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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얘기해봤나" 묻자 부정 않은 채 "답 않겠다"

[일문일답] 기자들과 30분간 질의응답, 트럼프 "문 대통령 매우 유능, 크게 신뢰한다"

등록|2018.05.23 10:32 수정|2018.05.23 16:00
[기사 대체 : 23일 오후 4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한꺼번에 하는 것이 확실히 더 낫다고 말할 수 있겠다(It would certainly be better if it were all in one)"며 완전한 비핵화(CVID)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도중, 모두발언 뒤 예고 없이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핵화 방식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렇게 하기 힘들게 만드는 물리적 이유들이 있다"면서도 "한꺼번에 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비교적 긴 시간인 약 30분간, 북한과 관련해 20여 개 정도의 질문을 주고받으며 상세하게 답했다. 통상 양 정상의 모두발언 뒤 기자단이 퇴장하는 것에 비교할 때 이례적이란 평이 나온다. 그는 여기서 "질문을 몇 개 더 받겠다"는 등 작심한 듯 대답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그는 매우 유능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이 있어 한국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7~8일 만난 뒤 북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관련해 "그 만남에 기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지적한 중국의 허술한 국경 문제를 재차 비판하면서도 "결국엔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역 탓에 대화가 간간히 끊겼지만 이날 질의응답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우리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한국에 행운'이라고 말한 뒤, 문 대통령에게 "내가 잘 했느냐.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 A+ 맞느냐"라고 되물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럼프 "김정은, 비핵화에 매우 진지... 북한의 안전 보장하겠다"

기자회견 된 한-미 정상 단독회담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얘기한 적이 있나'란 질문에 부정하지 않은 채 "답하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say that)"고만 답해, 물밑 협상 과정에서 두 정상의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그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건의 구체적 사항이 무엇인지 묻자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I'd rather not say)"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위대한 나라가 될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그들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하게 말했다.

양 정상 모두발언 뒤 진행된 기자회견 시간은 예정에 없던 일이라 애초 예정됐던 단독회담 시간인 12시 35분을 넘겨서까지 진행됐다. 질의응답은 전문은 미 백악관 브리핑룸을 통해 볼 수 있다. (전문 직접보기)

아래는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 위원장, 역사상 없었던 일 해낼 좋은 기회 가지고 있어"

▲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단독회담이 22일(현지시각) 낮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렸다. ⓒ 청와대


- 트럼프 대통령에 묻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나는 그가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도 그게(비핵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본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지금껏 우리(북미)가 왔던 것과는 다른 미래로 가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절대적으로,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 김 위원장과 얘기한 적이 있나.
"대답하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say that)."

-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현 상황을 업데이트 해줄 수 있나. 한국의 안보실장(정의용)은 실제로 회담이 열릴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있고, 그런 조건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회담은 북한에게 있어 위대한 기회이자 국제사회를 위해서도 위대한 만남이 될 것이다. 만약 그일(회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중에 일어날 것이다. 다른 시간에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

계속 대화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그게 열리든 열리지 않든, 여러분도 곧 알게 될 거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다."

- 당신이 말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한 조건들(conditions)이 무엇인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I'd rather not say). 하지만 뭔가를 진행 중인 것은 맞다. 문제가 해결될 기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substantial chance)도 있다. 나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고, 그건 김 위원장도 같을 거라고 본다. 따라서 이 일이 성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그 경우 그것도 괜찮다. 6월 12일엔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회담을 할 좋은 기회가 있다."

- 비핵화에 있어서, 한꺼번에 하는 방식(all-in-one)이 될까, 김 위원장의 비핵화 길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될까.
"한꺼번에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할 수 있겠다(all-in-one would be nice). 그 이상을 말하진 않겠지만, 한꺼번에 된다면 확실히 더 좋을 거다. 그렇게 돼야 한다고까지 말하긴 힘들지만 그게 더 낫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힘들게 만드는 물리적 이유들도 있다. 짧은 시간에 하는 것, 그것도 근본적으론 한꺼번에 하는 방식일 것이다."

"회담 위한 조건,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한다면 안전 보장"

- 북한 문제와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가.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나는 그가 북한과의 회담에 다른 시각을 가져 왔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거래(deal)를 하길 원한다. 한국에는 예전에도 많은 대통령이 있었다. 나는 문 대통령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남북뿐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해 좋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문 대통령에 대해 크게 신뢰하고 있다.

그가 지금 하는 방법이 협상을 만들어낼 우리를 돕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지 아닐지, 누가 알겠나.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런 협상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경험이 있다. 어떤 경우엔 협상에 있어 100% 확신하고 갔다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기회가 없는 협상이었는데도 때때로 쉽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자 유능한 사람이라는 건 말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있어 한국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결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
"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그것은 처음부터 이야기해 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안전해지고, 굉장히 기뻐하게 될 것이다. 또 북한은 굉장히 부자가 될 것이다. 북한에는 매우 근면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다.

뭔가 일어난다면 김 위원장은 매우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역사상 없었던 일을 해낼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25년, 50년을 내다본다면, 그때는 김 위원장이 과거 자신이 북한과 전 세계를 위해 했던 일을 되돌아보고 그 일을 한 것에 매우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말을 덧붙이겠다. 나는 한국·중국·일본 3국과 모두 이야기해왔다. 이 국가들이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도울, 아주 많은 자금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나눈 남북정상회담 중 어떤 말을 듣고 싶나. 당신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뭘 준비하고 있는가.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만난 이유다. 문 대통령이 바로 그런 걸 내게 말해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만의 회담이 있었고 그에 관해 얘기하게 될 거다. 어쨌거나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화로 많은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얘기가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 본다."

- 중국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회담하는 걸 말렸다고 보는가.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째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다음에 김 위원장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나는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시 주석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한 다음에, 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시 주석은 세계 체급의 도박사(poker player)라고 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쨌든 둘이 만난 다음 북한의 태도가 변한 것은 사실이고, 나는 조금 놀랐다. 어쩌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누구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을 아무도 몰랐지만, 그 이후에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고 보도됐다. 첫 번째 만남은 모두가 알았지만 두 번째 만남은 '깜짝 만남'이었다. 어쨌거나 북-중 만남 뒤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그 만남에 기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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