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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비무장화, GP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등에 남북 견해 일치

[남북 장성급회담] 공동보도문 채택에는 실패했지만 후속 논의서 구체화하기로

등록|2018.08.01 07:24 수정|2018.08.01 07:30

악수하는 남북장성급회담 대표김도균 남측 수석대표와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31일 판문점에서 머리를 맞댄 남북은 DMZ(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 상호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내 6·25전사자 유해공동발굴 등의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비록 공동보도문 채택에는 실패했지만, 큰 틀에서 남북한 군 당국의 견해가 일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남북은 '서해 해상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에 대해서도 협의했지만 북방한계선(NLL) 용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31일 장성급 회담을 마친 뒤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오늘 논의한 내용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틀에서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며 "이번 회담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사항 추진에 있어서 상호 입장을 일치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대표는 "구체적 이행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통문 및 실무접촉 등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합의 형식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해 해상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 부분에 관해서 김 수석대표는 "함포·해안포의 포구 덮개 또는 포문들을 폐쇄하는 이런 적대 행위를 중지하자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며 "평화수역과 관련된 문제는 조금 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P철수,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첫 단계

DMZ 내 GP 철수는 DMZ 내 중화기 반입을 금지한 정전협정을 실질적으로 준수하는 것으로, 판문점선언 2조에 명시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 최전방에서 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DMZ 내 GP는 우리 군이 80여 개(병력 미상주 20여 개 포함), 북한군은 160여 개를 운용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GP 시범철수와 관련 "남북 상호 GP 시범철수 문제는 GP 철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MDL(군사분계선) 이내에 있는 GP 중 어떤 것을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어떤 형태로 철수할 것이며, 그 구조물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그런 부분에 전체적으로 공감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GP 철수를 해보고 더 영역을 넓히면서 궁극적으로 모두 GP를 철수하는 방향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 북측은 JSA 내 비무장을 제안했고, 남측은 DMZ 내 상호 GP 철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JSA 비무장화는 북측이 먼저 제의한 것"이라며 "상호 GP 철수는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남측이 제의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상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포함한 비무장지대에서는 소총이나 권총 등 개인화기를 제외한 중화기를 반입하지 않게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남북 모두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JSA 비무장화는 쌍방이 경비 병력 규모를 축소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유엔군사령부 관할지역인 JSA의 비무장화와 자유 왕래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JSA 비무장화는 그 지역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 말 그대로 무장해제만이 아니라 거기에 근무하는 경비인원 축소 문제, 자유왕래 문제, 초소 철수 문제, 합동근무 문제 등이 있다. 유엔사와 상호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이 남북이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에 견해 일치를 보면서 향후 남·북·미 공동 유해 발굴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DMZ에는 남북 양측이 모두 지뢰를 매설했기 때문에, 유해 발굴에 앞서 지뢰 제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유해발굴 장소가 지정되면 그곳에 묻힌 '지뢰매설 지도'를 상호 교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회담 분위기 시종 화기애애

공동보도문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회담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졌다.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수 살펴보는 북측 장성급회담 대표단제9차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과 대표단 일행이 31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지난 남북정상 회담 때 기념 식수하며 세운 표석을 살펴보며 잡초를 뽑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수석대표 안익산 중장(우리 군의 소장 계급)은 회담장으로 향하기 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심은 소나무를 둘러봤다.

회담 마지막 종결회의에서 북측 안익산 수석대표는 "우리 북남 군부가 북남 수뇌분께서 심으신 소중한 평화, 번영이라는 그 씨앗을 정말 잘 가꾸어서 나가려는 그러한 노력이 오늘 회담을 통해서 많이 보여졌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남측의 생각을 알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바도 남측에 충분히 전달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담이 무척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북남 겨레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회담"이라며 "오늘 논의한 문제들은 그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북남관계사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그런 문제들"이라고 강조했다.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도 "각 사안마다 정말 중요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의제들이기 때문에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늘 하루였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좀 더 연구하고 합리적인 이행 방안을 만들어 나간다면 아마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남북 군사당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은 오는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서울안보대화'에 북측 대표단의 참가를 위한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에 북측은 "상부에 보고하여 대표단 참석 여부를 전달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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