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10만원 받은 원희룡 "김영란법에 걸리나요?"
비트코인닷컴 CEO 로저 버와 환담중 즉석에서 받아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로저버 비트코인닷컴 CEO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김동환
"가만있어봐. 이거 김영란법에 안 걸리죠? 비트코인을 하면서 김영란법을 걱정해야 하다니(웃음)"
한국 공직자가 외국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캐시를 개인 지갑으로 10만원어치 받으면 김영란법에 저촉될까? 법대 시험문제에 나올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원 도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를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이날 축사에서도 "블록체인은 대한민국이 인터넷 플랫폼 영역을 선도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라며 "제주도 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활성화하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기업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환담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였다. 원 도지사가 한국 정치권에서 암호화폐에 가장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 로저 버는 이날 환담에서 원 도지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며 한국어로 "비트코인 캐시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원희룡 지사와 로저버 비트코인닷컴 CEO 환담 영상)
문제의 장면은 그 다음에 생겼다. 로저 버가 원 도지사 주변 인물들에게 1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 캐시를 에어드랍(air-drop)려고 한 것. 에어드랍이란 암호화폐 제작자들이 자신이 만든 화폐 사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암호화폐를 그냥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비트코인캐시는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4위인 유력 암호화폐 중 하나다. 원 도지사와 보좌관들은 현장에서 이 에어드랍을 받는 것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아닌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던 로저 버는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자 "문제가 된다면 지금 바로 기부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원 도지사는 "당신을 10만원 보다 비싼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며 "이 비트코인 캐시는 식사값을 먼저 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매듭지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상품권 등 현금과 유사한 성격의 유가증권을 선물로 받을 수 없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는 아직 법적인 성격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재산으로서 인정한 바 있다. 원 도지사는 김영란법을 위반했을까 아닐까. 아래는 해당 상황의 대화 전문이다.
(로저 버가 비트코인 캐시를 주려고 하자)
보좌관 : 그건 김영란법이라는 법적 문제가 있다.
로저 버 : 무슨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
보좌관 : 김영란 법이라고...
원희룡 : (공직자에게 돈을 주는 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어서) 우선순위를 가진 법이 있다. 내가 공무원신분이기 때문에 이게 부적절할 수 있다.(의역)
로저 버 : 이게 문제가 되면 원희룡 지사가 다른데에 기부하세요. 그럼 문제가 안되지 않을까?
원희룡 : 농담이다.(하하하)
(주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보내는 중)
로저 버 : '받기' 눌러 '받기'.
로저 버 : 일본 데이터망을 로밍해서 쓰다보니 한국 인터넷보다 속도가 느리다.
원희룡 : (갑자기 생각난듯) 그런데 지금 나한테 10만원 보낸거지? 그러니까 김영란법에 문제가 된다니까(웃음). (로저 버에게) 너무 큰돈이다.
로저 버 : 그럼 지금 바로 기부해리는 건 어떤가.
원희룡 : 그럼 내가 당신을 10만원 보다 비싼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 (웃음) 이거 식사값 먼저 받은거에요. 여러분들이 증인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동환 기자는 아시아경제TV 디지털뉴스 팀장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