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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뛰고 싶어요" 감비아 축구 선수들이 한국 찾은 까닭

[인터뷰] '저희를 기억해주세요' 감비아 청년들의 한국 프로 무대 도전기

등록|2018.06.06 14:26 수정|2018.06.06 17:50
17세기 후반,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그로 인해 한 민족이었던 사람들은 강제적인 분단이라는 뼈아픈 상처를 입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다시 연방정부를 만들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분리되어 있던 민족들은 그들의 사상적 대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영원히 다른 국가로 분리될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에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이 많다. 한국인들은, 내전이 빈번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보고 조금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돌아본다면 지배 국가들의 강제적인 연합과 분리의 반복으로, 어쩌면 내전은 슬프지만 당연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운동인 축구이다.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삶 그 자체이다.

또, 그들은 단순히 축구를 좋아할 뿐 아니라, 엄청난 재능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의 많은 청년들은 단지 불우하고,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남들보다 적기 때문에 실제로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상처입은 아프리카 국가들 중 가장 작고 가난한 나라인 감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이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 지난달 23일에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7명의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비교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축구를 한국 팬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방한했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안산시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진행한 감비아 프로 축구 선수들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 23일,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선수들. ⓒ 강희규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압둘라이: "안녕하세요, 저는 감비아에서 왔고, 현재는 부리카마 유나이티드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동하고 있는 압둘라이 고메즈라고 합니다. 나이는 20살 입니다."


다니엘 : "네, 안녕하세요. 저는 감비아에서 왔고, 부리마카 유나이티드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는 다니엘 멘디라고 합니다. 압둘라이와 마찬가지로 20살 입니다."

오마르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오마르 디바시 입니다. 부리마카 유나이티드의 왼쪽 윙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19살 입니다."

-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라고 들었은데 기분이 어떤가요?
압둘라이: "정말 좋아요. 일단 한국의 문화와 환경 등이 아직 낯설기만 한데,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게서 저희들을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감비아는 어떤 나라인지?
"감비아는 굉장히 작은 나라입니다. 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요. 사람들에게 감비아에서 왔다고 하면 잠비아와 많이 혼동하는데 잠비아와 감비아는 전혀 다른 국가입니다(웃음). 또, 감비아는 축구를 잘하고 망고 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국에는 망고 나무가 없고, 시중에 판매되는 망고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모습. ⓒ 강희규


- 한국에 오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던 결정적인 계기는?

다니엘 : "사실 저희를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신 한국인 코치님들이 계십니다.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이 아주 좋은 곳이라고 코치님들께 들었고, 그 때문에 예전부터 이곳에 오는 꿈을 키우게 되었는데, 드디어 한국에 오게되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목표는?
오마르: "우선 한국의 프로 구단에 입단하여 저희들의 실력을 증명하고, 또 감비아의 축구를 알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리고 아직 이곳의 문화가 익숙하진 않은데, 가능하다면 한국 문화를 하루 빨리 배워보고 싶습니다(웃음)."

감비아에서 게임을 뛰고있는 선수들. ⓒ 강희규


- 많은 운동 중에서 축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압둘라이: "축구는 감비아 친구들의 삶이고, 저희들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활동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축구 선수의 꿈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

다니엘: "저와 제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와 함께 자라왔고, 학교를 갈 때나, 언제 어디서나 축구와 함께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축구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웃음)." 

- 아프리카에는 디디에 드로그바, 사무엘 에투처럼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에 비해 (아프리카 축구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마르: "네 맞습니다. 아프리카 축구는 이미 뛰어나다는 것을 여러번 증명해 보였지만 그에 비하면 이곳 한국에서는 저평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반드시 한국 축구 팬들께 아프리카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다니엘: "감비아에서 온 축구 팀이 저희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만큼 저희가 모범이 되어서, 앞으로 감비아 또는 서아프리카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많이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자신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압둘라이: "저는 중앙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패스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매 경기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저는 신장이 193cm 입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선수들보다 신체적인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높은 점프력과 타고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공중 볼과 힘에서는 그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오마르: "제 장점은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수비수가 와도 돌파할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는지? 
"사실 잘 알지는 못합니다(웃음). 하지만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진출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K리그도 아시아 내에서 가장 뛰어난 리그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 좋아하는 축구선수나 리그는? 
압둘라이: "제가 미드필더여서 그런지 한국인 선수로는 최근까지 스완지 시티에서 뛰었던 기성용 선수를 가장 좋아하고, 세계적인 선수로는 호날두,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를 가장 좋아합니다."

다니엘: "저는 토트넘 훗스퍼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손흥민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도 정말 좋아합니다(웃음). 좋아하는 리그는 저도 마찬가지로 EPL 입니다."

오마르: "저는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박지성을 가장 좋아합니다. 세계적으로는 호날두, 리그는 저 역시도 EPL을 가장 좋아합니다(웃음)."


김병지 위원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 선수단. ⓒ 강희규


- 한국인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트레이닝을 하는지?

"네, 지금은 한국인 코치분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데 정말 좋습니다(웃음). 사실 감비아에도 축구팀이 있지만 한국만큼 좋은 경기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감비아에서 진행했던 훈련과 다른 한국 스타일의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 팀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한국의 축구스타일을 배우는 중 입니다."

- 남은 한국에서의 일정과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한국 프로 무대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2부가 되었든 K3가 되었든 구단에 입단해 저희들의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고, 끊임 없이 노력하여 많은 분들께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또 1~2년 내에 1부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친구들 중에서도 이탈리아 5부리그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1부리그에서 활동하는 친구도 있고, 한국인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중국의 연변FC에서 활동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 말고도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있는 친구들처럼, 저희들도 이곳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감비아에 있는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 프로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감비아 선수들. ⓒ 강희규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희들의 꿈을 위해 도와주신 한국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꼭 성공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편견 없이 환대해준 한국 국민들께 정말 감사하고, 저희 모두가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열심히해서 꼭 성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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