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구소련 록스타' 고려인 빅토르 최, 칸을 뒤흔들다

[여기는 칸] 러시아 영화 <레토> 현지 호평... 빅토르 최 연기한 유태오도 흥분

등록|2018.05.10 20:25 수정|2018.05.10 20:25

▲ 10일 오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영화 <레토> 기자간담회 현장. ⓒ 이선필


고려인이자 1980년대 구소련 록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빅토르 최 이야기가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공개됐다. 공식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지난 9일(현지시각) 공식 상영 후 10일 오전 기자 시사가 이어졌다.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빅토르 최 역을 맡은 유태오를 비롯해 이리나 스타르센바움, 일리야 스튜어트 피디 등이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레니코프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가택구금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음악에 담긴 자유와 사랑

현장에선 냉전시대 당시 자유와 사랑을 갈망했던 소련 젊은 세대에 대한 질문과 음악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일리아 스튜어트 피디는 "러시아 문화에서 특별한 노래들을 정해 영화에 녹이려 했다"며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은 모든 러시아인들이 원하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정의 구현과 영화의 독립성을 말하고 싶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어느 나라에서나 정의나 독립성은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 작품은 사실 우정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우로서 20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빅토르 최 역에 발탁된 유태오는 "작품을 하기 전부터 빅토르 최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빅토르 최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처음 키릴 감독님을 만났을 때도 이미 빅토르 최의 삶 전체를 알고 있던 상태였다. 러시아 사람들에겐 상징적인 존재다. 전 그의 순수성과 감수성, 그리고 다소 우울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그런 면에선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러시아어를 거의 할 줄 몰라 소리를 외워가며 연기했다. 지금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웃음).

빅토르 최는 록큰롤을 하고 싶어 하는 한국적 카리스마를 가진 청년이었다. 젊은 그가 음악을 했다는 게 난 너무 좋았다. 어느 나라에서든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잖나. 창조성이 담긴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제가 러시아 말을 몰랐고,  대사를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정서적으로 교감해가며 연기했다. 제 안에 재능 넘치고 자신감 있는 한 청년이 존재하고 있었다." (유태오)

▲ 강제 구금으로 영화제에 참석하진 못하지만 주최 측은 키릴 세레브레니코프 감독의 자리 또한 마련했다. ⓒ 이선필


특별한 경험

빅토르 최가 있기 전 이미 유명했던 록스타가 있었다. 그룹 주파크의 리더 마이크 역의 로만 빌리크는 "빅토르 최가 러시아의 전설이라면 마이크 역시 특별한 뮤지션"이라며 "단순히 가수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모든 문화에 영향을 준 사람"이라 전했다. 일리야 스튜어트 피디 역시 "두 사람 모두 1980년대 레닌그라드 하위문화를 상징한다"며 "마이크가 빅토르 최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면서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이크의 아내이자 빅토르 최와도 각별한 감정을 키워나간 나타샤 역의 이리나 스타르센바움은 "참여했던 배우들 모두가 이 작품에 휴머니즘과 자유, 사랑이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며 "어제 저도 영화를 처음 봤는데 소련 내에서 새로운 시대를 기다렸던 사람들 이야기가 제 안의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키릴 세레브레니코프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일리야 피디는 "현재까지 어떤 소통도 할 수 없다"며 "다만 감독님이 <레토>가 칸에 초청을 받아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 9일 저녁 진행된 공식 상영회에서 <레토> 출연 배우들이 감독의 강제 구금 해제를 요청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Cannes Film Festival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