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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터지는 '이재용 승계작업' 징후들, 이래도 실체 없다?

[전망]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결국 '이재용 지배권 강화' 수단... 국정농단 재판 결과 주목

등록|2018.05.11 12:12 수정|2018.05.11 14:35

집행유예 석방되는 이재용 부회장 ⓒ 이희훈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 없다...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법원만 삼성의 경영 승계작업을 모르는 걸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둘러산 여러 징후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법원이 말하는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수 있는' 경영권 승계는 무엇일까.

법원은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경영권 승계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던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을 '승계작업'의 주체이자 승계작업의 성공으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봤던 1심과는 다른 판단이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공범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동적으로' 뇌물을 건넨 피해자가 됐고,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설립된 뒤 계속 적자를 내다 코스피 상장(2016년) 전인 2015년, 급작스레 순이익 1조 9천억 원을 낸 부분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다고 봤다. (관련 기사: 이재용 경영 승계, 바이오로직스 안에 있다)

바이오로직스 부풀리기 = 삼성 합병 마무리 + 이재용 경영 능력 입증

▲ (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 연합뉴스


한국거래소는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기존의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맞춰 2016년 초 지분 91%를 갖고 있던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평가방식(장부가액 -> 공정가액)을 바꿨다. 그 결과 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코스피에 상장될 수 있었다. 상장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특혜 의혹을 받았던 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도 세칙 개정이 적용된 유일한 기업이다.

이 부회장은 이로 인해 어떤 혜택을 받았을까.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당성이고, 또 하나는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검증이다.

우선 삼성 합병은 지난 2015년 7월 이뤄졌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했고, 합병비율 불공정 문제 등에도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로 회부돼 찬성 의결이 났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은 이 합병을 통해 기업 지배력을 늘릴 수 있었다. 제일모직은 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갖고 있어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여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두번째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삼성의 주력상품인 스마트폰, LCD 등 상품도 10년 내 따라잡힐 수 있다"며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바이오 사업은 그중 하나였고, 2011년 바이오로직스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 바이오 사업은 경영능력을 검증해내야 하는 과제였다. 2015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험대와 같다"며 "이 부회장은 신사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이재용 1심 증인으로 나와 경영권 승계를 기승전결로 나눈다면 '기'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 '승'과 '전'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 등이며 '결'은 바이오로직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결은 바이오로직스 등 새로운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삼성이 이 일을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빠르게 진행하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업무수첩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16년 2월 1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안가 독대 날, 수첩엔 '외투기업 세제혜택, 싱가포르, 아일랜드, 글로벌 제약회사 유치, SS운영'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 전 대통령 또한 검찰 조사에서 독대 때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인정했다.

나흘 뒤인 19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바이오 관련 토론회에서 "정부가 바이오 기업에 세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등 수첩과 일치된 내용을 언급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또한 삼성 미전실이 바이오 사업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최소 지분으로 최대 지배권 행사... 현안은 '경영권 승계' 위한 수단일 뿐

▲ 삼성물산 ⓒ 연합뉴스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데 포괄현안(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부터 박 전 대통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개별 현안 10개를 일일이 뚜렷하게 인식할 가능성도 낮으며 개별 현안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괄현안인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은 경영권 승계는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기업지배 강화"이며 일련의 과정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현안이라고 주장한다.

삼성 합병 등 개별 현안은 결국 경영권 승계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종보 변호사는 "이재용이 최대한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지분을 얻어야 하는 게 경영권 승계이며 승계 목적으로 수많은 방법이 동원됐는데 때론 성공하고, 실패했다"라며 "삼성전자 주식이 비싸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등이 나온 거다. 이걸 포괄, 개별로 나눠볼 게 아니다. (개별현안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에 합병비율 불공정으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던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최씨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합병은) 경영권 승계 준비 과정 중 하나로 봤다"고 말했다. 

법원, 2008년 에버랜드·2017년 문형표-홍완선 판결로 '승계' 인정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가 지난 2010년 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0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사진 아래)이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과거 법원은 삼성 승계 작업을 인정해왔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자녀들에게 약 60억 원을 증여했다. 이 부회장 등은 증여세 16억 원을 낸 뒤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다. 이들은 두 회사가 상장되자 주식을 비싼 값에 되팔았고, 600억 원을 확보했다. 편법으로 자금을 마련한 이 부회장 등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1997년 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사들였고, 두 회사가 2014년 상장되면서 보유 지분을 수조 원으로 늘렸다.

대법원은 2008년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목적은 이재용 남매에게 회사 지배권을 이전하는 데 있었다"며 에버랜드 임원들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

국정농단 판결로는 문형표-홍완선이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는 "삼성물산 주식의 합병가액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합병 후 법인의 지분이 높아지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를 높게 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가 낮아진 삼성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구조가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바이오로직스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이 부회장의 현안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돼야 제3자 뇌물죄(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가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 삼성 합병, 삼성SDS 유가증권 시장 상장 등은 이 부회장에게 결코 의미 없는 일들이 아니다. 이 모두는 '이재용 지배력 강화'라는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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