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멋있게 살아라... 멋있게
[모이] 딸에게 부치는 편지
▲ ⓒ 조상연
'딸에게 부치는 편지'
지난 어린이날(5일) 일이다. 종일 아이들 건사하랴 차량 정리하랴 힘이 들었다. 총무과에서 고생했다며 과자를 주었다. 금광을 다녔으면 누런 금덩이를 주었을 텐데. 퇴근길 지하철, 학생 하나가 피곤해 어쩔 줄 모른다. 종류별로 과자 세 봉지를 꺼내어 학생의 무릎 위에 놓았다. 그리고 씩 웃어주었다.
"불량식품 아니고요, 과자 만드는 회사 다녀요."
"……."
학생이 내 무릎으로 도로 밀어놓는다. 이상한 사람 취급이다. 괜찮다며 어제 생산된 따끈한 과자라 더 맛있을 거라며 받으라고 했더니 아예 일어나서 다른 칸으로 간다. 괜한 친절을 베풀어서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옛날에는 버스 안에서 앉아가는 사람이 서 있는 사람 가방 받아주는 것은 기본예절이었다. 계단 오를 때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 짐을 나누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이렇게 서로를 못 믿게 했을까? 아버지는 나이깨나 먹었다고 목에 힘주는 거룩한 분들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에게 건널목에 서서 파란불일 때 건너라고 가르치며 아버지는 빨간불일 때 건넌다. 모두 어른들 책임이다.
사랑하는 딸아, 그 학생에게도 네게도 미안하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돈 많이 버는 일'을 하며 살도록 강요받는 사회가 되었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남의 불행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친절마저도 못 믿는 그런 세상이 되었구나.
아버지가 네게 누누이 말하지만 돈은 쓸만큼만 있으면 된다. 소비가 미덕은 아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은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꾸며낸 말 같구나. 적게 벌고 소비를 줄여라.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소비를 줄여라. 그리고 남는 시간에 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
"돈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하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벌어라. 너희들 작은아버지 집 두 채 살 때 아버지는 한 채만 사고 나머지 한 채 살 돈으로 아버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더냐? 책도 마음껏 사서 읽고 글도 마음껏 쓰고, 언젠가 너의 작은아버지가 형인 아버지에게 그러더라.
"형님은 100만 원짜리 만년필로 글을 쓰면 글이 술술 잘 써집니까? 노트북으로 글 쓰면서 고급 만년필이 왜 필요하죠?"
그래서 아버지가 그랬다.
"너는 평생 200원짜리 볼펜이나 쓰다가 죽으렴. 나머지 99만9800원으로 집 사는 데 보태고. 네 자식은 좋겠구나. 아비 덕에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살게 되었으니. 나는 내가 번 돈 다 쓰고 죽으련다."
아버지가 심사가 뒤틀려 거친 말을 썼지만, "우리는 나중을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말자. 나중에 더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불행할 수는 없지 않으냐? 나중에 더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과정이 불행해서야 되겠느냐? 아버지가 겪어보니 젊었을 때 행복이 늙어서 행복보다 더 좋단다. 그렇다고 과소비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로지 돈 돈 돈하며 살지 말라는 뜻이다.
사랑하는 딸아, 멋을 부려라. 멋있게 살아라. 하고 싶은 일 해가며 폼나게 살아라. 돈으로 멋을 사지 말고 너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멋을 부려가며 살아라. 아버지가 지은 시 한 편 읽어보렴. 멋이 뚝뚝 흐르지 않느냐? 허허.
귀향 (歸鄕)
조상연
어머니에게 손목 잡혀
눈물 흘리며 찾아온 타관땅
언젠가는 꽃상여 타고 고향길로 들어서겠지
달빛 아래 시 읊고 노래하며
고향친구 태숙이와 술 한 잔하던 기억도
엉겅퀴 붉은 빛 황토에 묻히겠지
어쩌랴?
청춘은 이미 절반을 넘어
생의 끄트머리를 향해 치닫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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