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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1위' 독일 꺾은 대한민국, 여러 번 만난 '강팀'에 강하다?

[러시아 월드컵] 아쉬운 조 3위 기록한 대한민국... FIFA 랭킹 1위 독일, 충격 탈락

등록|2018.06.28 10:45 수정|2018.06.28 11:48
국제 축구 연맹(FIFA)에 가입되어 있는 200팀이 넘는 회원국 중에서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본선에 초대받을 수 있는 회원국은 32팀 뿐이다(2026년부터 48팀 확대). 축구 선수들은 월드컵 출전을 개인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사람이다. 누구나 승리를 원하기 때문에 16강 이상의 토너먼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대진표를 원하게 마련이다.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팀들은 3차전에서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일부 후보 선수들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팬들은 승부에 관계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월드컵 경기 입장권 티켓을 구매했다. 하지만 팬들의 의도와 달리 일부 팀에서는 의도한 작전대로 경기를 진행한다면서 팬들을 실망시키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26일(이하 한국 시각) 열렸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경기였다. 프랑스는 애초에 일부 주전 선수들을 빼고 1.5군으로 경기에 나섰고, 덴마크 역시 2패의 페루가 1무 1패의 호주를 앞서고 있을 시점부터 사실상 공 굴리며 시간만 축 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팀들, 대한민국도 독일에 고춧가루 뿌려

[월드컵] 선제골 넣는 한국!(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김영권의 슛이 골로 인정되자 한국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소치에서 열린 또 다른 C조 경기에서는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되었던 페루가 가능성이 남아 있던 호주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발생했다. 페루는 전반 18분 안드레 카릴로와 후반 5분 파올로 게레로의 득점으로 2-0 승리를 거두며 무승점으로 짐을 싸는 일은 면했다. 승리하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던 호주는 페루산 고춧가루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게 됐다.

B조와 D조의 운명도 끝까지 알 수 없었다. B조에서는 모로코가 스페인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며 고춧가루를 뿌리는 바람에 조 전체가 뒤흔들릴 뻔했다. 스페인은 간신히 2골을 만회하여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1위를 겨우 지켰다. 포르투갈 역시 2승 1무 조 1위가 눈 앞에 보이던 순간에 이란에게 동점골을 헌납하고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다득점 부족으로 조 2위에 그쳤다.

27일 새벽에 있었던 D조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2경기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끝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첫 출전의 아이슬란드도 1승의 희망을 기대하고 있었고, 아르헨티나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나이지리아에게 패널티킥을 허용했다.

2경기 모두 추가 시간에 승부가 결정났다. 크로아티아가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3승을 기록했고, 아이슬란드는 월드컵 첫 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극적인 결승골을 통해 간신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리하여 16강전에서는 C조 1위 프랑스와 D조 2위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빅 매치가 성사됐다.

무조건 2점 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주길 바라야 했던 대한민국 대표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스웨덴이 멕시코에게 3골을 얻어내며(자책골 포함)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고, 대한민국은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VAR)까지 거쳐가며 득점 인정을 받은 김영권의 골과 독일의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한 틈을 타 역습에 성공했던 손흥민의 골은 모두 경기 종료 직전인 추가시간에 나온 득점이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독일에 2-0 승리를 거뒀고, 대한민국에게 고춧가루를 맞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F조 최하위로 내려앉으며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게 됐다.

자주 만나는 강호들을 상대로 점점 좋아지는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에 통산 10번째 출전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본선 경험이 쌓이면서 자주 만나는 상대 팀도 여럿 생겼다. 스페인과 독일 그리고 벨기에를 상대한 경기가 3경기로 가장 많았으며, 이탈리아와 우루과이, 터키 그리고 멕시코 등은 2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자주 만나는 팀들을 상대로 경기 결과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독일과의 3경기에서 1승 2패를 기록하게 됐는데, 그 2패도 무기력한 패배가 아니라 1점 차로 석패한 아쉬운 경기들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2-3 패),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4강전(0-1 패)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드디어 독일을 상대로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을 거뒀다.

스페인을 상대로도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다(2무 1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황보관의 캐논 슛 프리킥을 통해 스페인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던 대한민국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을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8강전에서 만나 0-0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승부차기를 통해 스페인보다 먼저 4강 토너먼트를 경험하게 됐다.

벨기에와의 상대 전적은 아직 그리 좋지는 않다. 1990년 대회에서 무득점으로 패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이임생의 붕대 투혼과 함께 유상철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후반에 아쉬운 결승골을 허용하며 0-1 패전을 당했다.

우루과이와 터키 그리고 멕시코를 상대로도 아직 승리가 없다. 우루과이는 1990년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 패전을 당했고, 이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1-2 아쉬운 패전을 당했다. 멕시코를 상대로는 1998년 대회에서 1-3 역전패를 당했고, 이번 러시아 대회에서 1-2 아쉬운 패전을 기록했다.

터키를 상대로는 2전 전패지만 많이 좋아졌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0-7 대패를 당했지만, 2002년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2-3으로 1점차 접전을 벌였다. 특히 경기 시작 11초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는 월드컵 신기록을 헌납했음에도 종료 직전 송종국이 추격골을 넣는 등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1승 1패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쉽게 패했던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다시 이탈리아를 만났다. 패널티킥을 실축하고 선제골까지 허용했지만, 대한민국은 후반 종료가 임박했던 시점에서 설기현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연장전 골든골에 힘입어 2002년 대회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16강 진출은 좌절되었지만, 독일을 꺾은 것 역시 반복해서 상대한 강호들을 상대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추가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2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독일보다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독일 이겼지만, 개선할 점도 발견한 대표팀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박주호가 부상으로 조기 교체되는 등 영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 조별리그를 치렀다. 2차전에서는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이 종아리 근육 부상을 입는 바람에 3차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3차전에서는 이용이 공을 잡기 위한 경합 과정에서 공에 의해 급소를 맞기도 했다.

그러한 악재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3경기를 처절하게 버텼고, 당초 최하위로 예상되었던 죽음의 F조에서 독일을 꺾고 조 3위를 거뒀다.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던 신태용 감독의 말은 비록 16강 진출까지 이뤄내진 못했지만,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어느 정도 지켜진 셈이 됐다.

그러나 2019년 아시안컵과 앞으로 다가올 향후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들은 분명 있었다.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로 했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2경기 모두 패널티킥 허용을 통해 결승골을 내줬다. 패널티 구역에서 무리한 태클로 공을 걷어내려 했다가 한 번은 상대 선수와 충돌했고, 다른 한 번은 손이 닿고 말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실점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선수는 장현수였다. 1차전과 2차전에서 후방 수비수로 출전했다가 패널티 구역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고, 대한민국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장현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정지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을 정도였다.

일단 대표팀 엔트리에 있는 선수인 이상 어떻게든 활용을 해야 했다. 결국 장현수는 3차전에서 역할을 바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장현수는 3차전에서는 이전의 2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제 역할을 다 했다.

일단 장현수의 경우 포지션을 바꾸면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은 듯 보인다. 비록 그 과정이 너무나 뼈아팠지만, 향후 장현수의 선수 생활에 있어서 새로운 역할을 통해 더욱 성숙해질 기회를 찾았다.

공격진의 골 결정력도 아쉬웠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대 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시원하게 슛을 날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 공격진은 유효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대표팀과 관련되어 개선해야 할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도 있지만, 일단 경기 내용만으로도 개선할 점은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일단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은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당장 반 년 밖에 남지 않은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으며, 개선되어야 할 점은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쳐도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배운 점이 있었던 만큼, 차근차근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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