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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총독부 폭탄투척, 김익상을 기억한다

등록|2018.06.04 17:08 수정|2018.06.04 17:08

▲ ⓒ 김종훈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뒤로 돌아 남산길따라 7분 정도 올라가면 김익상 의사의 의거지 옛 조선총독부 터가 나온다. 지금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자리한 곳. 이곳에서 의열단 김익상 의사가 1921년 9월 12일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졌다.

한마디로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3.1운동 후 일제의 압박이 정점이 달하던 시점, 청년 김익상은 적의 심장부인 총독부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폭탄을 던졌다(영화 밀정의 마지막 장면의 그 인물이다).

당시 일제는 이 사건의 주범을 다음해 3월 상해 황포탄 의거가 발생하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김익상 의사가 폭탄만 던진 채 유유히 사라진 탓이다. 일제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재밌는 점은 당시 김의사는 상해를 떠나기 전 동료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온다'는 삼국지 관우처럼 '일주일안에 돌아올테니 술상이나 차려놓으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의사는 1주일만에 상해로 복귀했다.

그러나 김의사는 결국 황포탄 사건 때 일제에 잡혀 20년을 형무소에서 보냈다. 일본의 여러 형무소를 돌며 모진 고생을 했다. 중년이 돼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 부인도 가족도 모두 떠나버렸다. 그때 김의사에게 일제 고등경찰이 접근한다. 이후에 김의사를 봤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의열단원 김익상이 이렇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남산자락 숭의여대로 오르는 길목에 김익상을 기억하는 조그만한 비석 하나만 놓여있다. 언젠가 다시 가을 바람 불어오면, 그의 비석 앞에 술한잔 올리고 싶다.

김익상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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