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승청부사' 모리뉴, 장수 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유

맡는 팀마다 3년차에 불화 겪어... 명예회복에 대한 초조함이 이유라는 분석도

등록|2018.08.01 14:39 수정|2018.08.01 14:52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하고, 이적 시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또한 사령탑과 선수단의 불화설 등이 겹쳐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특히 감독인 조제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세계 최고의 우승청부사 중 한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한 팀에서 오랫동안 장기집권하는 유형의 감독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사령탑을 거치면서 '부임 3년차에 위기를 맞이한다'는 독특한 징크스가 생겼다. 단기간에 최상의 전력을 꾸려서 주로 2년차에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3년 차부터 성적이 하락세를 타며 구단-선수-언론과의 연이은 갈등으로 결국 물러나게 된다는 패턴이다.

2년차에 최고 성적, 3년차에 불화... 반복되는 패턴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13시즌과 첼시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16시즌을 보면 닮은 부분이 매우 많다. 소속팀을 전년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이듬해 전력 보강에 실패하며 성적이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무관에 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모리뉴 감독의 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약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하나같이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지도자 생활 초창기 모리뉴 감독은 빈약한 선수 시절 경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심리전을 바탕으로 스타 선수들을 다루는 기술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레알 시절에는 이케르 카시야스-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첼시 시절에는 에당 아자르-존 테리 등 팀의 핵심이나 베테랑 선수들과 끊임없이 불화설에 휘말렸다. 선수단이 모리뉴 감독에 대한 반발로 '태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종종 제기되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은 언론이나 구단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레알에서는 축구철학의 차이로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구단 수뇌부나 스페인 지역언론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첼시 시절에는 선수 영입정책 문제를 놓고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갈등을 빚거나 심지어 구단 의료진과도 충돌하기도 했다. 피아 구분이 확실하고 호불호가 뚜렷한 모리뉴 감독의 성향 때문에 자기 편이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서 불필요한 적대관계가 늘어난다는 평가다.

맨유에서 3년차를 맞이하는 2018-19시즌을 앞두고 비슷한 데자뷔가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구단에는 "필요한 선수영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두고 직접적으로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격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는 앙토니 마샬-폴 포그바 등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모리뉴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인 지 오래됐다. 모리뉴 감독은 최근 "현재 맨유 선수단 중에서 다음 시즌 내가 원하는 스쿼드에 포함될 선수는 30%도 되지 않는다"라는 폭탄 발언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팀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의 이런 행보가 명예회복에 대한 초조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모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에서 용두사미에 가까운 행보로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많이 깎인 상태다. 재기를 꿈꿨던 맨유에서도 첫해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을 세우기는 했으나 리그에서는 부진했고, 지난 시즌에는 아예 무관에 그치며 '모리뉴 2년차=최고의 시즌'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올시즌도 맨유는 우승경쟁에서 라이벌팀들보다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맨시티를 비롯하여 리버풀도 폭풍영입으로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반면 맨유는 공교롭게도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자국의 국가대표로 맹활약하며 피로가 쌓인 상태인 데다 이적생과 방출생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프리시즌부터 전력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강등권 팀도 아닌데 시즌 전부터 불안한 입지

모리뉴 감독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가는 리빌딩 유형의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다. 포르투, 인터밀란, 첼시, 레알에 이르기까지 그가 맡은 팀들은 대부분 1~2년 이내에 최상의 전력을 꾸려서 당장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유망주 육성이나 세대교체를 등한시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최근에는 펩 과르디올라(맨시티)나 위르겐 클롭(리버풀) 같은 전술가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비하여 '재미는 없어도 결과를 낸다'는 모리뉴식 실리축구에 대한 신뢰도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한 이후로 데이비드 모예스-루이 판 할 감독을 거치며 팀이 아직 리빌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모리뉴 감독도 내부적인 선수육성보다는 단기간에 파격적인 투자를 통하여 완성된 선수를 끌어모으는 정책을 선호한다.

하지만 포그바-로멜로 루카쿠-네마냐 마티치 등 모리뉴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도 맨유는 여전히 우승권과 거리가 있다. 모리뉴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장악하지도 못하면서 구단에서는 여전히 선수가 부족하다는 불평만 늘었다. 구단이나 팬들 입장에서 모리뉴 감독의 행보가 달갑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영국 현지에서는 모리뉴 감독이 다음 시즌 도중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력이 불안정한 강등권 팀도 아닌 맨유의 사령탑이 이런 평가를 받는다는 자체가 모리뉴 감독의 불안한 입지를 그대로 증명한다. 모리뉴 3년차의 저주는 과연 맨유에서도 유효한 것일까.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