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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품은 옹진군수 선거, 인천시장보다 무게감

옹진군수선거 키워드는 '조윤길 12년' '영흥면 표심' '서해평화'

등록|2018.05.25 09:16 수정|2018.05.25 09:16
서해5도 품은 옹진군, 여야 모두 놓쳐선 안 될 요충지

인천시장 선거보다 높은 관심을 받는 선거가 바로 옹진군수 선거다. 옹진군 유권자는 1만 9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역대 지방선거에서 강화군과 더불어 인천시장 후보 당락을 쥐락펴락하는 곳이고, 한반도 화약고로 불리는 북방한계선과 서해5도를 품고 있는 요충 지역이다.

민선 5기 때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서해5도 부근에서 남북교류 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정부에 의해 번번이 배제됐다. 이른바 '인천시 패싱'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자당 소속 옹진군수하고만 소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을 8만 7000여 표 차이로 여유롭게 이겼는데, 이 당시 옹진군과 강화군에서는 각각 3500여 표와 1만 2200여 표 차이로 졌다.

4년 뒤 송영길 시장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에게 2만1500여 표 차이로 석패했는데, 가장 큰 표 차이가 발생한 곳이 강화군과 옹진군이다. 유정복 후보는 강화에서 1만 2900표를, 옹진군에선 4700여 표를 더 받았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고 각종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한국당 유정복 시장을 앞서는 상황이지만, 4년 전에도 유정복 후보는 송영길 시장에 비해 20%포인트 뒤지는 지지율을 뒤집었다. 여전히 강화군과 옹진군은 여야 모두 요충 지역이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12년 만에 옹진군수 탈환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다른 기초단체 선거도 중요하지만, 옹진군수 선거의 경우 문재인 정부와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핵심 공약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과 해양수산분야 남북경협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옹진군의 경우 자치구와 달리 군수가 시장보다 권한이 더 많기 때문에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다른 선거를 이기더라도 옹진군수 선거에 패할 경우 정부와 시가 추진하는 서해평화지대 조성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며, 자칫 서해5도 지역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저해하는 정쟁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당 인천시당 입장에서도 옹진군은 이번 선거의 핵심 지역이다. 인천시 8개 자치구와 2개 군 선거에서 현재 8개 자치구 모두 전반적으로 불리한 가운데, 강화군과 옹진군 정도가 그나마 해 볼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게다가 서해 5도는 한국당이 주장하는 안보이념의 보루로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선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지역이다. 사실상 인천의 지방선거는 시장 선거보다는 옹진군수 선거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옹진군수 선거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장정민, 한국당 김정섭, 무소속 손도신, 무소속 김필우, 무소속 김기조. ⓒ 시사인천 자료사진


조윤길 군수 12년, 구 체제의 연장이냐 혁신이냐

옹진군수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모두 5명이다. 민주당은 장정민(48) 전 옹진군의회 부의장을 공천했고, 한국당은 김정섭(60) 전 백령면장을 공천했다. 무소속으로는 김기조(54) ㈜서해건설전기 대표, 김필우(60) 전 인천시의원, 손도신(44) 옹진발전연구소장이 출마한다.

5명이 출마했지만 사실상 민주당 장정민 후보와 한국당 김정섭 후보 간 2파전 양상이다. 이번 옹진군수 선거의 최대 쟁점은 조윤길 군수의 12년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다.

민주당 장정민 후보는 군의회부터 조윤길 군수와 대립각을 세웠다. 장정민 후보는 12년 동안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한 낡은 체제를 혁신하겠다며 '지역, 계층 간 차별 없는 옹진발전'을 내걸었다.

백령면장 출신의 한국당 김정섭 후보는 조윤길 군수 시절에 주요 도서 지역의 면장과 기획실장 등을 맡아 군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사실상 조윤길 군수의 연장이라는 게 주민들의 중론이다. 이번 선거가 조윤길 군수의 군정에 대한 평가로 인식되자, 한국당 김정섭 후보 또한 조윤길 군수와 선 긋기에 나섰다.

조윤길 군수의 군정에 대한 평가는 백령면 중심의 군정에 대한 비판과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조윤길 군수와 군 건축민원과장, 백령면주민자치위원장 등은 백령면 토석채취장의 토사를 불법으로 유출하고 개인 땅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마쳤으며, 지방선거 이후 조윤길 군수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옹진군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이 숱하게 펼쳐졌다. 군수 사저 예정부지 헐값 매입 의혹과 백령면 면사무소 신축공사 폐건축자재 불법 활용 문제가 불거졌고, 영흥화력발전소 기금은 군수의 '쌈짓돈'처럼 사용됐다.

또 옹진군이 발주한 각종 사업에 '군수 동생들의 하청'은 끊이질 않았고, 백령면 도축장의 경우 일방적으로 폐쇄하려다 빈축을 샀다.

조윤길 군수 임기 12년 막바지에 '수상한 행정'의 실체들이 드러나면서, 옹진군민들은 물론 공무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옹진군수 선거가 타 지역 선거와 달리 조윤길 군수 12년에 대한 평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 백령'의 구심 영흥면 표심 어디로 가나

옹진군수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표심은 비 백령면 지역의 표심이다. 옹진군은 백령면, 대청면, 연평면(이상 서해5도), 영흥면, 덕적면, 자월면, 북도면 등 7개 면으로 구성돼 있다. 백령면을 제외한 지역의 주민들은 조윤길 군수가 백령도 중심의 행정을 펼친 데 대해 불만이 상당하다.

옹진군 유권자는 약 1만9000명이다. 면별로 보면 약 백령면 4100명, 대청면 1200명, 연평면 1500명, 덕적면 1500명, 자월면 1000명, 북도면 1600명, 영흥면 4600명이다.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인구가 가장 많은 영흥면이다. 영흥면에서는 여야를 떠나 백령도에서만 군수 후보가 나온 데 대해 여전히 불만이 팽배하다. 이들의 선택에 옹진군수의 당락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조윤길 군수는 65.8%를 얻어 28.6%에 그친 무소속 김기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의 후보가 있는 데다,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진군의 표심이 늘 보수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민들은 여당은 지지했다고 보는 게 맞다. 1997년 대선에선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52.1%를 기록했고, 1998년 지방선과 2002년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 군수 후보가 각각 44%와 64%를 얻어 당선됐다.

게다가 옹진군 각 면 중에서 한국당 지지가 두터운 백령면에서 세 명(민주당 장정민, 한국당 김정섭, 무소속 김필우)이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된 반면, 민주당 지지가 두터운 영흥면에선 무소속 김기조 후보만 출마한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유리할 전망이다.

선거의 마지막 키워드 '서해평화' 적임자는 누구

옹진군수 선거의 마지막 핵심 이슈는 서해평화의 적임자다. 서해5도 유권자는 약 6700명이다. 한국당의 지지가 높지만,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로 서해5도 평화수역과 어장 확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 45년 동안 낮시간 외에는 조업을 할 수 없었고, 그것도 제한된 어장에서만 조업했다. 그리고 중국어선 조업으로 소득이 줄고 어장이 파괴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에 서해5도 어민단체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했고,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직을 확대해 서해5도 어민협의회로 전환했다.

그 뒤 지난 5월 5일 4개 부처 장관이 서해5도를 방문해 이들과 간담회를 열어 어장 확대 등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보수적인 어민들도 이젠 어선에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조업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해5도 어민협의의 행보가 이번 옹진군수 선거의 마지막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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