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올무 걸려 죽을 때 사람들은 뭘 했나?
KM-55 백운산에서 죽은채 발견 ... 반달곰친구들 "진정한 대책 세워야"
▲ 6월 14일 광양 백운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반달가슴곰 KM-55. ⓒ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 죽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광양 백운산에서 'KM-53'이라는 이름을 가진 반달곰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KM-55는 지리산에서 벗어나 2016년부터 전남 곡성 섬진강 부근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7월부터 백운산 일대에서 활동해 왔다. 반달곰한테는 위치를 알 수 있는 발신기가 달려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경찰에 불법 엽구(짐승을 사냥하는 데 쓰는 도구)를 설치한 사람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공단은 반달곰을 비롯한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주민 협력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달곰이 계속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으로 향하던 반달곰 'KM-53'은 지난 5월 5일 새벽,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달리던 고속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곰은 5월 11일 산청 태봉산에서 포획되어 현재 종복원기술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반달곰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반달곰친구들은 15일 "KM-55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생색내기가 아니라 진정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반달곰친구들은 "먼저 우리는, 올무에 걸려 긴 시간 고통스러워했을, 그 고통의 시간이 죽음까지 가기까지 힘겨웠을 KM-55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전한다"며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한 실천에 게으른 우리 스스로를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KM-55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이 올무 등 불법 엽구에 의해 죽었을까 짐작되었다"라며 "불법이 횡행하는데도 그대로 놔두는 지자체, 불법 엽구 설치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부, 대체 '공존'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종복원기술원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이들은 "발신기 부착 반달곰 모니터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KM-55은 작년부터 백운산 지역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꿀통 피해도 발생하였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장소에서 여러 날을 머물렀을 텐데, 이것을 일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고 후 뒷북치기식,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조차 막지 못하는 반달곰 보전사업에 대해, 그 체계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한다"며 "KM-55가 백운산으로 간 후 백운산 주변의 올무 등을 제거하기 위해 환경부와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기술원은 백운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였는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우리 모두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보다는 반달곰 공존 협의체를 만들어 회의하는 형식에만 치중한 게 아닌가"라며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예산에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가"라고 했다.
반달곰친구들은 "환경부는 반달곰을 포함한 종복원사업 전반을 심의하고 결정할 '(가칭)종복원위원회'을 구성하고, 종복원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전망을 수립하라",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 지자체는 올무 등 불법엽구의 불법성과 문제점 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의 수거를 위해 지역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반달곰친구들은 "KM-53는 교통사고로, KM-55는 죽음으로, 반달곰들은 우리 사회에 외치고 있다"며 "진정한 대책을, 구체적인 실천을, 더 늦기 전에 내놓으라고! 이제 진정성 있게 답하자. 말과 형식이 아닌 마음과 행동으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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