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민중총궐기 주도' 민주노총 간부 집행유예로 석방

이영주 사무총장, 공소사실은 전부 유죄로 인정... "박근혜 정부 소통 미흡했던 점 참작"

등록|2018.06.14 12:17 수정|2018.06.14 12:17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각종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한 손을 들어올리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2018.6.14 ⓒ 연합뉴스


"경찰의 공무집행 전부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중총궐기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벌금 50만 원에 대해선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14일 오전 이 전 사무총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고 배심원 모두 이 부분 유죄로 판단했다"라면서 위와 같은 형을 내렸다.

재판부 "경찰 공무집행, 일부 위법했지만 전부는 아냐"

앞서 검찰은 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 2015년 3~11월 사이 10차례 집회를 열고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고, 그해 11월 14일 개최한 민중총궐기대회에서는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해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며 구속 기소했다.

이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이 전 사무총장 측은 "민중총궐기대회 때 경찰의 집무 집행 자체가 위법했다"라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무총장 측 변호인은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당시 경찰의 일방적 집회금지통고가 대안적 수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했으며, 시위대 통행을 가로막은 경찰 차벽 또한 법이 정한 질서유지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최근 헌법재판소가 최루액이 섞인 경찰 물대포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만큼 당일 집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공무집행에 시민이 맞서 싸우는 건 헌법상 권리"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위대응 과정에서 많은 참가자가 다치고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전체 공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시위 참가자들은 정당방위 요건을 가지지 않았다"라고 결론 냈다. "배심원들도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날 폭행당한 경찰관 수가 적지 않고, 경찰 버스가 부서지는 등 피해액이 큰 점, 이 전 사무총장이 집회에서 한 지위나 역할 등을 따져봤을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정부가 노동자들과 협의하는 데 미흡했고,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섞인 살수는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당시 경찰에게도 일부 위법하고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던 점, 지난해 촛불집회를 거치며 성숙하고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석방은 다행... 그러나 불법 공권력에 죄 묻지 않았다"

이날 옥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이 전 사무총장은 방청석에 앉은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러나 재판부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에는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재판부를 향해 한차례 고개 숙여 인사하고 퇴정했다. 방청석에서 몇 차례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선고가 내려진 뒤 민주노총은 "오늘 재판결과가 집행유예 석방이란 점에서 배심원과 재판부가 상식적 판결을 한 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힌 뒤 "그러나 여전히 차벽과 물대포 살수 등 불법 공권력 행사에 대해 죄를 묻지 않고 공소사실 모두에 유죄 판단을 한 것은, 사법부가 여전히 기존 판결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촛불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정의와 양심에 입각한 새로운 판결은 아니란 점에서 비판과 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동일한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 받았다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가 집회 신고·허가 문제에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주길 바랐는데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아쉽다"라면서 "우리가 제기한 3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