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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모색, 국제석학 인천에 모인다

29~30일 황해문화 100호 특집 국제심포지엄...동아시아 지중해인 '황해'는 분쟁 아닌 문명의 바다

등록|2018.06.21 16:58 수정|2018.06.21 16:58

황해문화 황해문화 100호 특집 국제심포지엄 안내 포스터. ⓒ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새얼문화재단, 29~30일 인하대에서 개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국제 석학들이 인천을 방문한다. 새얼문화재단은 황해문화 통권 100호 발간기념을 기념해 오는 29~30일 인하대학교 정석도서관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 심포지움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오는 29일 1부 세션은 <통일과 평화 '사이'의 사상들을 잇다>가 주제이고, 왕후이(汪晖, 칭화대 인문학부) 교수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걸음, 동북아시아 평화의 계기'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할 예정이다.

뒤를 이어 마크 셀던(Mark Sheldon, 코넬대) 교수가 '전쟁에서 평화로: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례를 국가, 지역, 그리고 지구적 시각으로 보다'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18년에 바라보는 중립국 통일론과 주한미군'을 주제로, 백원담(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아시아가 만드는 세계 : 38미터의 관계학에서 신시대 평화연대로'를 주제로 발제를 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날 30일에는 2부 세션과 3부세션이 진행된다. 2부 세션은 <분단 경계에서 통일과 평화를 잇다>가 대 주제다. 정근식(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냉전·분단 경관과 평화 : 철책과 전망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모니까(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수복지구와 신해방지구, 분단의 경계지역에서 통일‧평화의 시험지역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어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 : 날마다 평화와 통일이 만들어지던 기적의 공간'을 주제로, 강주원(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망각되는 10여년과 잃어버린 10여년이 얽히고설킨, 또 하나의 국경 - 남북 교류의 중심축이자 거울인 중국 단둥'를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2부 세션을 마치고 오후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분단의 바다가 협력의 가교가 되는 날'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움의 두 번째 기조 강연을 할 예정이다.

3부 세션은 <섬, 갈등적 변경에서 평화 교류의 관문으로>가 대주제다. 개번 매코맥(Gavan McCormack, 호주 국립대 태평양아시아사학과) 교수가 '속국 일본의 상태 : 속국주의Clientelism 2.0과 그 이후'를 주제로, 가와미츠 신이치(川満信一) 신오키나와문학 전 편집장이 '대리전쟁의 위기회피를 - 황해문화 100호 기념을 맞아, 오키나와에서'를 주제로 발제를 한다.

이어서 이시하라 슌(石原俊, 메이지가쿠인대 사회학부) 교수는 '태평양세계・일본・미국과 오가사와라제도 - 제국・총력전・냉전을 살아남은 도민들'을 주제로, 장보웨이(江栢煒, 대만사범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평화와 화해: 진먼과 마쭈의 전쟁지역 역사 및 문화경관 보존이 지니는 핵심 가치'를 주제로 발제를 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지중해, 황해는 분쟁이 아니라 문명의 바다

황해는 동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황해는 고대부터 중국의 동해안 지역, 한국의 서해안 지역 그리고 일본의 규슈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한편 동남아로 열려 있는 문명의 바다였다.

그러나 20세기 냉전 속에 '황해'는 분단과 죽음의 바다로 변모했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시아는 전쟁의 중심이자, 지구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한반도만 위협한 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를 위협했다.

그리고 1953년 7월 정전 협정으로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 상태는 6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베를린 장벽해체에서 시작된 냉전 해체의 기운은 이젠 판문점에 이르고 있다.

새얼문화재단은 "우리가 우리 역사의 주체로 서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석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통일과 평화 사이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통일'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분쟁 지역과 다르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은 분쟁 지역에선 평화협정 합의로 평화적인 공존체제를 구축하는 게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은 보다 복잡한 계산을 요구한다.

또한, 남북한 통일은 단지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각축을 벌이는 국제정치의 문제다. 다양한 방식과 갈래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반도와 주변 각국의 평화이다.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은 "우리는 통일을 꿈꾸되 평화로운 상황의 지속, 영구적 평화와 번영에 이르는 길을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서 아태지역의 석학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제심포지엄의 1부 세션 기조 강연자는 왕후이 칭화대 인문학부 교수다. 그는 한·중·일·미 등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황해에서 전쟁과 평화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야와 국제적인 시각 두 시각으로 동시에 바라볼 것을 강의할 예정이다.

황해문화 국제심포지엄황해문화 100호 발간 특집으로 인하대에서 '황해와 평화, 통일'을 주제로 열리는 국세학술 심포지엄에 참가위해 인천을 방문할 예정인 국제 석학들. ⓒ 시사인천 자료사진


<1부> 통일과 평화 사이의 사상들을 잇다

1부 세션은 김명인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황해문화 편집주간)의 사회로 진행된다. 먼저 미국 코넬대 마크 셀던(Mark Sheldon) 교수가 '미 트럼프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강경한 대북 자세를 취했음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매우 놀랄만한 진전'이며 '급격한 진전이 이뤄진 이유는 한반도 문제는 전쟁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는 깨달음 덕분'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함께 새로운 G2 국가로 남북한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을 짚어보고, 아시아 각국은 왜 경제 문제를 떠나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는지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립국 통일론'의 역사를 살피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문제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중립화 방안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한반도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지 않는 틀이 될 수 있다.

황해문화 편집위원인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의 발제는 급격한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정세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몽'의 격돌로 한반도가 평화에 이르는 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모델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선택을 할 것인지를 논할 예정이다.

<2부> 분단 경계에서 통일과 평화를 잇다

30일 2부 세션은 성공회대 김동춘 사회과학부 교수(황해문화 편집위원) 사회로 진행된다. 한반도 분단은 정치ㆍ군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영역 등 모든 영역에 단절적이고 이분법적인 영향을 끼쳤고, 사람의 사고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결 65년만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의 탈 분단시대 전환이 점쳐지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곳곳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첫 발제자인 정근식(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냉전과 분단시대에 만들어진 '냉전 경관'의 의미를 살필 예정이다. 그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초한 적대와 불신이 함축된 '냉전 경관'이 분단체제에 길든 사람들에겐 무의식적인 일상이자 의도적인 망각이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겐 만성화된 심리적 억압을 깨우는 자극제라고 했다. 탈분단 시대에 냉전 경관의 폐허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할 예정이다.

한모니까(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남측 '수복지구'과 북측 '해방지구' 사이에서 잠시나마 통일을 경험했던 지역을 고찰해 한반도의 미래를 예견한다.

해방 직후 분단으로 경계가 생겼고 한국전쟁 이후 새로 그어진 DMZ는 과거 이북이었던 지역과 이남이었던 지역의 변화를 초래했다. 전자를 남한에선 '수복지구'라 불렀고, 후자를 북한에서 '신해방지구'라 불렀다. 한모니까 교수는 이곳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삶을 통해 우리가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할 때, 서로 어떻게 어루만지고 변화시킬 것인지를 다룰 예정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의 의미를 되짚을 예정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 남측이 먼저 제안하고, 북측이 부응해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서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법ㆍ제도, 사고방식, 관습 등을 상호 학습하고 배워가는 기회의 장이었으며, 한반도 안전판 역할을 했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의 의미를 재차 강조하고, 공단 재가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강주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 교류의 중심축이자 거울인 중국 단둥을 통해 중국 단둥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북한의 만남을 고찰한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와 휴전선만 바라보는 시각을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2010년 5·24 조치 이후 남북 교류가 단절됐다는 공식 역사와 달리 남북의 사람들이 한반도 이외에 제3국에서 만났다. 남북 교류는 한반도에선 만남과 단절의 연속이었지만, 단둥에서는 1992년 한·중 수교 전후부터 시작돼 단절된 적이 없었다는 게 요지다.

이어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분단의 바다가 협력의 가교가 되는 날'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전쟁 위협 속에서 분단의 바다였던 황해가 맞이할 미래의 모습, '협력의 가교'가 되는 모습과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3부> 섬, 갈등적 변경에서 평화 교류의 관문으로

3부는 강성현 성공회 교수(황해문화 편집위원) 사회로 진행된다. 3부 세션은 한반도와 한중일 3국을 위주로 아시아를 사고하는 방식을 넘어, 아태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시아에서 서구 제국주의를 대체했던 일본 제국주의(대동아공영권)는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로 와해 됐다. 그 뒤 일제가 차지했던 영역은 그대로 미국의 세계패권 수행의 전초기지가 됐다.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은 오랫동안 유지됐으나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젠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평화를 사유할 때이다.

우선 호주 국립대 태평양아시아사학과 교수이자 대표적인 일본 연구자인 개번 매코맥(Gavan McCormack)은 남북한 관계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일본에 대하여, 현재 일본이 처한 위기와 입장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그는 아베 총리와 일본이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기본적인 인권과 법치 원칙에 충실한 국가라고 반복해 공언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동시대 다른 민주국가 기준에서 보면 극단주의와 극우주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전후 일본을 '종속국가(Dependent State)'라는 용어로 정의하면서 미국에 종속된 '전후 체제'의 종언을 주장했던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어떻게 다시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하게 됐는지 그 내막을 설명하면서, 오늘날 일본의 불안한 미래를 진단할 예정이다.

가와미츠 신이치(川満信一) 신오키나와문학의 전 편집장은 아시아의 새로운 평화구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한국은 제주도를, 일본은 류큐·오키나와를, 중국은 타이완, 하이난을 잠재 주권의 경계로 양도하고, 서로 이어져 있는 이들 섬은 월경 헌법을 창건해 영세중립의 비무장 체제를 취해 아시아 각국의 외교 테이블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무지함의 로맨스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리전쟁의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배수의 진을 치기 위한 지혜를 짜내자는 호소로 읽힌다.

타이완사범대 동아시아학과 장보웨이(江栢煒) 교수는 타이완의 대 중국 최전방 접전지역이자, 세계 냉전의 전선 기지였던 진먼과 마쭈의 변화를 통해 평화를 고찰한다.

진먼과 마쭈는 한반도의 서해5도와 같은 곳이다. 지난 1949년 시작돼 1992년에 전쟁지역에서 해제됐다. 전쟁지역 해제로 진먼, 마쭈 지역의 탈군사화는 군인에 의존하는 지역경제의 쇠퇴와 사회질서 개편, 지역 발전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이 지역이 직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떻게 전쟁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재사용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어두운 역사(dark history)를 반성하는 과정이 될 수 있는가? 이러한 논의를 통해 남북관계의 미래를 조망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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