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마라
교육 개혁, 현장에서 뭉개버릴 것인가
▲ 내부형 교장공모제 문제로 시위 중인 O중학교 교사들 ⓒ O중학교 대책위원회
교육기본법 2조에는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민주국가 발전의 이상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확대는 이 법에 충실하게 학교정책을 구현하는 초석이 된다. 해방 후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교육법의 이념인 민주시민 양성 내지 민주적인 학교운영과 동떨어진 상태로 운영돼 왔다. 아이들 수업과 상담, 그리고 자치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승진점수를 쌓고 관리해온 학교장 1인에 의해 교육현장이 왜곡돼 왔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핵심정책이다. 점수를 따서 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기존 교장자격증제의 폐해가 너무 컸던 탓이다. 교장이 되기 위해 20년 이상 점수를 쌓고 관리해온 인물이 권위주의적인 학교행정으로 학교현장을 황폐하게 만든 근본 원인으로 작용해 온 탓이다. 위계적인 상명하복의 학교 문화 속에서는 민주적인 인간관계의 조성과 평등한 교직문화의 형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D초등학교와 O중학교에선 그런 희망을 안고 학교현장의 변화를 시도했다. 해당학교 학부모·교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평교사가 1순위 교장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그분들은 민주적인 학교운영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평판도 좋다.
그런데 해당 교육지원청에선 평교사 출신 1순위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서울시 교육청에 추천한 것이다. 이것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취지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행위이다. 교육개혁의 사령탑인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을 현장에서 뭉개버리는 짓이기 때문이다. 해당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옳다. 해당학교가 민주적인 학교행정을 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해당 교육지원청이 오히려 학교민주화의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서울시 교육이 개혁으로 혁신할 수 있느냐 아니면 무늬만 개혁교육감인지를 판단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진보교육감으로 재선된 조희연 교육감의 지난 1기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학교현장의 변화는 미미했고 교사들은 잡무처리에 허덕였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는 권위주의적인 교장 등 학교관료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다. 한 마디로 진보교육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중간 교육 관료들의 적폐 청산 없이 민주적인 학교운영은 요원한 일이었다.
진보교육감으로 재선된 지금이 서울교육개혁을 이룰 절호의 기회이자 임기 초반 최적의 시기이다. 민주적인 학교행정 등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중간 교육 관료들의 농간을 차단하고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중차대한 임무가 진보교육감에게 주어졌다. 학교현장의 변화를 열망해온 현장교사로서 서울 혁신교육, 교육개혁 사령탑인 조희연 진보교육감의 개혁의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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