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조선학교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2018 부산동포넷 문화제 “함께해요! 조선학교”

등록|2018.06.27 12:08 수정|2018.06.27 15:50
"저는 오사카가, 일본이, 그리고 세계가 편견이나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당연한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이 될 것을 바랍니다. 저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갈 한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조선학교에서 배우겠습니다. 나는 오사카에서,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니는 재일동포 자녀들이 본명으로 당당하게 살며,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일원이라 할지라도 당당히 살며, 여러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사는 그런 훌륭한 사회가 오기를 염원하면서, 저는 그것을 위한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강하나,오사카 조선고급학교 3년)

2018 부산동포넷 문화제 '함께해요,조선학교''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부산동포넷)', '부산민예총',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민들레', '박종철합창단', '지구촌동포연대(KIN),'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오사카민족극단 '달오름', 기타큐슈 재일동포2,3세 방문단 등 부산, 서울, 일본에서 120여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 김지운


지난 22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부산, 서울, 일본에서 모인 120여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2018 부산동포넷 문화제 '함께해요! 조선학교' 행사(주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 네트워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아직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의 조선학교를 알리고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되는 등 7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70년이 넘는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 2013년부터 고교무상화정책에서 배제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우리말, 우리 문화, 우리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생겨난 국어강습소가 그 전신이다. 한때 400여개에 달하던 국어강습소(조선학교)는 1948년 미군정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후 1960년대 일본 정부로부터 학교법인 인가를 받아 학교교육법에 기초한 각종학교로 분류, 현재는 조선대학교를 포함 일본 전역에 60여개의 초,중,고급학교가 운영중이다.

고교무상화소송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김민관 변호사 김민관 변호사는 큐슈조선고급학교 출신으로 조선대학교를 졸업, 현재는 큐슈조선고급학교의 고교무상화소송을 이끌고 있다. ⓒ 김지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관 변호사(재일동포3세)는 "일본에서 2010년부터 시작된 고교무상화제도의 경우 공립학교는 수업료 면제,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연간 12만엔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제도인데 유일하게 조선학교만 제외되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지정보류, 이후에는 불지정처분으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제도에서 완전히 제외시켰다.이것을 납득하지 못한 전국 10개교의 조선고급학교 중 도쿄,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5개의 학교에서 고교무상화배제 철회소송을 제기했다" 라며 "한국의 동포들에게 부탁을 한다면, 왜 조선학교가 일본에 있는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조선학교가 지금도 계속 있어서 아이들이 다니는가? 아이들이 다니는 조선학교가 1945년 이후 지금도 계속 일본정부의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한국의 동포들이 생각을 해주고 함께 해준다면 앞으로 고교무상화 재판에도 큰 힘이 될 것" 이라고 호소했다.

기타큐슈 재일동포2,3세 방문단 대표발언중인 최유복씨 최유복씨는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입국이 금지되어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고국땅을 밝지 못했다. 현재 지병을 앍고 있는 최유복씨는 이번 고국방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소회를 밝혔다. ⓒ 김지운


한편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26명의 기타큐슈 재일동포 방문단 중 최유복씨(78세, 재일동포2세)는 "남과 북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후쿠오카와 자매도시인 부산에서도 일본의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문제 등 재일동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조선학교는 재일동포의 삶이고 역사다. 한국의 동포들이 힘을 모아 조선학교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조선학교 차별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4.24의 바람'

'4.24'의 바람 공연중인 극단 달오름 배우들왼쪽부터 첫번째 리려성양, 세번째 강하나양은 현재 오사카조선고급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 김지운


이어진 오사카 민족극단 달오름의 '4.24의 바람'은 1948년 미군정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맞서 조선학교를 지킨 재일동포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4.24'의 바람'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강하나, 리려성양은 현재 오사카조선고급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이다. 특히 강하나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귀향'의 주인공 정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4.24 한신교육투쟁'. 일본의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다.

"현재 국내에서 재일동포와 조선학교 문제를 알리고 있는 단체는 '지구촌동포연대(KIN)',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해외동포 민족문화·네트워크' 등이다. 앞으로 재일동포와 조선학교의 문제를 더 많은 부산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조선학교 방문단, 문화제 교류, 조선학교 고교무상화배제 취소소송의 기금 마련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승천, 해외동포 민족문화· 교육 네트워크 대표)

한편 26명의 기타큐슈 재일동포 2,3세 방문단은 일제강제징용역사관, 평화의 소녀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이번 김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정호 국회의원을 만나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조선학교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꼭 한번이라도 조선학교를 찾아주십시요"

오랜 지병으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11년만의 고국방문을 끝내고 기타큐슈로 돌아가는 최유복씨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다.

기타큐슈로 돌아가는 최유복씨오랜 지병으로 인해 아마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11년만의 고국방문, 3박4일의 일정동안 최유복씨는 조선학교를 알리고 조선학교를 지켜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다시 기타큐슈로 돌아갔다. ⓒ 김지운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