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캠프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효과 없을 것"
8~9일 사전투표 앞두고 단일화 논의 공론화됐지만 '무반응'
▲ 6.13 지방선거 주요 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4일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자장면 받아 맛보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붕괴 현장을 재방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측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면서도 단일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와 안 후보가 3일 밤 만나 단일화를 논의한 사실은 5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단일화 (논의를) 끝낸다"(5월 30일 김 후보), "(물밑 협상은) 없다"(6월 4일 안 후보)는 두 후보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양측 모두 내부적으로 단일화를 마지막 승부수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일화 논의가 수면으로 떠 오른 5일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각각 상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단일화는 그쪽 사정이며, 이와 관련한 평가는 정치평론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서울 안국동 박원순 캠프의 오전 현안 점검 회의에서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들은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를 통해 양측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대선이나 총선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거나 한쪽이 정치적으로 결단하는 방식의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시장과 구청장, 시·구의원에 국회의원 재보선까지 걸려있는 지방선거의 단일화는 훨씬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유선전화 위주의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휴대폰 위주의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이기는 단일화를 생각하는 한 조사방식에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수 중도 사퇴 가능성 높다고 봤는데 예상 빗나가"
또 하나, 만약 두 후보 중 한 명이 사퇴한다면 양보를 받은 정당에서 타 지역의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나 서울 구청장 또는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를 사퇴시키는 '스몰딜'을 생각해 볼 만한데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후보들의 이름이 들어간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됐고 8~9일 사전투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단일화 효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는 판단이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서울의 최종투표율이 58.6%에 이르렀는데, 투표자 5명 중 1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사전투표율 11.5%).
박원순 캠프 내부에서는 "안 후보보다는 김 후보의 중도사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내다봤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예상이 다소 빗나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 후보가 선거전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이념적으로도 극우 성향을 보여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힘들 것으로 봤는데,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팽팽한 2위 경쟁을 하는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풀이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설사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효과 없는 단일화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된 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지지율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최악의 경우 박원순 대 반(反)박원순의 1 대 1 구도로 선거판이 정립되더라도 '박원순 대세론'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례로, <매일경제>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2~3일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단일화하더라도 박 후보와 대등한 지지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박 후보는 김문수 단일후보와의 대결에서는 56.6% 대 20.5%, 안철수 단일후보와의 대결에서는 52.7% 대 26%의 격차로 각각 두 후보를 따돌렸다. 현재의 다자구도에서는 박원순 52.3%, 김문수 13.8%, 안철수 13.7%를 기록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답변은 김문수 단일후보 조사에서 18.1%, 안철수 단일후보 조사에서 15%를 각각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원순 캠프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되 양측의 단일화 논의에 직접적인 반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양숙 캠프 대변인은 "정당마다 고유의 정치 철학을 가진 후보들이 선거에 나왔는데, 시민들이 두 후보의 인위적인 단일화를 그다지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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