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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양승태 대법원 사이 재판거래 단서 나왔다

임종헌,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들고 주철기 전 외교부 수석 만나

등록|2018.08.04 10:25 수정|2018.08.04 10:43

▲ 지난 7월 2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 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민사 소송을 들고 외교부와 직접 접촉한 물증이 발견됐다. 이로써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가 재판거래를 두고 만난 첫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2일 외교부 국제법률국·동북아국·기획조정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3년 10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을 당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면담한 내용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 따르면 임 전 차장과 주 전 수석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간부와 외교부 관계자의 이례적인 만남 이후 해당 소송은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가 미뤄졌다.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모두 원고가 일부 승소한 파기환송심을 거쳐 일본 기업의 상고로 각각 2013년 8월, 9월에 대법원으로 올라왔으나 5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관련 기사: 끝나지 않는 '재판거래', 일제 강제징용 판결 왜 5년 묵혔나)

앞서 검찰이 임 전 차장의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문건에 따르면 2013년, 외교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고, 행정처 사법정책실은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판단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해외 공관 파견과 법원장 등 고위 법관이 외국을 방문했을 때 의전을 고려하는 대가로 박근혜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해당 소송을 장기간 계류시켰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또,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무렵,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해외 파견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확보했다. 행정처가 정리한 인사위 명단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정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확보한 외교부 문건 다수를 분석 중이며 이후 임 전 차장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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