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습제 검토"?... 홍종학의 '문재인 부정'
[주장] 정부, '고용분담금' 도입을 검토하라
▲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관련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 연합뉴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 장관이 지난 16일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습기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시민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외국인 고용시 근무 연차별과 생산성별로 임금을 차등화할 수 있는 수습기간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고, 신정기 중기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대표들이 느끼는 위기가 심각하다, 외국인 쿼터제를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중기중앙회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는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 2년 차 90%, 3년 차부터 100%를 적용한자는 안이다(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본부장의 말, 7월 23일 <한국일보> 보도). 중기중앙회가 건의한 이 안은 사실상 헌법재판소에서 관여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선고를 내렸던 산업연수제보다 더 적은 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숱한 인권침해와 송출 비리 등으로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도입과 함게 사실상 폐지됐다. 그러나 산업연수제는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된 뒤에도 1년 연수 뒤 2년 취업 형태의 연수 취업이라는 명목으로 상당 기간 유지되며 퇴직금 지급 등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을 무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7년 8월 30일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이 내국인 근로자와 차별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함으로써 현대판 노예제도라 비판받던 산언기술연수생 제도에 종언을 고했다.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기까지 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해 침묵과 방조를 넘어 중기중앙회 등의 이익집단을 적극 옹호했었다.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 2+1 방식으로 2년간 퇴직금, 연월차수당 등 노동권을 제한하다가 연수 기간을 1년을 줄인 것 외에는 달리진 것 없도록 연수취업을 방조했던 노동부는 심지어 중기중앙회와 같은 이익집단들을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이 당시 노동부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어떠한 문책과 시정이 없었던 점이 오늘날과 같은 장관 망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중기중앙회는 외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더 쓰게 해달라고 매년 쿼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쓰지 말아야 할 텐데, 더 요구하는 역설은 결국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종들이 숙련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만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악용 방지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는데도
이런 상황인데도 홍종학 장관은 '외국인 수습 기간 적용' 검토를 해보겠다고 한다. 이는 국제 규범은 둘째치더라도 근로기준법도 모르고, 국가인권위가 얼마나 자주 산업연수제 폐지를 권고해 왔고, 참여정부 대통령 공약으로 산업연수제가 폐지됐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실상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비자 E-9은 '비전문 취업', 다시 말해 '단순노무 비자'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 혹은 농어업축산 등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입국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5조 ②항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와 같은 단순노무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최저임금 수습 기간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②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 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제외한다.
위 조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9월 19일에 개정됐다. 이 법안이 개정되기 전에는 모든 '수습' 노동자에 대해서 수습 기간에 대해 최저임금액의 90%를 지급해도 됐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3개월의 기간제 노동자를 수습으로 채용하며 임금을 적게 주는 관행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단순노무 업무에 대해서는 수습기간이라도 최저임금을 100% 주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2년씩이나 수습 기간을 두자는 기업측 입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홍종학 장관은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의 상징인 중기중앙회는 외국인산업연수제를 통해 배를 불려왔던 이익집단이다. 그들은 산업연수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단죄를 받았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오로지 이익 추구에만 골몰할 뿐이다.
가령, 삼성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햇수를 달리해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면 누가 납득할까? 아무리 삼성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해도 이를 받아들일 중소기업은 없을 것이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착취라고 반박하고, 상생을 주장할 것이다. 그런 중기중앙회가 외국인 수습제를 들고 나온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익집단임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외국인 수습제를 요구하면서 쿼터 확대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주노동자가 기업에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주노동자가 아니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업들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결국 고용기업과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대기업들이다.
정부, '고용분담금' 도입을 검토하라
정부는 차제에 그들 기업에 이주노동자 고용으로 인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고용분담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내국인 고용시장 잠식 논란이 있는 업종 등에서 내국인 고용을 우선 하려는 노력을 좀 더 할 것이고, 국제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하고 과거로 회귀하면서까지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익집단의 주장이 얼마나 사악한지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홍종학 장관은 당장 외국인 수습제 관련 발언을 철회하고 정책 검토를 중단해야 한다. 중기중앙회는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내국인 노동자들이 먼저 찾는 기업 환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업체들에 대해 고용분담금을 부가하되, 농어업 등에 대해서는 농민기본소득 보전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인 사업장 이동 제한 등의 조항 폐지는 물론이고, 폐지 여론이 높은 고용허가제 전반에 대한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위헌 판결로 역사적 단죄가 내려진 산업연수생 폐지 이후 연수 취업제 등을 옹호했던 과오를 씻는 길이며,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 취해야 할 인권친화적 노동정책을 위한 행정조치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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