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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인터뷰] '어른이 되면' 작가 장혜영

등록|2018.07.08 17:19 수정|2018.07.09 20:28
지난 2017년 6월 28일.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장혜영씨는 <어른이 되면> 이라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8년간 시설에서 살던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을 사회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면서 그 과정을 영상으로 올리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혜영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이야기나, 불행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취지에 공감했고, 그렇게 시작된 텀블벅 펀딩은 목표액인 5천만 원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일 년이 지났다. 두 자매는 이제 함께 살게 된지 400일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다큐에 이어 도서 <어른이 되면>을 출간하기도 했다. 혜영, 혜정 자매에게 지난 400일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혜영씨는 이 사회에 무엇을 더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장혜영씨를 만났다.

어른이 되면표지 ⓒ 박정우


- 텀블벅에 성공하고, 무시히 다큐를 찍고, 책도 출간했습니다. 요즘의 근황은 어때요?
"요즘은 강연과 공동체 상영을 열심히 다니고 있고, 영화 배급을 준비하며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혜정과의 여름나기를 위해 이런저런 의논도 많이 하고 있어요."
- 시설에서 나와 혜정과 함께 살게 된지 400일 가량이 되었습니다. 그 400일 동안 두 분 모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간의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명확하게 얘기 할 수 있는 것은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거예요. 처음 혜정을 데리고 나오기로 결심했을 때 사회적인 인프라가 전혀 없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든 살든 일단 나와 보자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래도 이 사회에 관한 어떤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척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 것이 조금은 증명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혜정의 삶도 많이 변화되었을 것 같은데요?
"음... 혜정은... 정말로 혜정이 되었죠.(웃음)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어요. 시설이용인의 한 일원일 뿐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설을 나온 혜정은 드디어, "장혜정" 이라는 한 인간이 되어 자신의 취향과 생활세계를 탐험해 나가는 활발한 과정에 있어요.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표현을 갑자기 쓴다던지, 좋아하는 것이 갑자기 생긴다던지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혜정1혜정 사진 ⓒ 박정우


혜정이가 아직 시설에서 생활할 무렵, 나와 함께 종종 외출할 때가 있었다.
혜정이는 가끔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면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스물을 훌쩍 지나 서른이 가까워오는 혜정이의 입에서 "어른이 되면"이
라는 말을 듣는 것은 그간 혜정이가 살아온 시간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한
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얼마나 오랫동안 혜정이는 수많은 것들
을 포기해야 했을까. 혜정이에게 '어른이 되면'이라고 말해왔던 그 사람들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언젠가 혜정이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해보았을까?
- <어른이 되면> 중에서

-디큐에 이어<어른이 되면> 도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직접 책 소개를 해주신다면?
"<어른이 되면>은 중증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열세 살 때 시설로 보내져 18년 동안 살았던 동생을 사회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은 40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역시 다큐멘터리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낼 자신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는데요, 다큐멘터리를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증발당장애인의 이야기를 슬프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영상이 처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저는 시설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하나의 상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그런 한 편 분명히 힘든 점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은 일부로 감춘 것인지에 대한 질문, 혹은 혜영씨 자매는 행복하게 잘 지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존재하는 어려움이나 다양한 조건에 처해있는, 장애 당사자
그 가족들 나아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층위에 대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영상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저의 가족이나, 제가 왜 이렇게 혜정을 애틋하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배경, 다큐 이후의 삶, 저희 자매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연결고리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고요."

- 잘 보여진 것 같나요? 
"악!!! 그것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웃음) 다만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들은 그 연장선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실 수 있을 것 같고, 보지 않으신 분들은 그 나름대로 새롭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는 책을 보면서 혜영씨가 이야기를 잘 만든다는 생각도 했는데요, 어린 시절 - 시설에 들어가게 된 사연 -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혜정을 시설에서 데리고 와야겠다고 결심하는 이 흐름이 굉장히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평범한 소시민인 주인공이 어떤 일을 계기로 각성하는 그런 구성 같았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은 혜정과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에세이적인 면이 있지만, 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인문과학서이기도 하면서, 기승전결이 잘 짜인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책 초반에 등장인물 소개도 있고요. 의도한 부분인가요?
"저에겐 그런 글쓰기가 불가피 했던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인생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야기라는 형태에 가까워요. 살면서 아주 힘든 순간이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면, 나는 지금 어떤 이야기의 어디쯤에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혜정은 저의 그런 부분의 시초이자 매우 긴 시간동안 제 삶의 중요한 화두였기 때문에 어떻게 혜정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저에게 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저와 혜정에게 있어 1부가 막 끝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요.(웃음) 스핀오프 같은 거죠. 30여 년에 걸쳐서 우리가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여행혜졍과의 여행 ⓒ 박정우


'혜정이에게 다시 돌아가야 해.'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릴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정이의 삶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더더욱 혜정이를 다시금 똑바로 마주해야 했다. 혜정이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져버린 나의 일부를 되찾기 위해 나는 시설로 향했다.
- <어른이 되면> 중에서

- 책과 다큐 중에 뭐가 더 힘들었어요?
"으아... 둘 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는데, 다만 힘든 점이 좀 달랐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끝없는 고민이라면, 책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끝없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영상을 만들면서는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은, '여기에 이야기가 있나' '무엇에 관한 이야기이지?' 그렇다면 '이것은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것 이었어요. 이번 다큐멘터리는 구성을 정해놓고 촬영한 것이 아니고, 혜정과의 삶을 쭉~ 찍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늘어놓으면 그저 일상의 파편에 불과해요. 그렇게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과 판단이 힘들었구요,

지금까지 저는 책은 혼자 쓰는 것인줄 알았어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죠. 출판사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고, 싸우기도 꽤 싸웠다고 생각해요.(웃음) 원고를 쓰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산정하고 쓰고 있더라고요. 같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저를 모르는 사람들도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관점을 말씀해주셨고, 그것이 매우 타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부분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 그리고 바뀐 방향에 관해서 긴장을 유지하면서 쓰는 것이 몹시 힘들었어요. 하지만 역시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연말파티 ⓒ 박정우


장애인을 대하는 많은 비장애인들은 그 앞에서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비장애인 간에도 서로 처음 만나 관계를 시작할 때에는 늘 실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며 진실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어른이 되면> 중에서

- 책에 실려 있는 다큐멘터리 스태프들의 인터뷰가 개인적으로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이 혜영, 혜정자매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일로 맺어진 관계를 넘어 가족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와중에 재미있었던 건 그들이 하나같이 혜정이 언니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이었는데요, 어떻게 혜정은 언니를 좀 더 좋아하게 되었나요?
"좋아한다기 보다는 훨씬 더 복합적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다만 우리가 매일 매일 서로가 원하기 때문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싫은 부분도 많겠지만 지금으로선 언니와 사는 게 좋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 전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인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서로 화내고 싸우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떠나거나 헤치지 않는다는 신뢰 같은 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을지 몰라도, 진짜 가족이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다큐팀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건 제가 못내 서운해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술 마시거나 하면 제가 혜정이가 나를 좀 더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표면적으로!, 명시적으로!! 이런 말을 가끔 하긴 했는데... 너무 자주 했나?(웃음)"


- 다큐멘터리 스태프들에게 혜영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없이 고맙고,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늘 응원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책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은경이 제가 변기 뚫다가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달려와 주겠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점들이 정말로 고맙지만 한 편으로 그 친구들에게만 의탁하고 있으면 그것은 서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들에게 반드시 제 주변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워낙 재능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번 작업이 우리의 마지막 작업이 되더라도, 앞으로 그들이 뭐가 되더라도 무조건 응원한다!"

- 텀블벅에서 부터, 다큐, 그리고 책 출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평가하세요?
"네. 그렇습니다. '성공' 말고 질적으로 다른 단어가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렇기 때문에 대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이라는 프로젝트는 이 사회에 작은 씨앗을 뿌렸고, 그 씨앗이 조그만 싹을 틔웠다고 생각해요. 토양이 되어주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혜정 자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 덕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내면에 가지고 있는 그 깨발랄함(웃음),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밝은 에너지도 여기까지 오는데 큰 도움이 됐죠."

다큐팀다큐팀 사진 ⓒ 박정우


혜정 누나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마시고,
사람들이랑 그 담에 둘째 언니랑 이렇게만 쭉 살았으면 좋겠고,
부디 나중에는 준이보다 혜영 언니를 더 좋아하면 좋겠어요. (웃음)
더 많이 바라는 것도 없고 그냥 지금처럼만.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고 다
좋으니까 지금처럼만 갔으면 좋겠어요.
선배는 본인을 좀 챙겨야 될 것 같아요. 선배한테 어떤 변화를 바라고 있지 않아요.
지금으로서 너무 잘하고있고, 단지 바람이 있다면 끝까지 버티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는 얼마든지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다른 건 뭐 다 지금처럼만이라고 생각해요.
- <어른이 되면>, 정민 인터뷰 중에서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요즘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요, 일단은 저희를 보고 싶어 하는 곳은 시간만 맞으면 다 간다는 원칙이 있어요.
책도 나왔으니 한동안은 그런 삶을 계속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혜정이 관계를 가지고 서울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지 막 일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적인 자원에 의존하고 있어요. 일 년 동안 파악한 혜정의 모습은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장애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공적체계가 복지관 같은 곳에 장애인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배우고, 프로그램을 하는 식이에요. 사실 혜정이가 요가를 하고 싶다면 동네에 있는 요가 클래스를 들을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 요가 클래스와 혜정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죠. 결국 제가 목표로 하는 삶은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에요, 그것을 위해서 현실에서 계속 박치기를 하면서 뚫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에도 나오는 일화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근처의 사람들에게 혜정이 존재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공간을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시간이 걸리고, 지난하더라도 해내야 하는 작업이라고 봐요.

마지막으로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저나 저희 팀원들의 노력이 물론 있었겠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얘기를 받아들일 때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봐요. 실제로 탈시설이나 장애인의 지역 사회에서의 삶 같은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진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할 수 있는 한 호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 장혜영의 꿈은 뭐에요?
"무사히 할머니가 되는 것. 혜정과 평범하게 행복한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면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 박정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중략)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 웃을 거야
하하하하
- 장혜영 작사, 작곡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중에서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책을 사주세요~ (웃음). 이 책을 쓰기 위해 32년을 살았습니다!(웃음)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사실이에요.(웃음) 글을 쓰면서 느꼈지만 제가 문장을 아름답게 쓴다거나, 글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타입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걸 아주 오랫동안 다듬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인생으로 쓴 책이라고 생각해요. 2018년씩이나 되었는데 이렇게까지 어이없을 정도로 차별적인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라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했다. 과연 혜영, 혜정씨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무사히 평범하고 행복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은
특별한 어떤 개인의 바람이 아니라 이 사회와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어떤 책임일지 모른다. 정말로 그들이 무사히 할머니가 되는 그런 날이 온다면 이 사회는 아주 조금은 더 살만한 곳이 되었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혜정, 혜영바라봄 사진관 ⓒ 박정우


우리가 함께하는 나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를 열 받게 하는 연약함을 사랑한다. 이런 시간을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우리의 앞날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건, 나는 혜정이의 언니이자 나 자신으로 혜정이의 한 걸음 뒤에서 언제나 혜정이를 응원할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울림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의 끝은 우리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말하기보다는 오랫동안 듣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 <어른이 되면> 중에서
저자가 직접 소개하는 <어른이 되면>을 보고 싶으면 클릭!
https://youtu.be/mhiZ7zaw2co

덧붙이는 글 인터뷰어이자 이 기사를 작성한 박정우 시민기자는 <어른이 되면>을 출간한 우드스톡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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