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안 하면..." 안희정, 언론에 거래 제안 의혹 제기
‘위력에 의한 간음’ 등 3차 공판... 캠프 자원봉사자 증인 출석
▲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오전 공판을 끝마친후 법원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최윤석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사건이 폭로된 직후 언론사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이 나왔다. 또 부인과 아들이 피해자의 행실 관련 자료를 수집하려 했다는 구체적 증언도 법정에서 제시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9일 오전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간음 등 3차 공판을 열고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구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취재 중단하면 부인 출연시키겠다"
이날 구씨는 사건 직후 안 전 지사가 한 방송사에 거래를 제안한 정황을 증언했다. 당시 상황을 묻는 검사 질문에 그는 "한 기자로부터 안 전 지사의 위력을 규명하는 취재 중에 안 전 지사가 회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를 중단하면 부인 민주원씨를 방송에 출연시키겠다고 제안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라면서 "해당 간부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취재 기자가 격렬하게 저항해 기사는 나갔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뉴스룸>에 출연 한 날 밤, 안 전 지사 가족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온 사실도 털어놨다. 구씨는 "그날 밤 평소 친하게 지낸 안 전 지사의 아들에게 '형 그 누나 정보를 취합해야 할 거 같은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라면서 "무슨 말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부인 민주원씨가 전화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씨는 "민씨가 (피해자의 평소 행동이 이상했다는 취지의 험담을 한 뒤) 'OO씨가 친했으니 평소 행실이랑 과거 연애사를 알아봐 줄 수 있겠냐'라고 물어 '그게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고 거절했다"라고 전했다. 또 "안 전 지사 측이 부적절하게 대응하려는 느낌을 받았고 피해자를 그냥 둘 수 없어 '김지은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구씨는 피해자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고충을 토로한 사실도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가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욕이 나오려고 한다, 힘들다'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라면서 "2016년 11월에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면서 카톡을 탈퇴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닌지 심각하다고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또 "그때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인지 말하지 않아 업무적으로 힘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제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부연했다.
구씨는 안 전 지사와 피해자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 사실을 인정했을 때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라면서 "둘 사이에 성관계가 존재했다면 그건 합의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수행비서로 일하며 피고인(안 전 지사)에 대한 이성적 호감을 드러낸 적 있느냐'라는 검사 질문에는 황당한 듯 웃으며 "없다"라고 답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약 2시간 가까이 신문이 이어지는 동안 눈을 감은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