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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고용보장하라"

회사, 카허 카젬 사장 등 경영진 안전 확보 위해 일정 돌연 취소

등록|2018.05.14 16:17 수정|2018.05.14 16:17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14일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 발표장을 찾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은주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기자회견.1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방안 발표 기자회견에 카허 카젬 사장,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총괄사장은 비정규직 노조의 기습 시위로 참석하지 않았다. ⓒ 최은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없는 경영 정상화 방안은 잘못됐다."

황호인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조합 지회장의 말이다. 오전 9시 40분께 인천 부평구 부평대로의 한국지엠(GM) 부평본사 서문 안쪽에 있는 홍보관 정문 앞, 비정규직 노조원 열댓 명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회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 발표회에 맞춰, 이 자리에 참석하는 기자들과 회사 경영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피해 옆문으로 발표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행사장 안은 이미 수십 명의 기자들로 차 있었다. 회사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곧 시작될 기자회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약 10분 뒤인 9시 50분을 조금 넘긴 시각. 갑자기 행사장의 뒷문이 열리고, 정문에서 시위를 하던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비정규직 해결 없이 정상화는 기만이다. 부실경영 불법파견 카허카젬 구속하라"를 외치며 발표회장 안으로 들어와 입구 근처 벽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손에는 '해고자는 현장으로, 카허카젬은 감옥으로!' '비정규직 해고하는 2조립 1교대 전환 결사반대!' 등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어 비정규직 노조 측은 기자회견 참관을 요구했고, 사측에서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관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황 지회장은 기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참관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비정규직 노조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일정이 20분가량 지연됐고, 결국 회사는 더 이상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이유는 사장단의 안전 확보였다. 앞서 노조와의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사장실을 점거한 사건이 발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배리 엥글 사장님께서 본사의 출장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와 계신 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더 이상의 기자회견 진행은 어렵게 됐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황 지회장은 "경영진이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지회장은 "비정규직의 고용권에 대한 해결 없이는 회사의 정상화도 어렵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 포함돼 있는 정상화 방안 논의를 촉구했다. 황 지회장에 따르면 회사는 구조조정 목표 인원 1만 1000명 달성을 위해 추가로 2000여 명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군산공장의 남은 인원과 최근 가동을 멈춘 엔진공장의 정규직 400~500명이 전환 배치될 것이기 때문에, 군산공장처럼 비정규직부터 순차적으로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지엠 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부평 1000명, 창원 700명 정도다. 이중 부평공장 비정규직원의 60%는 1공장에, 40%는 2공장에 파견돼 있다. 올 초, 이미 60명 정도가 현장을 떠났다.

황 지회장은 추가 해고를 막기 위해서는 2공장 생산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GM이 약속한 신차 2종 중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배정받은 1공장과 달리 2공장은 미래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2공장에서는 중형 세단인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판매량 저하로 생산량이 크게 줄자 한국지엠은 2공장의 근무형태를 주-야 2교대를 주간 1교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그는 한국지엠이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을 해고해 불법 파견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해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황 지회장은 "불법 파견을 없애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없는 정상화는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며 "비정상화를 국가와 GM이 밀약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제대로 된 정상화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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