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치는 소득주도 성장? 야당은 틀렸다
[게릴라칼럼] 최저임금 KDI 보고서, 언론과 정치권이 더 부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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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찬성 160표·반대 24표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 남소연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를 바라보는 저임금 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심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득주도성장론 때문에 경제의 파국이 올까 걱정이라는 야당도 밉지만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의결한 정부의 조치도 이해불가다. 실업과 워킹푸어working poor)라는 두 개의 선택지를 강요하는 정치, 국민들은 어디에 의지하고 무슨 희망을 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논란이 된 KDI 보고서, 언론과 정치권이 부풀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KDI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일자리 32만개가 사라진다고 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아야 한다는 논조의 글을 내놨다. 그러나 일자리 32만개는 너무 부풀려져 왜곡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보고서는 2018년 고용감소 폭으로 3만 6000명에서 8만 4000명까지 추산하고 있으며, 정부가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 효과 때문에 이 정도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2019년 9만 6000명. 2020년 14만 4000명도 고용감소 예상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 없는 경우를 상정한 수치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최악의 경우를 조합해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언론들, 과연 이러고도 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기에 더해 올해 2조 9천억원으로 책정된 일자리안정자금이 내년에도 같은 규모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 보고서의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또 보고서를 낸 최경수 선임연구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일자리 안정자금, 내수증대 인한 고용 증가는 감안하지 않았으며 언론이 부풀린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역시 "KDI의 보고서는 외국사례를 가져다 짐작한 부정확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소득주도 성장론이 서민경제를 파탄나게 했다며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의원은 KDI 보고서를 인용해서 IMF 구조조정으로 3년간 23만 3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보다 50% 가까이 높은 수치라며 공포심을 극대화시켰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적극성의 반만이라도 민생에 보여준다면 이런 태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난도 이어갔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야당이 반대를 해온 건 KDI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부터다. 자유한국당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비판한 것도 아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외신기자클럽초청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참혹한 경제파국을 불러오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같은 당 유승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의 핵심에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환상,허구,거짓말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소득주도성장이 공산주의 배급정책과 비슷하다며 이를 시행한 베네수엘라, 그리스, 브라질은 다 망했다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 유승민 대표, 안철수 후보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명 모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TV토론에서 마주앉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공약집에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늦어도 2022년까지 할 것과 중소기업과 자영업 지원책을 명시했다. 구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도 2018년부터 매년 연평균 약 15%씩 인상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했다. 구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도 대통령 임기내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 누구하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부정하지 않았다.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니 공약은 모두 무효'라는 패자의 몽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동자 임금 인상하지 않고, 국민 호주머니 채울 방법 있을까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내수를 살리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소득주도 성장론 자체는 흠잡을 때가 없다. 수십년 지속되어온 수출주도 성장론은 재벌의 독점을 키우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빚내서 집사라던 부채주도 성장론은 국민들을 가계부채의 빚더미에 올려 놓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경제 침체의 벗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성장담론이며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한 목소리로 반대를 하고, 국책연구소인 KDI에서 속도조절론을 주문하고, 정부의 경제수장조차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의심하는 발언을 나오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자영업자의 인건비가 오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 중의 하나가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국민 혈세를 투입한 포플리즘 정책이라고 예산 편성을 막고 예산안 표결도 불참한 것이 자유한국당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안 된다', '일자리 안정자금도 편성도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공산주의 배급정책과 같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늘어놓는 야당들. 도대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경제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 보고 싶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우지 않고 내수를 살릴 묘안이 있는지 되레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정책이 있다면 소득주도 성장론에 딴지만 걸지 말고 시원하게 내 보였으면 한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 삭감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농성장 물품의 반입을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8.6.1 ⓒ 최윤석
평화와 공존의 위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사사건건 트집 잡는 것도 모자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파국을 불러온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소득주도 성장론 파열내기에 열 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참 답답하다. 이렇게 해 놓고 다음 대선에서는 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할 수 있을까?
국민들을 조삼모사에 속는 원숭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보수 정당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우자고 주장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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