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 므츠헤타
[코카서스 여행] 조지아 고대 왕국의 수도 므츠헤타 1
▲ 즈바리 성당에서 내려단 본 므츠헤타 시고대 조지아의 수도 므츠헤타는 쿠라강과 아라그비 합류지점에 위치해 있다. ⓒ 변영숙
조지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성스러운 곳을 뽑으라면 단연 므츠헤타다. 기원전 3세기에서 5세기까지 고대 조지아 왕국(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던 므츠헤타와 그 일대에는 초기 기독교 유적을 비롯한 고대-중세의 유적들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기원전 3세기의 아르마즈지헤 요새와 기원전 1세기의 아르마즈지헤 성은 조지아 역사의 유구함을 보여준다. 초기 기독교의 기적과 전설을 간직한 즈바리 수도원, 스베티츠호밸리 성당, 삼타브로 수도원 등은 이곳이 얼마나 성스러운 곳인지를 알게 해 준다.
한마디로 므츠헤타는 조지아의 발원지이자, 정교를 중심으로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 온 조지아인의 신앙의 중심지이자 영혼의 고향 같은 곳이다.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므츠헤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 므츠헤타 산 정상에 자리잡은 즈바리성당6세기에 건립된 즈바리 성당 ⓒ 변영숙
제일 먼저 찾은 즈바리 수도원은 산 정상의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자동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위치다. 막상 수도원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했다. 수도원 입구 언덕 위에 서니 쉽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발 아래로는 쿠라강과 아라그비강이 하나의 물줄기로 합해져 흘러가고 있고, 눈을 들면 평온한 므츠헤타 마을과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이 한 눈에 들어왔다. 웅장한 자연과 인간이 창조한 문명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했다. 거센 바람이 쉼없이 언덕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강바람과 산바람이 만난 탓일까. 높은 지대와 강물, 그리고 거센바람은 수도원(요새)가 자리잡는데 천혜의 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 쿠라강과 아라그비 강의 합류지점에 세워진 고대 도시 '므츠헤타'즈바리 성당 언덕 위에서면 므츠헤타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 변영숙
미리안 3세의 개종과 기독교 공인
성녀 니노는 조지아의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4세기 경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래에 따르면 카파도키아의 난민 출신인 노예이자 수녀인 성녀 니노는 계시를 받고 조지아 땅으로 들어왔다. 성 니노는 고생 끝에 조지아의 남부 아할치헤주의 '자바헤티'에 당도하였다. 다시 '어버니시'까지 온 니노는 그곳에서 므츠헤타로 향하는 상인들 틈에 끼어 마침내 므츠헤타에 도착했다. 니노는 므츠헤타의 유대인 지구에 머물면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돌보면서 기독교를 전파하기 시작하였다.
성녀 니노는 여러 기적을 행하였는데 특히 당시 카르틀리를 다스리던 미리안 3세의 왕비 나나의 병을 낫게 하는 기적을 행했다고도 전해진다.
▲ 므츠헤타의 즈바리 성당 전경미리안3세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십자가를 세운 자리에 세워진 성당. 6세기에 건립되었다. ⓒ 변영숙
미리안 3세의 기독교 개종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간 미리안은 짙은 안개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미리안은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으나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니노가 믿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안개가 걷혔다. 이를 신의 계시로 받아들인 미리안은 그 즉시 기독교로 개종하고,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세례를 해 줄 수 있는 사제를 보내줄 것을 청하였다.
므츠헤타 '즈바리 수도원'
▲ 므츠헤타 언덕에 서 있는 즈바리수도원성당 입구 예수의 승천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 변영숙
성녀 니노의 노력으로 미리안 3세는 334년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개종한 미리안 3세는 이를 기념하여 즈바리 언덕에 나무 십자가를 세웠다(나무 십자가를 미리안 3세가 아닌 니노가 세웠다는 설도 있다). 585-604년 카르틀리의 공작 스테파노즈1세가 십자가가 있던 자리에 수도원을 세운 것이 지금의 즈바리 수도원이다. 즈바리 수도원은 십자가 수도원이란 뜻이다.
▲ 즈바리 성당 내부미리안 3세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세운 나무 십자가 위에 지은 성당이다. ⓒ 변영숙
수도원 입구에는 예수의 승천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서니 중앙에 천장까지 높이 솟은 거대한 나무십자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리안3세가 세웠다는 십자가이다. 벽에 걸린 성화 몇 점 외에 성당 내부에는 별다른 장식물들이 없었다.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의 전설을 묘사한 성화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성당내부에는 십자가 밖에 없다고 해도 좋았다.
▲ 즈바리 성당 내부미미리안 3세가 세웠다는 나무 십자가 ⓒ 변영숙
조지아 성당에서 유일하게 6세기에 건립된 모습 그대로인 성당이 바로 즈바리수도원이라고 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제단 위 십자가에 가서 닿았다. 어두운 성당 안에 성령이 깃든 듯했다. '나는 빛이요, 생명이니…' 라는 성경 구절이 실현되고 있는 듯했다.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누가 이곳에서 성령을 입었다고 외친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 즈바리성당 내부즈바리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는 조지아 사람들 ⓒ 변영숙
즈바리 수도원은 본당을 중심으로 사방에 반원형 볼출부가 있고, 돌출부 사이는 본당과 부속 예배당을 연결해주는 원형의 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테트라 콘 양식이라 불리는 즈바리 수도원의 건축 양식은 이후 남코카서스 교회 건축의 모델이 된다.
수도원 주변에는 중세 말에 건립된 성벽과 돌로 쌓아 만든 요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파괴와 부식이 심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 즈바리성당 중세에는 즈바리 성당 주변에 성벽과 요새를 세웠다. ⓒ 변영숙
▲ 즈바리 성당 - ⓒ 변영숙
즈바리 성당을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즈바리 언덕에 서서 두 물줄기가 만나는 장엄한 광경을 목도한다. 왕조는 망하고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멈춤 없이 흐르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마주한 느낌이다. 강 너머로 지금 만나러 가는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이 역광 속에 반짝이고 있었다.
*스베티츠호밸리 성당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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