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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밝힌 탁현민 "조선일보, 그 신박한 해석에 감탄"

30일 문자 메시지 통해 공식 입장 표명... "그 사이에도 여러 차례 사직 의사 밝혀"

등록|2018.06.30 12:10 수정|2018.06.30 12:49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2017년 11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첫 공판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 이희훈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던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30일 언론을 통해 자신의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경향신문>이 30일 공개한 탁 행정관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그는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 공연 이후였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탁 행정관은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가)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를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어서,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9일 탁 행정관이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은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의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이 소식이 화제가 되자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보도된 바 있다.

탁 행정관은 또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 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 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윤상 음악감독(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탁 행정관은 "저와 김종천 비서관의 인간적 관계에 대해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가장 적임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전날(29일) <조선일보>는 탁 행정관의 페이스북 글을 전하면서 최근 청와대 개편 인사를 사임 이유의 배경으로 전한 바 있다.

탁 행정관 선임인 조한기 의전비서관이 제1부속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김종천 선임 행정관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이 때문에 "탁 행정관이 이번 인사에서 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탁 행정관은 "<조선일보> 보도에 저와 김 비서관 사이의 갈등이나 인사 문제를 이야기하던데... 정말 <조선일보>는 지난 1년 내내 참 대단하다. 그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탁 행정관은 이어 "그래서 청와대 관계자(?)가 제가 사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아마 저의 사직 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는 글로 사퇴 의사가 분명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2017년 11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첫 공판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 이희훈


다음은 이날 '경향신문'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 전문.

탁현민입니다.

사직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공연 이후였습니다.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5.18 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에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이유가 되겠습니다.

선거법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지난 1년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 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습니다.

(저와 김종천 비서관의 인간적 관계에 대해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가장 적임자이기도 합니다. )

조선일보 보도에 저와 김 비서관 사이의 갈등이나 인사문제를 이야기하던데... 정말 조선일보는 지난 1년 내내 참 대단합니다. 그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관계자(?)가 제가 사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아마 저의 사직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네요.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만한 시간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이 말 저 말 안하고 좀 조용히 지내려 합니다. 허리디스크와 이명과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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