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받은 '간디 자서전과 모형 물레' 선물의 의미
[인도 국빈 방문] 문재인 대통령, 모디 총리와 함께 간디기념관 둘러봐
▲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뉴델리 간디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인도 국빈 방문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간디기념관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 시각) 모디 총리와 함께 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간디기념관을 방문해 간디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걸었던 발자국을 따라 이동한 뒤 간디기념비에 헌화했다. 이어 간디가 기도하던 장소 등 기념관 내부를 둘러봤다.
간디기념관은 간디가 마지막 생애 144일을 지냈고, 지난 1948년 1월 30일 극우파 힌두교도 청년에게 암살당한 곳이다. 원래는 인도의 대부호이자 간디의 후원자였던 바를라(Barla)의 저택이어서 '바를라 하우스'라고도 부른다. 지난 1971년 인도 정부가 이 저택을 사들여 2년 뒤인 1973년 8월 15일 간디기념관(국립)으로 개축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헌화한 간디기념비는 건물 뒷편의 작은 정자에 세워진 것으로 간디가 극우파 힌두교도 청년에게 암살당한 장소다. 여기에는 간디의 마지막 발걸음이 시멘트로 본을 떠 구현돼 있다.
간디기념관 안에는 비둘기를 손에 쥔 남자, 여자 아이와 함께 있는 간디의 동상이 있다. 이는 모든 빈곤한 자들을 위한 간디의 관심을 상징한다고 한다. 인도의 유명한 조각가인 스리 람 수타르(Sri Ram Sutar)의 작품이다. 동상 하단에는 ' My Life is My Message'(나의 인생이 나의 메시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간디기념관은 뭄바이에 있는 또다른 간디기념관인 '마니 바반'(Mani Bhavan)와는 별개다. 마니 바반은 간디가 지난 1917년부터 1934년까지 살았던 주택이다. 같은 기간 간디가 인도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운동본부로 사용한 곳이다.
모디 총리 "간디의 평화.인권.포용은 문재인 정치철학과 맞닿아 있어"
▲ 인도 뉴델리의 간디기념관 ⓒ 청와대 제공
이날 동행한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간디의 생애와 간디기념관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평화와 인권, 포용정신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간디의 사상이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맞닿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도 국민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간디를 기념하는 곳에서 모디 총리와의 첫 일정을 시작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도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인도 독립운동과 비폭력 저항의 상징인 간디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인도의 독립운동이 우리의 3.1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등의 얘기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 방문하기 직전 인도 최대 영문 일간지인 <타임 오브 인디아>(Time of India)와 한 인터뷰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There is no path to peace, Peace is the path)'라는 간디의 평화 명언을 인용하는 등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에 깊은 존경심을 보냈다(관련기사 : 문재인 대통령이 간디의 '평화 명언'을 인용한 이유).
간디 기념관에서도 문 대통령의 화두는 '신남방정책'이었다. 그는 "우리 외교의 지평을 남아시아로 과감히 확대해 인도와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라며 "이번 인도 국빈 방문을 통해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향해 양국이 함께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인도 정부의) 신동방정책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 가기를 희망한다"라며 "내일(10일) 개최될 정상회담에서 한-인도 관계 발전을 위한 문 대통령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길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흥미롭게도 이날 동행한 모디 총리는 간디와 동향이다. 간디는 구자라트지방의 소왕국 재정장관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했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자 '독립운동가'로 변신했다.
간디는 지난 1915년 인도로 귀국해 비폭력.무저항.불복종 운동을 벌이며 인도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 1948년 1월 극우파 힌두교도 청년에게 암살당하자가 화장터인 '라즈가트'에서 화장을 하고, 그의 뼈가루는 갠지스강에 뿌려졌다. 간디기념관은 라즈가트 옆에 위치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해 함께 미래 준비해 나가자"
청와대는 "두 정상은 유년기 빈곤 등 시련을 극복하고 지도자가 되어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통해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국정철학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두 정상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방안과 서로의 정치적 소신, 개인적 관심사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하며 상호 신뢰와 우의를 다졌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양 정상은 '사람이 먼저'라는 기본철학을 바탕으로 양국민이 더 가까워지도록 하고, 양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호혜적 경제협력으로 상생번영을 촉진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역내 평화와 안정에 힘을 합하고,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공동대응을 통해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관측으로부터 간디 자서전과 모형 물레를 선물받았다. 생전에 간디는 모든 인도 사람들이 날마다 한두 시간만이라도 물레질을 할 것을 권유했다. 물레질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 인간적 규모 기계의 전형'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