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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저임금 8350원'을 두려워 하나?

[게릴라 칼럼] 생계도, 경제도 아닌 '정치싸움'으로서의 최저임금 ①

등록|2018.07.30 09:44 수정|2018.07.30 09:45

▲ 지난 7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난리다. 보수언론을 보면 '올려도 너무 올렸다'며 울분을 토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기사, 사설, 칼럼, 기고문 어디를 들쳐봐도 '자영업자 죽이기'를 성토하는 이야기뿐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보름이 지났는데도, 이들의 분노와 탄식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언론 보도만 보고 있자면, 사회 전체가 (<매일경제>의 표현대로) "8350원 폭탄"의 충격파 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하다. 장엄히 포연을 뚫고 나타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최저임금 인상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는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8일 "사용자 단체의 최저임금 재심의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통계수치만 봐도 다른 그림이 나온다. 예컨대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상폭이 '대체로 적정하다'는 응답이 39.8%였고, '적게 인상했다'가 14.8%(다소 적게 인상 9.7%, 너무 적게 인상 5.1%)였다. 다시 말해, 국민 과반(54.6%)이 '적절하거나 적게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잘모르겠다는 답변은 3.6%였다.

반면, '너무 많이 인상했다(28.3%)'나 '다소 많이 인상했다(13.5%)'고 답한 비율의 합은 41.8%였다(이 조사는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7월 18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3934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 3.6%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보수언론과 야당은 그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독점적으로 대변해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앞의 여론조사는 자영업자들의 견해 별도로 집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54.8%가 '너무 많이(42.2%) 혹은 다소 많이(12.6%) 올랐다'고 답했고, 32.7%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너무 적게(1.1%) 혹은 다소 적게(9.7%) 올랐다'고 답한 비율도 10.8%나 됐다.

자영업자 가운데 43.5%가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절하거나 심지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난리'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보수언론은 최저임금을 '생계'나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 tbs/Realmeter


최저임금의 과잉정치화

위에 제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견해에서 직업이나 성별 차이는 크지 않다. 반면, 정치 성향간의 차이는 확연히 두드러진다.

예컨대 정의당 지지자들은 '적당하다'가 61.9%, '다소 적게, 너무 적게 올랐다'가 29.9%였다. 무려 91.8%가 적절하거나 더 올려야 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너무 많이, 다소 많이 올랐다'고 답한 비율은 8.2%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하다'가 56.8%, '다소 적게, 너무 적게 올랐다'가 19.6%였으며, '너무 많이, 다소 많이 올랐다'가 21.9%에 머물렀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어떨까? 민주당 지지자들과 반대였다. '너무 많이, 다소 많이 올랐다'가 72.1%였고, '적당하다(11.5%)'와 '다소 적게, 너무 적게 올랐다(7.0%)'의 응답비율은 매우 낮았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거의 또는 전적으로 부정적인 사건으로 다루는 보수언론의 태도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그것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자유한국당이나 보수언론의 태도가 사회 전체의 여론과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정치적 '진보'나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라고 답한 사람들까지도 39.6%가 '적당'하거나 심지어 적게 올랐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자들은 18.5%만이 같은 답변을 했다. 한국 보수언론과 보수언론이 이데올로기 지형에서 극단적 우익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말 자영업자의 생계가 걱정된다면 시급 820원이 올랐다고 난리칠 게 아니라, 가맹점 본사의 수탈 구조를 지적하고 영세업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할 사회안전망 마련을 요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보수언론이 이런 일을 할 리는 만무하다. 이들의 존재 목적은 기득권 수호, 즉 가맹점 본사의 이익을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0년간 가맹점 본사 매출은 회사에 따라 2~4배가 뛰어 '빅 3(지에스25, 씨유, 세븐일레븐)' 연매출만도 17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개별 매장의 매출과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맹점 착취가 수익 모델?

▲ 편의점 음료수 진열대. ⓒ unsplash


편의점 수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08년 1만여 개였던 가맹점 수는 2018년 현재 4만 개를 넘어섰다. 세 주요 업체가 경쟁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 유통 마진과 수수료만 챙겨온 것이다.

편의점이 4배 늘어난다고 인구가 4배로 늘지도 않고, 세 끼 먹던 사람이 12끼 먹게 되지도 않는다. 결국 무분별한 확충은 가맹점의 희생을 수익 모델 삼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과거 정부는 이런 약탈적 행위를 제어하지 않았다.

특히 2014년, 250m 이내 동일 브랜드의 신규출점을 금했던 '모범거래 기준'까지 폐지되면서 한 지붕 밑에 같은 가맹점 두 개가 들어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언론이 최저임금 몇백 원에 거품을 물 때, 가맹점 본사 임원들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겼다.

예컨대 2016년 GS리테일(지에스25) 임원의 평균 보수는 30억500만 원이었다. 거액의 연봉뿐 아니라, 천문학적 배당금도 쉽게 임원들의 몫이 된다. 예컨대 '씨유(CU)'를 운영하는 홍석조 BGF리테일의 회장은 2015년 막대한 연봉과 더불어 1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30억 원은 5000만 원 연봉의 직원이 60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고, 100억 원은 200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만일 임원들의 연봉을 절반인 15억 원'만' 받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분명한 건 이들이 절대 굶지 않는다는 점이고, 이 재원을 활용해 더 행복한 일자리를 꽤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오른 820원으로 '말세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30억 원을 받는 임원 단 한 명의 연봉만 반으로 낮춰도 50개 가맹점에 1년에 3000만 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할 수 있고, 62개의 가맹점에 매달 200만 원씩 1년간 건물 임대료를 대신 내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880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1년간 지급할 수 있다.

이런데도, 보수언론과 야당 눈에 보이는 것은 최저임금뿐이다.

김영란법,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이 문제? 

▲ 지난 16일 <매일경제> 보도. ⓒ 매일경제PDF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의결된 다음 날(7월 16일), <매일경제>는 이 결정이 "자영업 죽이는 '3종세트' 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음식점, 노래방 등 영세 영세사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한국 자영업의 수익모델이 '부정청탁' '저임금' '근무중 음주가무'였다는 말일까?

<조선일보>는 며칠 뒤 "최저임금 지키는 업주만 바보?"라며 은근히 불복종을 부추기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제 소득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 586곳 중 사법처리로 이어진 경우가 13건(2.2%)뿐이라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도, 시장이 무시한다"는 기막힌 결론을 도출한다.

자본주의 국가에 공정거래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왜 필요한가?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시장이 지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사용자야 될 수 있는대로 임금을 적게 주고 싶어하고, 가능하다면 아예 안 주고 싶을 것이다(인건비를 '0'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것이 기업에게 유리한지 다음 기사에서 살펴볼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질 소득이 오르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임금이 오를 때 근무시간을 줄이는 업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 고약한 상황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같은 양의 일을 시키는 경우다.

심지어 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용자들까지 있다. 최저임금이 얼마이든, 업주가 주고싶은 만큼 주는 경우다. 물론, 실제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업주가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해야 겨우 생존이 가능하다면, 사업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수천 명도 아니고 한두 명 고용하면서 시급 천 원 남짓 올린 탓에 망한다면, 그 사업은 애초부터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사용자의 생존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모순은 둘째 치더라도, '인건비 후려치기'가 유일한 수익모델인 사업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사용자 생존을 위해 노동자 생존은 무시하라고?

▲ 7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몇 년 전 한국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제 사용자가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법을 어길 경우,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 참고로, 이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4년이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임금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도 극소수 사용자만을 처벌했으나, 더 이상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징벌적 손해배상뿐 아니라, 명단공개와 신용제재까지 병행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업주를 호도한 <조선일보>가 어떻게 책임질 지 궁금하다.

<중앙일보>는 지난 25일 "인천 피자집 사장님은 경쟁 피자도 배달한다… 사장·알바 '슬픈 투잡'"이라는 특집 기사를 냈다. 한 젊은 피자집 사장이 배달료를 벌기 위해 경쟁업체의 피자까지 배달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부부가 한 달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은 300만 원. 이 수입으로 자녀 둘을 키우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보라. 아르바이트생 없이 일해도 업주가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형편이니,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월소득 300만 원 자영업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자영업자를 생각한다면, 대기업 주머니에 쏠려 있는 소득이 영세업자들에게도 배분되도록 대책을 강구했어야 옳다.

'최저임금'이란 무엇일까? 법적 정의는 '정부가 강제하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그렇다면 어떤 금액을 최저임금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보수언론의 보도를 보면, 모든 사용자들이 부담없이 줄 수 있는 액수가 돼야 할 듯하다.

그렇다면 재정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태에 놓인 사업체를 기준으로 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적자 운영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니, 최저임금은 '0'이 아니라 아예 '마이너스'가 돼야 할 모양이다. 즉 돈을 내면서 일하는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보수는 '줄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받아야 할 만큼'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액수는 '풀타임' 즉 매일 8시간 노동을 5일간 해서 자신과 가족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액수여야 할까? 논란이 된 2019년 최저임금은 이 기준에 부합할까?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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