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길거리에 세월호 노란리본? 이유가 있었다
[스페인 포루투칼 여행기5] 바르셀로나에 만난 노란색 두 가지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곳은 유럽대륙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또한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던 곳입니다. 거리에는 100년이 훨씬 넘는 고색창연한 건물들로 즐비합니다.
람블라스 거리 같은 곳은 야외 카페와 레스토랑, 또 꽃집과 기념품 가게들로 더욱 활기찹니다. 가끔 만나는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마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스스럼없는 스킨십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도 전통춤 플라멩코의 스텝처럼 경쾌함이 느껴집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만든 노란 꽃길
인파 속을 걸으며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습니다. 낯선 거리에서 길을 잃지 않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시원한 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노란 꽃잎이 숱하게 떨어진 거리를 지납니다. 슬쩍 부는 바람에도 노란 꽃잎이 꽃비가 되어 흩날립니다.
무슨 나무일까? 우리는 고개를 들고 나무를 쳐다봅니다. 키가 큰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이거 아카시아 잎과 비슷한데, 꽃 색깔이 다르네요!"
"그러게! 아카시아꽃은 하얗게 피고 지는데…."
나무 이파리가 아카시아와 같습니다. 아카시아는 하얀 꽃만 피는 줄 알았는데, 노란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도 있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손이 닿은 노란 꽃잎 하나를 따 향기를 맡아봅니다.
"옅은 아카시야 꽃향기가 나요! 잎도, 꽃향기도 비슷하니 아카시아 종류가 맞는 것 같아요."
나무에 달린 노란 꽃잎을 혀끝에 대봅니다.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납니다.
바르셀로나의 유월은 유럽 아카시아나무에서 피어나는 노란 꽃으로 거리를 화사하게 수놓는다고 합니다.
노란 꽃잎이 깔린 꽃길을 살며시 밟고 지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도 이런 꽃길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르셀로나에서 보는 세월호 노란 리본
이번에는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노란색이 띕니다. 너무도 익숙한 노란리본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아니, 이게 뭐야! 세월호 노란리본 아냐. 바르셀로나에 웬 세월호 리본일까! 설마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아닐 테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우리 세월호의 슬픔과 바람이 담긴 노란리본을 보다니! 스프레이로 아스팔트에 그려놓은 리본이 세월호 리본과 모양이 똑 같습니다. SOS라는 글씨도 눈에 띕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노란리본, 무슨 연유가 숨어있는 걸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아내가 가이드를 찾습니다.
"세월호 노란리본이 군데군데 있던데요?"
"아스팔트에만 그려진 게 아니에요. 주택 창가, 또 전봇대에도 노란리본 깃발이 걸려있기도 해요.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옷깃에 노란리본을 달 듯, 옷깃에 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여기선 무슨 의미가 담긴 거죠?"
"아주 깊은 뜻이 있지요!"
스페인에서 몇 년을 산 가이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노란색 리본이 목격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베리아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현 카탈루냐의 주도(州都)입니다. 카탈루냐는 대륙의 유럽문명과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이슬람문명이 교차하는 문화의 황금어장이었습니다. 로마시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중해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곳입니다.
이런 카탈루냐는 역사적으로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국가였습니다. 그런데, 18세기에 발발한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패하면서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잃고, 스페인에 병합되고 맙니다. 또, 1930년대에 있었던 스페인내전과 프랑코 독재시대에는 오랜 세월 억압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는 카탈루냐 사람들에게는 가슴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따라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카스티야 지방, 현 수도 마드리드 중심체제에 대한 심리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박탈감에서 과거 독립왕국이었던 자신들의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독립을 주장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을 원하는 이유 가운데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장 부유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세금은 가장 많이 내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와야 할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을 낳았고, 또 독립운동을 벌이던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었습니다.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에서의 노란리본은 독립에 대한 의지와 투옥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목격한 노란리본의 참뜻을 알고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노란 리본의 유래는 미국에서 감옥에 갇힌 남편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아내가 집 앞에 노란 깃발을 단 것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룬다'는 비폭력적인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이 묻어있는 의사표시입니다.
카탈루냐 주민들의 독립의지와 그로 인해 갇혀있는 사람들의 석방을 바라는 간절함과 가슴 아팠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에 노란리본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 바르셀로나의 고색창연한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전갑남
람블라스 거리 같은 곳은 야외 카페와 레스토랑, 또 꽃집과 기념품 가게들로 더욱 활기찹니다. 가끔 만나는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마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스스럼없는 스킨십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만든 노란 꽃길
인파 속을 걸으며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습니다. 낯선 거리에서 길을 잃지 않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 노란 아카시아꽃이 피어있는 가로수. ⓒ 전갑남
▲ 노란 꽃잎으로 길 바닥을 장식하였습니다. ⓒ 전갑남
플라타너스 가로수 시원한 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노란 꽃잎이 숱하게 떨어진 거리를 지납니다. 슬쩍 부는 바람에도 노란 꽃잎이 꽃비가 되어 흩날립니다.
▲ 바르셀로나 거리에는 노란 꽃 아카시아 가로수가 많았습니다. ⓒ 전갑남
무슨 나무일까? 우리는 고개를 들고 나무를 쳐다봅니다. 키가 큰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이거 아카시아 잎과 비슷한데, 꽃 색깔이 다르네요!"
"그러게! 아카시아꽃은 하얗게 피고 지는데…."
나무 이파리가 아카시아와 같습니다. 아카시아는 하얀 꽃만 피는 줄 알았는데, 노란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도 있는 모양입니다.
▲ 색깔만 다르지 흰 아카시아 꽃잎과 같습니다. ⓒ 전갑남
아내가 손이 닿은 노란 꽃잎 하나를 따 향기를 맡아봅니다.
"옅은 아카시야 꽃향기가 나요! 잎도, 꽃향기도 비슷하니 아카시아 종류가 맞는 것 같아요."
나무에 달린 노란 꽃잎을 혀끝에 대봅니다.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납니다.
바르셀로나의 유월은 유럽 아카시아나무에서 피어나는 노란 꽃으로 거리를 화사하게 수놓는다고 합니다.
노란 꽃잎이 깔린 꽃길을 살며시 밟고 지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도 이런 꽃길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르셀로나에서 보는 세월호 노란 리본
▲ 길거리 아스팔트에 그려진 세월호 노란 리본,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 전갑남
이번에는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노란색이 띕니다. 너무도 익숙한 노란리본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아니, 이게 뭐야! 세월호 노란리본 아냐. 바르셀로나에 웬 세월호 리본일까! 설마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아닐 테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우리 세월호의 슬픔과 바람이 담긴 노란리본을 보다니! 스프레이로 아스팔트에 그려놓은 리본이 세월호 리본과 모양이 똑 같습니다. SOS라는 글씨도 눈에 띕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노란리본, 무슨 연유가 숨어있는 걸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아내가 가이드를 찾습니다.
"세월호 노란리본이 군데군데 있던데요?"
"아스팔트에만 그려진 게 아니에요. 주택 창가, 또 전봇대에도 노란리본 깃발이 걸려있기도 해요.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옷깃에 노란리본을 달 듯, 옷깃에 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여기선 무슨 의미가 담긴 거죠?"
"아주 깊은 뜻이 있지요!"
스페인에서 몇 년을 산 가이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노란색 리본이 목격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 거리 곳곳에 표시된 노란 리본입니다. ⓒ 전갑남
이베리아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현 카탈루냐의 주도(州都)입니다. 카탈루냐는 대륙의 유럽문명과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이슬람문명이 교차하는 문화의 황금어장이었습니다. 로마시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중해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곳입니다.
이런 카탈루냐는 역사적으로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국가였습니다. 그런데, 18세기에 발발한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패하면서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잃고, 스페인에 병합되고 맙니다. 또, 1930년대에 있었던 스페인내전과 프랑코 독재시대에는 오랜 세월 억압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는 카탈루냐 사람들에게는 가슴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따라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카스티야 지방, 현 수도 마드리드 중심체제에 대한 심리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박탈감에서 과거 독립왕국이었던 자신들의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독립을 주장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을 원하는 이유 가운데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장 부유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세금은 가장 많이 내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와야 할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을 낳았고, 또 독립운동을 벌이던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었습니다.
▲ 노란 리본과 함께 쓰여진 SOS. ⓒ 전갑남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에서의 노란리본은 독립에 대한 의지와 투옥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목격한 노란리본의 참뜻을 알고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노란 리본의 유래는 미국에서 감옥에 갇힌 남편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아내가 집 앞에 노란 깃발을 단 것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룬다'는 비폭력적인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이 묻어있는 의사표시입니다.
카탈루냐 주민들의 독립의지와 그로 인해 갇혀있는 사람들의 석방을 바라는 간절함과 가슴 아팠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에 노란리본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