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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죽이는 수의사 아닌 살리는 수의사 되고 싶었다"

[인터뷰] 유기견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등록|2018.07.10 16:52 수정|2018.07.11 09:36
[기사 수정: 7월 11일 오전 9시 35분]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포인핸드'는 전국의 유기동물 정보와 통계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유기동물은 보호소에서 15일 동안 데리고 있다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한다. 포인핸드는 이런 유기동물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입양 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포인핸드는 반려인들 사이에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안락사를 당하게 될 유기동물을 구한다는 점,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되어줄 반려 동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입양'한다는 점 등 매력적인 포인트는 넘쳤다. 현재 어플리케이션의 누적 다운로드는 60만에 근접하고, 하루 접속자는 2만 2천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포인핸드를 이용하고 있다.

수의사 이환희는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잠시 머물다가 죽어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어플을 만들어 '포인핸드'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본격적인 수익모델을 구상하던 중 그는 '사회적경제'를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의 소셜벤처로써 이환희 대표가 성장한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달 29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 이환희


- '포인핸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의사가 된 이후 동물보호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하루에 5~6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한다. 그런데 유기동물은 구조만 될 뿐, 주인이 찾아가거나 입양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호소에서는 15일 동안 데리고 있다가 안락사를 시키는데, 그 일을 수의사가 한다. 사실 수의사는 동물의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인데, 예를 들어 AI나 구제역 같은 동물들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 동물을 살처분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동물을 좋아하고, 생명을 지키는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수의사란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드에서 나는 동물을 죽이는 역할을 맡았다. 대단한 모순이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았다. 현장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높다. 동물을 살처분한 날에 수의사들끼리는 별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술을 많이 마신다. 동물의 죽음에 무덤덤해지려 노력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거다. 무의식 중에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이는데, 이것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나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다행히 내게는 앱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동물에 대한 정보가 누구보다 많았다. 내 안에 있는 이 두 가지 특징이 유기동물이라는 공공데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로 연결 된 것 같다."

- 수의사 출신 개발자란 이력이 특이하다. 개발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반려동물 만이 아니라, 그냥 동물을 보는 것 자체가 좋았다. 물가에 가면 물고기들 보는 것도 좋았고, 동물원 다니는 것도 즐겼다. 대학에 진학할 때,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리스트를 몇 개 잡아놓았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수의사였다.

대학을 다닐 때, 컴퓨터를 조립하는 취미가 있었다. 수 백 대의 컴퓨터를 조립했는데, 조립은 간단한 거니까. 좀 지루하다고 느낄 때 즈음,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1년 동안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포인핸드를 만들기 전에 앱을 한 6개 정도 만든 것 같다."

- 포인핸드를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조금 단순하게, 그저 사람들에게 유기동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 목적으로 두었다. 수익모델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고, 무작정 달린 것이다. 다행히 포인핸드를 아껴주는 분들이 많았다. 2016년에 10만 건 이상의 앱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니까. 이 쯤 되니, 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업무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서버 비용도 몇 백 만 원씩 소요하게 되었다. 좋은 마음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수익모델은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어플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광고 수익이 날 수 있었는데,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광고는 내용을 가리지 않고, 비용만 맞으면 뜨게 된다. 이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포인핸드가 가진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며 수익을 발생시켜야 했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카라'라는 동물보호 시민단체의 대표이신 임순례 영화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이 내 고민을 들으시더니 사회적기업을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그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보를 처음 검색해 봤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란 지원사업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단법인 PPL이라는 곳을 통해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신청했고, 이후 체계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수익모델'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포인핸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수익모델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이런 이슈만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육성사업에 선정된 후, 나는 본격적으로 창업을 설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 같이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육성사업이 제공하는 마케팅, 회계, 세무 등에 대한 교육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수익모델은 동물병원과 펠로우를 맺는 것이다.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받은 유기견에 대한 종합검진을 펠로우를 맺은 동물병원에서 하게 되면, 입양자는 종합검진 비용을 절감하게 되고 우리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현재 펠로우 병원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펠로우 말고도 기업의 CSR(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해서 캠페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하거나 굿즈 같은 것을 판매하기도 한다.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 제안들 중에 우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며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 기업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우리는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공익적인 활동과 수익 행위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에 해당한다. 소셜 벤처의 가장 큰 힘은 사람들의 신뢰다. 포인핸드 또한 이 신뢰를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사업성만 놓고 보면 이는 약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

위에서 예를 들었지만, 우리 같은 회사는 어플에 광고를 달 때도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펠로우를 맺고 있는 동물병원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걸 사업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짜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면, 중요한 자산인 신뢰가 깨진다. 포인핸드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충남 보령에 사는 회원분이 경기도 고양시의  일산에 있는 동물 병원에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추천을 했기 때문에, 그 추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무겁다. 만약 우리가 수익성만 놓고 활동을 확장하게 되면 이런 회원들에게 실망을 안기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활동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수익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이게 또 소셜 벤처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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