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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이유 담긴 7개의 테이프... 17살 소녀, 누가 죽였나

[리뷰]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시즌 2

등록|2018.06.05 11:57 수정|2018.06.05 13:35

▲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 포스터 ⓒ 넷플릭스




"테이프는 시작일 뿐이었다"
"The tapes were just the beginning"

2018년 5월 1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시즌 2가 공개되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청소년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여주인공인 17살 해나 베이커(캐서린 랭퍼드 분)는 자살하기 전, 자신이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13가지 이유를 7개의 테이프에 녹음한다. 그리고 그 테이프들이 해나의 친구였던 클레이 젠슨(딜런 미넷 분)에게 전달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시즌 1은 소설의 내용을 대부분 따랐지만, 시즌 2는 소설에 나오지 않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는 시즌 1의 사건들이 일어난 지 5개월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 딸의 죽음에 대하여 해나의 부모는 학교에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진행한다. 해나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클레이가 재판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의문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전달받으며 1화가 시작된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는 해나에 대한 소송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마다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즌 1과 유사하게 전개된다. 한 가지 차이점은 시즌 1에서는 해나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시즌 2에서는 각 등장인물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는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해졌다 ⓒ 넷플릭스


자살, 왕따, 성폭행... 짙어진 사회 비판적 성격

시즌 1이 자살, 왕따, 약물중독, 성폭행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시즌 2는 성 소수자, 정신질환, 빈부격차, 부패한 엘리트, 총기, 미투 운동 등으로 주제를 넓혀간다. 더 넓어진 주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로 브라이스 워커(저스틴 프렌티스 분)가 있다. 해나를 강간하여 자살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브라이스는 가족이 소유한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꾼다. 브라이스가 부유층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학생회장인 마커스 콜(스티븐 실버 분)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정치인 집안 출신인 마커스는 겉으로는 모범생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뒤에서는 브라이스가 이끄는 불량한 패거리와 어울리고, 해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등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시즌 2의 스토리는 대부분 베이커 가와 해나가 다녔던 리버티 고등학교의 법적 소송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비록 해나는 시즌 1에서 자신의 불행을 개개인의 책임이라고 언급하지만, 시즌 2에서는 13가지 이유를 '부실한 학교의 대응과 폭력적인 문화'라는 큰 틀로 묶는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사회 비판적 농담들도 많이 들어간다. 대형마트가 총기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비꼬거나, 학생회장 마커스의 행보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하는 등 시즌 1보다 더 폭넓은 풍자와 비판적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나 등 여성 등장인물들이 당했던 사건들을 미투운동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고등학생인 등장인물들이 거리낌 없이 총기를 사용하는 장면들이 추가되어 최근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총기규제를 조명한다.

▲ 시즌 2에서는 각종 이해관계에 의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 넷플릭스


복잡해진 선과 악의 경계

시즌 1에서는 해나의 친구였던 클레이가 거의 유일한 선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해나를 자살로 몰아넣은 13가지 이유를 제공한 인물 중 다수는 각각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참회하려 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더 큰 권력과 법에 짓눌리고, 이들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암시까지 나오며 상당히 혼탁한 전개를 보여준다.

심지어 해나의 과거 행적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해나조차도 순수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설정이 추가된다. 시즌 1에서 선을 담당했던 클레이는 이런 새로운 정보의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갈팡질팡하며 선과 악의 모호한 차이를 더욱 부각한다.

그러나 결과물은 실망적인 작품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는 영미권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시즌 1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실망적이었다. 시즌 1은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해나의 자살과 그 이유를 중심으로 전개된 하이틴 미스터리 드라마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즌 2는 소설에는 나오지 않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해한 스토리와 무리한 설정 추가, 높아진 수위로 인하여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는 법정 드라마도, 하이틴 드라마도, 스릴러 드라마도 아닌 '잡탕'이 되었다.

애초에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왕따와 그로 인한 자살을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총기나 동성강간 같이 전혀 자살과 관계 없는 주제들이 무분별하게 추가되면서 오히려 작품성을 훼손시켰다.

시즌 2의 예고편에서는 시즌 1의 테이프를 대신하여 폴라로이드 사진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암시했지만 정작 폴라로이드 사진은 드라마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해나의 테이프가 계속 등장한다.

▲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청소년 자살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사회적 의의

자살이라는 다소 예민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대성공을 거두며 2017년 구글에서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TV 프로그램이 되었다. 특히 민감한 주제를 특이한 줄거리와 접목시켜 청소년에게 자살과 그 징후, 대처 방법 등을 알려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자살하기 전 13가지 이유를 테이프에 녹음하여 가해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낭만적인' 스토리는 자살하는 청소년이 겪는 현실과 다르며, 오히려 자살을 미화한다는 비판도 받으며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제작진도 이 비판을 인지했는지,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 자살을 고려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위하여 관련 기관들의 연락처가 나열된 링크를 안내해준다.

엇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왕따와 자살이라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왕따 당하는 청소년들이 겪는 상황들과 자세한 감정 묘사들이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 순간에도 누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고, 왕따와 청소년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한국에 가장 필요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끝났지만, 해나 같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했던 실수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해나의 테이프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에게는 사소한 장난이나 실수들이 누군가에게는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의 결말처럼, 가해자들은 늘 온갖 핑계와 거짓으로 도망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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