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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 택배 업무, 경비원은 고달프다

순찰 중에도 울리는 핸드폰, 택배 전달위해 뛰어가기도

등록|2018.05.27 20:43 수정|2018.05.27 20:43

▲ 충남 홍성의 한 아파트 관제실이다. 관제실 한 쪽에는 주민들에게 온 택배가 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참고용이다) ⓒ 이재환


아파트 경비원들은 순찰과 같은 경비 업무 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와 주민들에게 온 택배를 대신 수령하는 등 가욋일이 많다. 택배는 보통 아파트 관제실이나 경비 초소에 맡겨진다. 하지만 갈수록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경비원들은 "순찰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보고 있는 A씨는 "택배 업무가 점점 늘어나면서 경비업무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주 업무와 부 업무가 바뀐 것 같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상황실이나 경비초소로 택배를 찾으러 오면 순찰을 돌다가도 바로 달려가 택배를 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잠시 자리를 비우면 택배를 찾으러온 주민들의 전화가 온다. 심지어 순찰 중일 때도 수시로 핸드폰이 울린다"며 "조금만 늦게 가도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는 주민도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또 "주민들의 재촉 전화가 오면 마음이 급해져 뛰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의 주 업무는 택배가 아니라 순찰과 같은 경비 업무란 점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비원 A씨의 호소도 비슷했다. 경비원들은 보통 상황실에서 혼자 근무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순찰을 돌 경우 부재중일 수밖에 없다. A씨의 하소연을 들어 보자.

"택배 보관업무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상황실은 보통 혼자서 근무한다. 자리를 비우고 다른 업무를 보는 경우가 간혹 있다. 택배를 찾으러 왔다가 경비원이 없으면 당연히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경비원들도 불편하다. 순찰과 같은 다른 업무를 보다가도 상황실로 뛰어와야 하니 힘도 든다. 아파트 상황실은 경비업무를 보는 곳이다. 상황실에 경비가 없다고 심하게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택배 업무는 경비원의 업무가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택배를 맡아 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택배를 분실할 경우 경비원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A씨는 "택배를 분실할 경우 책임은 물론 택배사에 있다"며 "하지만 택배 분실시 근무자는 CCTV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필요시 경찰에 고발조치를 취해야 한다. 업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요즘은 무인택배함을 설치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아파트나 단지수가 적은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장소의 협소함과 비용발생 문제 등으로 무인택배함 설치를 꺼리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경비원들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택배 업무를 기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황실이나 관제실에 경비원이 부재중일 경우, 당장 택배를 수령하지 못하더라도 재촉하거나 무조건 민원부터 제기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택배수령 문제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경비원들의 사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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