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 특별한 공원의 비밀

[리뷰] 공원에서 재발견한 나의 이야기, 영화 <파크>

등록|2018.05.14 12:13 수정|2018.05.14 12:13

▲ 영화 <파크> 스틸컷. ⓒ (주)와이드릴리즈


음악을 자신의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음악은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영화 <파크>(parks)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이노카시라 공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기치조치 거리와 함께 일본의 대표 공원 중 하나로 사랑받아 온 이노카시라 공원이라는 소재 하나로 꽤 괜찮은 작품이 탄생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추억의 장소, 공원

이 영화는 상업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예술 영화라면 예술 영화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파크>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공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깃든 곳이자 좋은 기억이 남아있을 공원이라는 장소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다. 100년 전 사람에게도, 50년 전 사람에게도, 지금의 사람에게도 각자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 바로 공원이다.

▲ 영화 '파크' 스틸 이미지. ⓒ (주)영화공간


이노카시라 공원의 풍경을 비추며 시작하는 영화 <파크>는 흠잡으라면 잡을 데 많은, 누군가에게는 아쉽고, 조금 부족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 본인에게는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50년 전에 만들어진 노래를 소재로 하여 1960년대 연인들의 기억이 2017년 기치조치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으로 이어진다.

이노카시라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평범하게 사는 쥰(하시모토 아이)의 집에 어느 날 하루(나가노 메이)라는 아이가 찾아온다. 쥰을 찾아온 하루는 50년 전 쥰의 집에서 살았던 사치코의 사진을 발견했다면서 공원과 사치코, 사치코의 연인인 신페이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신페이의 딸인 하루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스토리를 알아내 소설로 쓰고 싶다고 말한다.

신페이와 사치코, 그리고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게 된 쥰과 하루, 그리고 사치코의 손자인 토키오(소메타니 쇼타)는 사치코의 유품에서 그가 생전에 신페이와 함께 만들던 음악이 담긴 테이프를 발견한다. 그 후로 셋은 이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새소리와 기차 소리, 동물들의 울음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등 공원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가 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은 "공원에서 찾아낸 음악 이야기"라면서 이 소리들을 녹음해 노래에 삽입한다. 이들은 누구나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다면서, 자신들이 진짜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위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데리고 와 밴드를 결성해 음악 페스티벌에 출전한다.

▲ 영화 '파크' 스틸 이미지. ⓒ (주)영화공간


소설의 형식을 빌려 프롤로그로 시작해 챕터(장)로 구성돼 있는 이 영화는, 1장을 시작으로 해 9장, 에필로그까지 스토리를 하나하나 이어 나간다. 영화에서 사치코와 신페이를 찾는 자신과 쥰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하루의 이야기는 영화의 형식으로 옮겨졌다. 쥰은 음악이 자신의 길인지 모르겠다며 방황을 하기도 하는데, 어느 청춘이든지 겪을 수 있는 꿈에 대한 갈등을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 쥰은 하루를 만난 후 자신의 꿈을 찾고, 그러한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하는데 하루로 인해 촉발된 것처럼 보이는 갈등은 결국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공원에서 재발견한 음악 이야기'는 곧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산뜻하고 맑은 영상미와 분위기를 통해 보고 난 후에 적지 않은 여운이 남는다.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따뜻한 봄바람이 마음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문득 어렸을 때 공원을 자주 갔던 경험이 떠오른다. 아버지, 어머니와 손을 잡고 걷던 그때의 추억이. 공원을 통해 예전의 사람들과 현재의 사람들이 이어지고,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기억이 연결된다. 더 나아가 타인에 불과했던 사람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되고 한 번쯤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더불어 이 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연 '음악'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어 연결되어 네가 불러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가사는 참 예쁘다. 오늘은 자기 전 영화 <파크>의 OST인 경쾌함과 아름다움을 담은 '파크 뮤직(Park Music)'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영화 '파크' 포스터. ⓒ (주)영화공간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