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카리오2' 범죄에 물든 곳, 미국인들이 느낀 혼란과 공포

[리뷰]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트 9.11’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이면

등록|2018.07.13 11:08 수정|2018.07.13 11:10

▲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터 ⓒ (주)코리아스크린


미국에서 국경 지역과 도심에서 잇따른 폭탄 테러를 일어난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주도하는 불법 밀입국자들 속에 테러리스트들이 섞여서 들어온 것이라 판단한 미국 정부는 CIA 요원 맷 그레이버(조슈 브롤린 분)에게 비밀 작전을 지시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맷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용병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 분) 등과 함께 멕시코 최대 카르텔 조직 보스의 딸 이사벨라 레예스(이사벨라 모너 분)를 납치한다.

이사벨라를 이용하여 갱들끼리 전쟁을 일으키게 한다는 맷과 알레란드로의 계획은 어느 순간부터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미국 정부와 맷은 대립하고 알레한드로와 이사벨라는 위험에 빠진다. 

2015년 작품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분)의 눈으로 '포스트 9.11' 시대에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이면을 관찰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목적 달성을 위해선 불법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어떤 더러운 손도 맞잡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 영화의 드니 빌뇌브 감독은 물론 테일러 쉐리던 각본가,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에게 칸 영화제,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는 존경을 바쳤다.

전편보다 10배 더 잔인한 각본,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 코리아스크린


속편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선 조슈 브롤린과 베니시오 델 토로, 전작의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이 다시 뭉쳤다. 메가폰은 <수부라 게이트>를 감독했던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이 잡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마션>을 찍은 다리우스 윌스키 촬영감독이 합류했다. 음악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음악감독이었던 故 요한 요한슨과 파트너였던 힐두르 구드나도티르가 맡았다.

'국경 3부작'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 리버>를 내놓은 테일러 쉐리던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각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실제로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자랐던 테일러 쉐리던은 거주했던 곳이 범죄에 물들고 황량해진 사실이 안타까워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집필했다고 전한다. 그는 속편에 대해 "시카리오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전편보다 10배는 더 무자비하고 잔인한 각본을 썼다"고 설명한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심장부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과거엔 카르텔이 마약을 팔아 돈을 벌었지만, 이젠 불법 이민으로 수입을 올리는 상황이다. 영화는 마약 카르텔의 새로운 사업인 밀입국과 테러를 연결하고 불법 이민자, 테러리즘, 마약과의 전쟁을 하나로 섞는다. 그리고 현재 미국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를 관찰한다.

<시카리오1>과 달리 희망이 엿보이는 결말

▲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 코리아스크린


전편과 마찬가지로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CIA, 멕시코 경찰, 마약 카르텔 등에서 정의란 구분은 무의미할 뿐이다. 모두가 서로 죽이려는 암살자(시카리오)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더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맷은 미국의 어두운 얼굴과 다름없다. 그는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납치, 고문, 살인 등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맷의 부대가 벌이는 작전은 미국이 국제 사회에 개입하는 방식 그대로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마지막은 절망 그 자체였다. 반면에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희망을 엿본다. 그 중심엔 전편의 케이트처럼 살인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목격하는 이사벨라가 위치한다. 이사벨라는 아버지, 알레한드로, 맷, 바꾸어 말하면 과거 세대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똑똑히 본다.

영화는 변화하는 이사벨라를 빌려 도덕성을 서사에 새긴다. 맷과 알레한드로는 자신들이 시작한 마약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사벨라라는 도덕적 딜레마와 직면한다.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던 알레한드로와 전쟁을 벌이는 데 혈안이었던 맷은 내면에 있던 도덕성을 발견하게 된다. 희망은 그렇게 싹을 틔운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분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만큼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전작의 그림자만 지운다면 액션의 재미와 스릴러의 완성도에서 부족함이 없다. 오늘날 미국이 처한 불법이민과 테러리즘 문제를 이야기하는 시의적절함과 이것을 장르 안에서 잘 풀어내는 슬기로움도 겸비했다. 미국 정부를 향한 비판의식도 돋보인다.

<시카리오> 시리즈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계획되었고 프로듀서 트렌트 럭킨빌에 따르면 현재 3편 제작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3편에서 알레한드로와 맷은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 테일러 쉐리던이 쓴 국경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