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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제주옥돔 사기, 이젠 골프채로 진화?

납품용으로 남은 물건, 싼값에 주겠다는 고전수법 조심하세요

등록|2018.06.25 17:36 수정|2018.06.26 10:51

▲ ⓒ 김학용


▲ ⓒ 김학용


25일 오후 화성휴게소. 점심을 먹고 주차된 차로 돌아오는데 골프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나를 계속 응시한다.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건 아닌가 하며 차 문을 여는 순간 문제의 그 남성이 다가온다.

"어이구, 사장님. 혹시 골프 치시나요?"
"치긴 치는데요. 왜요?"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며 급 공손 모드로 돌입한다.

"제가 골프전문점에 납품하는데요. 뭐, 사시라고 말씀은 아니고 차에 가서 구경만 하세요. 지금 갖고 계신 세트가 뭐죠? 실은 웬만하면 구경하기 힘든 수입 골프채 세트 하나가 남아서…. " (이하 생략)

골프연습생 수준에 싸구려 세트로 연명하는 내 자존심까지 살짝 건드려주는 이 수법, 사기 치고는 영업력 한번 끝내준다. 가만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수산물 트럭을 앞에 두고 '대형마트에 해산물 세트를 납품하는데 물 좋은 제주 옥돔이 한 상자 남아서 그러는데 담뱃값이나 주고 가져가라'던 바로 그분. 한때 '냉동탑차 사기'로 유명하였던 이 복고풍 사기 수법은 일단 상품성이 뛰어난 옥돔 선물세트를 보여주고 실제로는 다른 물건이나 얼음만 가득 채워진 상자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도 경제불황을 틈타 휴게소 등에서 차량으로 여기저기 옮겨가며 사기를 치는 사례가 많다. 요즘에는 옥돔 세트에 그치지 않는다. 품목도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유리 세정제, 엔진첨가제 등 차량용품을 비롯하여 상품권, 골프채, 노트북 등 고가의 물품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이러한 사기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들이 파는 물건들은 가짜나 저질물품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런 피해를 봤을 때 구제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상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낯선 사람의 제의를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 '백화점 납품용으로 남은 물건인데 싼값으로 주겠다'라는 말로 현혹하는 경우 100% 사기라고 보면 된다. 절대 관심을 보이지 말고 무조건 무시해야 한다.

한때 반짝하다 사라졌던 고전적인 사기범죄들은 그렇지않아도 우울한 서민들의 가슴을 또 한 번 멍들게 하고 있다. 골프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은 이후로도 한참이나 휴게소를 서성이며 나에게 했던 대로 대상자를 부지런히 물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그토록 허술해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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