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선거 때면 무릎 꿇는 한국당... 정치권 "위장 사죄쇼"

눈물 흘리고 큰절하고 반성하지만 예전 같지 않은 민심

등록|2018.06.10 21:51 수정|2018.06.10 21:51

▲ 9일 지방선거 유세를 위한 부산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정민규


자유한국당의 읍소 전략이 시작됐다. 잠시 유세 활동을 중단했던 홍준표 대표는 지난 9일 부산을 찾아 "부산까지 무너지면 우리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연신 무릎을 꿇었다. 이날만 3번 '사죄의 큰절'을 한 그는 "한 번만 더"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관련기사: 홍준표 큰절 읍소 "부산 무너지면 한국당 문 닫아야")

이러한 한국당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눈물 흘리고, 큰절하고 사과를 한다면 그건 선거가 다가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읍소 전략이 통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약발'이 이번 선거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거 때면 반성하는 한국당 '읍소의 역사'

▲ 2014년 6월 1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눈물' 사진이 담긴 피켓을 100개 가까이 들고 나왔다. 이 피켓의 다른쪽은 서병수 후보 사진이 붙어 있다. 막판 총력 유세에 나선 서병수 후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선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민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으로 성공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4년 전인 2014년 지방선거를 들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불과 2개월 뒤 치러진 선거에서 많은 사람은 새누리당의 패배를 점쳤다. 이때 새누리당이 들고나온 카드는 박근혜의 눈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사진과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당시 한 부산지역 국회의원은 "부산은 6·25 때도 백척간두의 나라를 살려낸 곳"이라며 "구국"을 부르짖으며 민심에 호소했다. 이런 전략이 유효했는지 새누리당은 부산을 지켜내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죄' 큰절 하는 김문수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2016년 4월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드린다'는 피켓을 세워두고 시민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성은 2016년에도 계속됐다. 총선에 출마한 대구·경북 지역 새누리당 후보자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참회의 큰절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의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어야 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읍소 전략은 선거가 다가오면 마치 처음 하는 것인 것처럼 등장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라고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라던 고정 문구가 사라졌다는 정도의 차이였다.

"달라질게요"라고 말하던 한국당 뭐가 달라졌나?

"도와주세요" 대 "표 구걸??"2014년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손수조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부산'을 믿어요! 손수조'가 적힌 피켓을 놓고 절을 하고 있다. 옆에서는 '중·고생 엄마'라고 밝힌 시민이 '오늘 세월호 49재. 세월호 아이들이, 유가족들이 살려달라 울부짖을 때 당신들은 도와주었나요? 도와주세요?? 표 구걸?? 16명의 실종자 찾아주세요'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읍소와 함께 반성 역시 한국당의 주요한 선거 전략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홍 대표는 9일 부산에서 "박근혜 대통령 때 친박·비박으로 갈라져서 붕당정치를 했다"면서 "한 번만 밀어주시면 더 이상 저희들이 잘못하지 않고 우리 국회의원들, 전 당원들이 한마음이 돼서 부산시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총선에서 후보들이 "민심을 외면한 공천 등 당 화합을 해친 일을 반성한다"고 사죄하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거기서 다시 2년을 거슬러 2014년으로 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 새누리당은 중진들까지 나서 너나 할 것 없이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라는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했다.

"도와주세요" 선거 앞둔 새누리의 읍소 2014년 6.4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과 박대출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도와주세요" 피켓을 들고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들은 무엇에 최선을 다했을까. "달라지겠다"는 그 다짐과는 달리 선거 때면 한국당은 20세기 때부터 애용해오던 색깔론 씌우기에 최선을 다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이념 공세는 몇 차례 반성이 지나간 이번 선거라고 다르지 않다. 

9일 홍 대표가 큰절을 하고 내려간 뒤 마이크를 넘겨받은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과거 운동권에 몸담았던 좌파적 사고방식을 가진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라거나 정부 곳곳에 박혀 있는 좌 편향의 사회주의적인 사상과 이념을 가진 친구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이만큼 만든 정통 역사 가치를 부정하고 뒤덮으려 한다"면서 이념 공세에 열을 올렸다.

싸늘한 정치권 반응 "위장 사죄쇼", "속임수일 뿐"

고개 숙인 부산 새누리사실상 새누리당의 패배로 기록된 2016년 총선 직후인 14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선거결과 관련 합동 기자회견에서 당선자와 낙선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새누리당은 "시민 여러분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던 점 사과드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소통과 실천으로 시민들의 편에 서서 일하겠다"고 밝혔다. ⓒ 정민규


홍 대표의 무릎이 3번 땅바닥에 닿았다가 간 다음 날 부산 지역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10일 야당인 이성권 바른미래당 부산시장 후보도 "철 지난 색깔론까지 들고나와 보수결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부산의 일자리가 사라진 책임은 시장이었던 서 후보에게도 있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현 정부에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다니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홍 대표의 사죄유세는 진정성은 결여된 보수결집을 위한 위장 사죄쇼에 불과하다"면서 "서 후보와 홍 대표는 위장 사죄쇼로 부산시민들을 더 이상 현혹하지 말고, 부산의 정치 발전을 위해 조용히 뒤로 물러나길 정중히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선대위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도대체 자유한국당의 진정성 없는 사죄 퍼레이드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을 때마다, 대국민 사죄로 위기를 모면해 왔었다"면서 "홍준표 대표의 사죄는 사죄가 아니라 속임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번에도 그런 속임수가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거짓 사죄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국민의 심판을 달게 받을 준비나 제대로 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