언론의 사명임과 동시에 독자와 유권자의 권리이며 이를 어기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언론사 사장 배우자의 지방선거 출마는 누가 봐도 공정보도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장은 "언론사 사장 배우자의 출마는 언론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권력의 탄압이나 대표의 비리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기본인 공정보도에 관한 시비가 사장 배우자로부터 야기된 문제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 지부장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면서 "안 사장의 입장은 한 마디로 '미안한데 아내의 꿈이 소중하니 너희들(<부산일보> 노동자들)이 희생해라'는 것"이라며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가진 공정보도의 꿈을 희생시켜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 지부장은 "사장이라면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희생과 침묵을 강요하지 말고 아내를 설득하라"면서 "결단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산 언론이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면서 "객관적이거나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그저 상식적으로만 보도하라"며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기자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정보도 우려된다! 안 사장은 결단하라!" ⓒ 이윤경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이윤경 기자는 민주노총부산본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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