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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575그루 베어낸 전남대, 이번엔 박물관까지 허물어

“학교 주인은 누구?” SNS서 비판 여론 확산... 시민들 "63년된 건물인데"

등록|2018.07.10 11:20 수정|2018.07.10 11:22

▲ 최근 전남대가 디지털 도서관 신축공사로 중앙도서관 뒷편 숲을 벌목하고 구 박물관 건물도 허물었다.<사진제공=김향득 사진작가> ⓒ 광주드림


전남대가 신축공사를 위해 나무 575그루를 베어낸 데 이어, 같은 자리, 전남대 개교와 역사를 같이하는 유서 깊은 건물마저 훼손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자비한 벌목(본보 6월27일자 '575그루, 전남대 또 나무를 베다')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이다. 숲은 황무지가 되고, 연이어 63살의 구 박물관 건물까지 헐리는 모습을 본 시민들의 치미는 분노와 안타까운 심경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8일 5·18사적지를 돌며 사진을 찍는 김향득 작가가 자신의 SNS에 한 장의 사진을 게재한게 시발점이 됐다. 사진 속 전남대 옛 박물관 건물은 벽면 일부만 남기고 처참하게 뜯겨진 모습이었다.

구 박물관은 중앙도서관 뒤편 숲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 벌목으로 허허벌판이 되자 모습을 드러냈다.

▲ 지난달 벌목 직후 남아있던 구 박물관 건물 전경.<광주드림 자료사진> ⓒ 광주드림


  
건축위해 575그루 베고 구박물관 건물까지
 
지난달 전남대는 인문대와 중앙도서관을 잇는 언덕 숲을 밀고, 디지털 도서관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김 작가는 이날 사진과 함께 남긴 글에서 '문화재급 건물을 깡그리 부셔서 새 건물로 신축중'이라며, '공사현장을 가서 보니 꼭 1980년 5·18 당시 신군부 계엄군들이 몰려온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2000년대 초 전남대가 인문대 1호관도 헐려고 해 항의했던 일이 떠오른다'며 '문제제기 후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결국 등록문화재로 보존됐는데, (구 박물관은) 현장성이 사라졌다'면서 비통한 심경을 표현했다.

구 박물관 건물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유서 깊은 건물로 학교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이 건물은 개교 3년 뒤인 1955년 100평 규모의 1층 석조건물로 지어져 초창기 법과대학 건물로 사용됐으며, 1957년부터 2002년 용봉문화관이 지어지기 전까지 박물관으로 사용됐다.

이후 2014년 독일문화원 광주어학센터가 들어섰고 헐리기 전까지 독특한 디자인과 역사성을 인정받으며 잘 보존돼 왔다.

이같은 건물이 훼손된 사진을 SNS에서 확인한 시민들은 '뭣이 중한지도 모를 만큼 역사의식이 없다' '지켜야 할 것을 못 지키면 도시의 역사가 없다' 등의 거센 비판을 제기했다.

앞서 이곳의 나무들이 벌목될 때도 시민들은 "나무들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대학의 역사와 학생들의 추억을 담고 있어 대학 행정이 마음대로 벌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울분을 터뜨렸었다.

▲ 전남대 디지털 박물관 공사 현장. 수백그루 나무가를 베어낸 자리에 유서깊은 옛 건물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며칠 뒤 이 건물도 헐리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 광주드림


옮긴대도 현장성 상실…역사 홀대 통탄
 
본보 취재 당시, 전남대는 구 박물관 건물 보존과 관련 "건물 철거 후 벽면 일부를 신축건물에 재현할 계획이었는데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이전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원형 보존이 철칙"이라며 "이전 후 복원되더라도 역사적 현장성이 없어져 의미가 축소된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미 손을 쓸 수도 없게 파헤쳐버린 전남대의 독단적 행보"에 대한 허망함도 크다.

한 시민은 '도청 복원만큼 중요한 사안인데, 전남대 민주동문들이 나서면 싶다'는 바람을 전했지만, '이미 파헤쳐 버려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답글이 달렸다.

한편 전남대는 디지털 도서관을 짓기 위해 교육부 예산 248억 원을 투입하고 연면적 1만498㎡(건물점유면적 4093㎡)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총 716그루 나무 중 575그루는 베고 나머지는 캠퍼스 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고 밝혔다. 전남대가 신축공사를 위해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낸 건 본보가 확인한 것만 세 번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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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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