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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③ '양성애' 편 (상)

성소수자(퀴어)와 '도착증'의 차이, 그리고 성소수자 중 양성애자를 비롯한 바이엄브렐라에 대한 정의

등록|2018.07.24 14:16 수정|2018.07.25 15:12

▲ 무지개색의 '우산'들 ⓒ pixabay


지난 기사(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② '동성애'편) 에서는 성소수자 중에서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을 다루었다. 이번 기사의 주제는 양성애, 그리고 그와 비슷한 개념들이라 볼 수 있는 다성애와 범성애이다. 그렇지만 그 주제로 넘어가기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도착증'이다.

혐오세력들이 주장하기를, 동성애를 허용한다면 나중에는 수간이나 소아성애 등의 이상성욕들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도 성소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이다. 그러한 것들은 동성애 또는 양성애 등과 전혀 다른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아성애의 정확한 명칭은 '소아성도착증'이다. 영문 표기를 보자면 페도필리아'Pedophilia'인데, 필리아-Philia라는 접미사는 그 앞에 표기된 대상에 대한 이상성욕을 뜻한다. 소아성도착증이나 수간(주필리아Zoophilia라고 불린다) 등 접미사가 '필리아'인 성도착증은 정신질환이다. 반면 동성애의 영문 표기는 호모섹슈얼리티'Homosexuality'로, 접미사가 필리아가 아닌 섹슈얼리티-Sexuality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성도착증은 인정하지 않는 정서가 형성되어 있기에, 성도착자들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때 동성애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약 40년 전 DSM-III(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III)에서 제외되며 다음과 같은 성명(Position Statement on Issues Related to Homosexuality)이 발표되었다.
"동성애는 행동, 상상, 혹은 정체성으로 표현되는지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전반적인 사회적/직업적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정신의학회의 입장이다.  …(중략)…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가 고쳐져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후략)"

이로써 동성애는 정신질환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오늘의 주제인 양성애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1. 양성애의 정의

양성애는 영어로 바이섹슈얼Bisexual로, 본래 남녀의 두 성에 모두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젠더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그 뜻이 변화되어, 바이섹슈얼은 두 가지 이상의 젠더에 대해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바이로맨틱Biromantic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이상의 젠더에 대해 로맨틱 끌림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다성애와 범성애가 존재한다. 다성애(폴리섹슈얼Polysexual)은 양성애가 두 성별에 대한 끌림을 의미하던 시절 둘 이상의 성별에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였으나, 양성애의 개념이 확장된 지금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범성애(팬섹슈얼Pansexual)는 성별에 대한 특별한 인식 없이 상대에 대한 성적 끌림을 느낌는 것을 의미한다. 다성애와 범성애 모두 섹슈얼(-성애) 대신 로맨틱을 붙이면 위에서 서술한 대로 로맨틱 끌림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바이엄브렐라Bi-umbrella'란 이러하게 한 성별만이 아닌 여러 성별에 대해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을 모아서 부르는 용어이다. 우산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을 포괄하듯, 바이섹슈얼/로맨틱과 같이 다양한 성별에 대해 끌림을 느끼는 정체성들을 포괄한다는 의미이다. 바이엄브렐라에는 바이섹슈얼/로맨틱, 폴리섹슈얼/로맨틱, 팬섹슈얼/로맨틱 외에도 '-플렉시블(-Flexible 휘어진다, 즉 때때로 주가 되는 성별 외의 다른 성별에도 끌림을 느낀다는 뜻)'이나 '플루이드(Fluid 흐른다, 즉 주로 끌림을 느끼는 성별이 시시각각 변한다)' 등이 포함된다.

2. 모노로맨틱/섹슈얼 사회

우리의 사회에는 '사랑은 반드시 한 성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이성애는 인정받고 동성애는 그나마 그 존재라도 널리 알려진 반면, 양성애는 존재부터가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성애나 범성애와 같이 바이엄브렐라 아래에 있는 다른 지향성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사회를 일컬어 모노로맨틱/섹슈얼 사회라고 한다. 접두사 모노(Mono-)는 '하나의'라는 뜻을 가지는데, 따라서 모노로맨틱/섹슈얼은 하나의 성에 대해서만 끌림을 느낀다는 의미가 된다. 하나의 성에 대해서만 끌림을 가지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러한 사회에서는 논-모노로맨틱/섹슈얼(즉, 바이엄브렐라 아래에 위치하는) 정체성들은 흔히 '어떻게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냐'면서 부정되거나, 존재가 인정받더라도 수많은 오해들에 시달린다. 대표적인 예로는 '양성애자는 두 명 이상의 연인(또는 배우자)을 원할 것이다' 와 같은 오해가 있다.

그러한 오해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④ '양성애'편 (하)>에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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