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곳과 닫힌 곳, '극과 극' 금강
[현장 포토]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를 돌아보니
▲ 녹조가 창궐하면서 깊은 물 속에 살아가던 물고기들이 머리만 내밀고 물 위에 떠다닌다. ⓒ 김종술
4대강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흐르는 강물은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강물은 탁하고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기분 좋은 모래 강
▲ 수문이 전면 개방 중인 세종보 하류는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모래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김종술
찾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 있다.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다. 24일 찾아간 세종보는 수력발전소와 맞닿은 곳으로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장맛비에 쓸려온 모래와 자갈이 크고 작은 모래톱을 만들어 놓으면서 강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이곳은 4대강 준공 이후 녹조가 창궐하고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만 득시글하던 곳이다. 해마다 녹조가 발생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그런데 수문개방이 모든 걸 바꿔났다.
졸졸졸 흐르는 강물은 맑았다. 발목이 찰랑찰랑 거리는 곳에 서니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간다. 곳곳에 여울이 생겨나고 모래와 자갈 위로 자맥질하듯이 뒹굴면서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뙤약볕 햇살에도 상쾌한 강바람이 불었다.
실지렁이 가득한 펄밭
▲ 하류 백제보의 영향을 받은 공주보 강바닥은 온통 시커먼 벌 밭으로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만 득시글하다. ⓒ 김종술
하류 공주보는 달랐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낯익은 시큼한 악취가 밀려왔다. 장맛비에 불어났다. 강물이 줄어든 강변은 시멘트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펄이 남아 있다. 강변 자갈은 회칠한 것처럼 말라붙은 펄이 종잇장처럼 말려 있다.
상류 세종보는 유속이 빨랐으나, 이곳은 굳게 닫힌 백제보의 영향을 받아서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물이 정체된 상태에서 바람이 상류 쪽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강바닥은 온통 시커먼 펄층이다. 물밖에 드러난 펄층엔 날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피부병이 걸린 것처럼 붉은 상처가 가득한 죽은 물고기도 보였다.
강물에 한발 밀어 넣자 공기방울이 부글부글 치솟았다. 강바닥에 쌓인 펄이 썩으면서 뿜어내는 암모니아와 메탄가스다. 시커먼 펄 흙을 손으로 파헤치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맨손으로 파헤친 펄에서는 대여섯 마리의 생명체가 나왔다.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다.
녹조가 창궐하는 강
▲ 백제보 갇힌 강물에 녹조가 생겨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다. ⓒ 김종술
페인트를 칠한 게 아니다. 악취 나는 강물 속에 잠깐 담갔다가 뺐더니 흉측한 몰골로 바뀌었다. 4대강 사업 이후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녹조다. 다행인 것은 상류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대적으로 맑은 강물이 흘러내려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녹조가 줄어들었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부근부터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라떼의 대명사처럼 부르던 곳이자 단골 취재 장소다. 이번에도 역시 녹조가 보였다. 녹조 농도를 확인하려고 들어간 강바닥은 온전히 녹색이다. 낮은 강물을 걸을 때마다 녹조 알갱이들이 밑바닥을 스쳤다.
▲ 백제보 상류에 정박 중인 한국수자원공사 바지선 주변에도 온통 녹색이다. ⓒ 김종술
가만히 있으니 눈이 따갑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듯했다. 물 가장자리에는 4대강 사업 이후 항상 목격했던 찰진 녹조가 보였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녹조 알갱이들이 막힌 백제보 때문에 흘러가지 못하고 뭉쳐있다. 가장자리 심한 곳은 녹차 아이스크림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끈적거렸다.
녹조 강물을 두 손으로 떠봤다. 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지난해 감촉과는 달랐다. 작년의 녹조가 두꺼운 녹색 페인트 같았다면, 올해의 녹조는 녹색 물감같이 묽었다. 상류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 개방으로 이곳으로 유입되는 물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빼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다.
백제보는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이 수문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문개방 당시 농작물 피해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위 4.2m인 백제보는 15시 30분 현재 4.0m다. 20cm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 백제보가 보이는 상류에 녹조가 생겨나면서 강물이 녹색 빛이다. ⓒ 김종술
수문개방을 주고 하고 있는 환경부에 수문개방이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봤다. 담당자는 "농민들과 협의가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농민들과 협의한 내용은 내부검토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1차 개방 당시 문제를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환경부의 무능이다. 초기에 해결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시간이 늦어지고 정부의 보상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대 농가도 늘어나고 농민들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농민들 핑계만 댈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 백제보 상류 강물이 온통 녹색 빛이다. ⓒ 김종술
▲ 백제보가 보이는 상류에 녹조가 생겨나면서 강물이 녹색 빛이다. ⓒ 김종술
▲ 백제보가 보이는 상류에 녹조가 생겨나면서 강물이 녹색 빛이다. ⓒ 김종술
▲ 강물이 흐르지 못하는 곳에서는 정수수초인 마름이 자라고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 김종술
▲ 백제보가 보이는 상류에 녹조가 생겨나면서 강물이 녹색 빛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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