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뜯겨 나간 토마토, 사람이 먹은 게 아닙니다

영리한 까치들과 함께 토마토를 나눠먹었습니다

등록|2018.07.24 17:17 수정|2018.07.24 17:56
이른 아침, 나는 토마토 밭으로 향합니다. 토마토 밭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렇게 부릅니다. 찰토마토 6개, 방울토마토 6개를 심었는데, 우리 식구가 먹고도 남을 정도이니까요.

'오늘은 토마토 몇 개나 딸 수 있을까?'

어제 눈여겨 본 게 몇 개 있었으니까, 기대가 됩니다.

▲ 날짐승이 잘 익은 우리 집 토마토를 냠냠했습니다. ⓒ 전갑남


그런데, 이게 뭔일일까요. 우리보다 먼저 입맛을 다신 게 있는 게 아닙니까? 어제 아침 따려다 아껴 둔 토마토에다 누가 생채기를 냈습니다. 어떤 녀석들이 냠냠했을까? 까치, 비둘기, 아니면 꿩의 소행일까?

지켜보지 않았으니 누가 저질렀는지 모를 일입니다. 가을에 까치밥으로 남겨 둔 감나무 홍시를 까치가 파먹듯 상처를 내놨습니다. 말랑말랑 잘 익은 토마토에다! 맛있는 것은 날짐승도 먼저 아는 모양입니다. 용케도 잘 찾았습니다.

▲ 잘 익은 걸로만 골라 먹었습니다. ⓒ 전갑남


주위를 살펴보니 이웃집 나뭇가지에 까치 몇 마리가 보입니다. '까치녀석들, 네놈들 짓이구나!' 까치한테 의심을 품게 됩니다. 아내는 창문을 열고 성화입니다.

"당신. 토마토 안 따오고 뭐해요? 지금 주스 갈려고 하는데."
"그럴 일이 있네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당신, 나와서 이것 좀 확인해보라구!"


아내가 한달음에 밭으로 나왔습니다. 내가 가리키는 토마토를 보더니만, 아내는 별일도 다 있다는 표정입니다.

"어쩔 수 있남. 자연이랑 함께 먹어야지! 전문적으로 토마토농사를 짓는 분들한테, 이런 짐승들 해코지는 무척 속상할 것 같아!"

까치는 사람들로부터 길조(吉鳥)라 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몸단장을 하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까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겼습니다. 울 안에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나 기다리던 손님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우체국의 심벌마크에 까치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농촌에서 까치가 별로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콩이나 팥, 땅콩 등을 파종하여 싹이 틀 때, 까치 녀석들이 떡잎을 죄다 파먹어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녀석들은 잡식성으로 가을에는 추수하려는 곡식을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특히, 수수 익어갈 무렵 알갱이를 훑어 피해가 큽니다.

사람들은 까치가 숲속에서 해충을 잡아먹는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은 잊고, 문제아 중의 문제아로 취급을 합니다. 아내는 생채기 난 토마토도 따냅니다.

"그걸 따서 어떻게 하려고?"
"뭘요. 오려내서 먹으면 되지요."
"멀쩡한 것 딸 게 있는데, 그냥 버리지!"
"뭔 소리예요! 애써 가꾼 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되죠. 좀 전에 부린 짓 같은데, 먹으면 어때요?"


그래도 녀석들이 수작을 부리지 못한 게 많이 남았습니다. 그 양이 꽤 됩니다. 주인이 먹을 것은 남겨준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토마토를 땁니다. 자연이 준 귀한 선물입니다.

▲ 우리가 가꾸고 있는 토마토. 찰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심었습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 전갑남


아내가 날짐승이 파먹은 데를 오려내자 깨끗합니다. 복분자 열매와 함께 믹서에 주스로 갈았습니다. 맛이 참 좋습니다.

▲ 상처난 토마토를 오래내어 깨끗한 부분만 썰었습니다. 먹는데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 전갑남


▲ 복분자와 함께 토마토주스로 탄생하였습니다. 참 맛났습니다. ⓒ 전갑남


토마토는 우리가 심고 가꿨지만, 우리 힘만으로 결실을 가져다준 게 아닐 것입니다. 햇빛, 바람과 비와 같은 자연의 이치로 탐스런 열매를 맺혀준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는 맛나게 먹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