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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 '병역거부' 이후 18년 싸움... "오래 기다렸다, 평화가 승리했다"

[현장] 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 시민단체들 입장 발표

등록|2018.06.28 17:52 수정|2018.06.28 17:52

'양심적 병역거부자' 석방 촉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판결과 대체 복무제 마련과 구속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 연합뉴스


"2001년 오태양씨부터 홍정호씨까지, 길 없던 들판에서 길 만들었던 사람들이 이 결정을 만들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돼서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됐으면 한다."

28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인정' 결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그 자신이 2001년 12월 오태양씨의 병역 거부 선언에 영향을 받아 병역을 거부한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88조 1항은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는 5조 1항에 '대체복무제'가 없음을 들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판시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다. (관련 기사: 헌재,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 헌법불합치)

전쟁없는 세상과 참여연대 등은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의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를 맡은 전쟁 없는 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오래 기다려 왔다. 늦었지만 축하할 일"이라고 밝히며 발언을 시작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68년 동안 병역 거부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서 2만여 명의 젊은이가 감옥을 갔고, 지금도 수감된 이들이 있다"며 "대체복무제 입법은 물론, 이미 수감된 이들에 대한 형 집행 정지를 해서 남은 기간을 대체복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경은 사무처장도 "의미있는 진전이지만 여전히 218명은 (양심적 병역 거부로) 감옥에 있고, 917명이 재판에 받고 있다"며 "국제엠네스티는 양심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혀있는 이들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을 한국 정부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발언 사이에 "평화가 이겼다" "평화가 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에 대해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대체복무제 법안을 발의하고,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에도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박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한반도 평화 바람에 맞춰 남북 분단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억눌렸던 인권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결정을 계기로 국회에서 신속한 논의를 통해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대체복무가 군 복무와 유사하거나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성격의 대체 복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16년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감옥까지 감수한 이들이 처벌받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 오기까지 많은 분들 도와줬다. 저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신 분들, 저는 얼굴도 다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홍 활동가는 중간에 목이 메는 듯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고 있기도 했다. 말을 이어나간 그는 "그저 어떤 사람에게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았다. 우리는 단지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라며 자신을 포함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생각을 전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평화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합리적이고 인권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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