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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와 단고기를 위한 변명

[주장] 법으로 먹거리를 금지시켜야 되는가?

등록|2018.07.24 10:45 수정|2018.07.24 10:45
민족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축척시켜온 사고체계나 생활양태 및 지혜 등을 민족문화라고 한다.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민족도 우수한 고유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남북분단이란 민족의 참화가 70년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오천년의 민족사에서는 짧은 순간일 뿐이다.

고유한 문화가 쉽게 바뀌진 않았겠으나 남북이 단절된 상황에서 각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발전시켜 왔기에 일부분에 있어서는 이질화(異質化)가 심화되어 왔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개고기 식용 문화일 것이다.

북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말이다.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남북의 왕래가 빈번했던 시기에 평양에서 개고기(단고기) 코스 요리를 접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중국의 주은래 총리가 북측의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단(개)고기를 대접받았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북에서는 개고기 식용문화가 상대적으로 더 발전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북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평양의 고려호텔 2층에 있다는 개고기 식당에서 북쪽의 단고기 코스요리 맛도 볼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여름철이 되면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규정하고 식용을 금해야 한다는 동물 애호가들의 주장과 전통음식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고기 식용 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 위린(玉林) 시에서는 매년 하지를 시작으로 열흘간 '개고기 축제'가 열려 엄청난 논쟁이 일고 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개고기의 인기가 높아져 년간 1천만 마리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법안이 지난 6월 15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을 대표로 의원 발의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6월 20일 발의했다고 한다. 두 법이 모두 국회에서 통과되면 개는 더 이상 식용 목적으로 기를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동물보호단체 등 식용 반대론자들은 열악한 사육환경과 도축 및 유통 과정상의 비위생적인 면과 함께 반려 동물인 개를 먹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발의된 법률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키우거나 취급하는 농장주나 판매상들은 식용으로 도살되는 개는 반려견과 다르기에 불법이 아닌 행위로 식용개도 위생적으로 도축, 유통되고 있어 생계의 위협을 줄 수 있는 관계로 하루 아침에 식용개 취급을 법으로 금지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 해줘야 생산적인 논쟁이 가능하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들을 비롯한 우리 내부의 자체적 인식과 개고기를 먹지 않는 서구의 문화가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화 사회에서 자신의 판단이 반드시 선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사회적 현상과 문화를 바꾸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 더욱이 문화적 현상을 법으로 규제하거나 강제로 퇴출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는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가기고 있는 생명체이다. 개고기 식용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예전에 비해 생명력이 약해졌고 파생되는 경제력도 하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더 합리적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식품안전 관리 차원에서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취급하는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곳은 정부와 국가인 관계로 극소수의 사람이 선호하는 식품이라도 국민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혐오식품이라는 극단적인 전제를 가지고 우리의 먹거리 문화 중 하나로 이어져 온 현상을 법으로 금지하도록 요구하기보단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우리 사회에 확대시켜 가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전환과 문화적 변천은 법으로 금지시키고 강제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화 발전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구석기 시대가 신석기 시대로 변한 것이 아니다.

개고기 애호가들이 단고기를 먹기 위해 평양까지 가야할 행복한(?)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은 단꿈이 아닌 개꿈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충북 보은군에서 발행되는 보은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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