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 없는 우리 팀 밥상, 라텍스 때문인가
조카들과 떠나는 고구려,백두산 역사탐방에세이 4편
집안이란 작은 마을로 이동했다. 장수왕릉과 광개토대왕릉비를 보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너무 더웠다. 길바닥에 들러붙어 녹는 줄 알았다. 오녀산성에서 송현이와 이모가, 이곳에선 가장 체구가 작은 정운이와 송주가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
참 멋진 삼족오 문양이다. 너무 더워 사진 촬영이고 뭐고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없고 얼른 에어컨 빵빵한 버스로 내달리고만 싶다. 12년 전과 비할 바 없이 지척에 있는 두 곳 모두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예전엔 광개토대왕릉비 앞에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매표하는 것과 동시에 입구에서 출발하는 식이다.
쇼핑하러 간다는 말은 일정 첫날부터 알려주었기에 나름 준비는 하고 있었다. 원래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아 차를 자주 마시곤 하는데 이번 참에 차를 좀 사고 싶었다.
양쪽 체질에 다 좋다 하여 보이차로 식수를 한 지는 한참 되었고 연잎차, 캐모마일을 주로 마시는데 입맛에 맞는 게 있으면 사야겠다. 간에 좋은 차를 권해달라하니 보이차를 권해준다. 2만 원 정도 보이차로 식수를 하곤 했는데 이참에 좀 더 비싼 것으로 먹어볼까 싶어 6만 원짜리 2덩이(하나는 용하네 것)를 샀다. 또 해바라기씨 1만 원짜리 2덩이, 블루베리 말린 것, 재스민 차, 옥수수 튀긴 것 등 20만 원 정도를 샀다.
다음 대나무 전시관에 가서 행주, 죽엽 차, 수건, 대나무 이불 등 20만 원 정도 샀다. 그다지 충동구매는 아니었고 친척들과 함께 나눌 것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라텍스 전시관에서 있었다. 예상치도 않았는데 전시관 팀장급 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 전시관에서 중국 지도를 펴놓고 역사, 문화, 경제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훑어 설명해주신다.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시는지 감동했다. 라텍스를 구입할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그의 명강의가 고맙고도 미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말미에 언급했는데, 현재 고무 원액을 생산하는 곳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3개 나라이며 근래 들어 중국이 60% 원액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고무 생산국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소비되는 고무나무를 가늠하여 연차적으로 심고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 팀에서 그 누구도 비싼 매트리스는 물론 담요, 하물며 베개조차 흔쾌히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이미 나처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거나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북한에서 갓 넘어온 듯한 억양을 쓰는 대리급의 직원이 집요하게 가장 연장자 팀을 물고 늘어진다.
점잖은 아저씨는 아내가 결정하라고 하고 아내는 머뭇거린다. 그분의 언니에게 "언니가 사야 동생도 살 것 아니에요? 빨리 언니가 하나 사세요" 하니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다른데 살 수 있는 사람이 사면 되지요"라고 차분하게 대응한다. 이건 뭐 점잖고 순해 보이는 사람 순서로 붙잡고 늘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며칠 간 지켜본 바 우리 팀은 윽박지르고 어른다고 해서 뭘 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아니, 매일 한민족 한민족 하면서 물건은 다른 나라에서 다 사고 정작 한민족 물건은 사주지 않습니까?"
흑룡강 출신의 착하고 반듯한 가이드가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전시용 라텍스 침대 끝에 가족별로 걸터앉아 눈을 내리깔고 침묵하고 있다. 언니도 아이들에게 자세를 가다듬도록 한 후 반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 불편하다. 우린 누구고 여긴 어디지? 고객맞이 보이차를 두 잔 마시고 아이들이 만지던 라텍스 베개를 받아 정리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건 안 되겠다 싶다.
"가이드님, 한 명도 안 사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가나요?"
부드럽게,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저쪽 업체 직원을 빼고 대리님을 포함한 우리 팀은 들을 수 있었다. 착한 우리 가이드님은 큰 결단을 내리겠다는 듯 '간다'는 말을 남기고 우리를 끌고 나왔다. 곧이어 들른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과 비교하니 반찬 중 탕수육이 빠졌다. 라텍스 매장에서 벌충하지 못한 고로 반찬의 급을 낮춰야 했나 보다 생각하며 냠냠 배불리 먹었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벌받을 필요는 없다. 1인당 가이드, 기사팁을 50달러씩 다 내고, 선택관광 150달러씩 낸 후 두 곳 상점에서도 다들 부지런히 주워 담았는데 왜 우리가 불편한 공기를 느끼며 한민족을 나 몰라라 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려야 하는가 말이다.
'보이차나 석 잔 더 마시며 기다렸다가 누군가 희생양으로 라텍스 하나 구입하게 둘 걸 그랬나? 그럼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 장수왕릉에 들어가기 전에 찰칵! ⓒ 이성애
▲ 장수왕릉에서 벗어나 왕비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 와서 그늘에 들어오니 그나마 정신이 든다. 찰칵 ⓒ 이성애
참 멋진 삼족오 문양이다. 너무 더워 사진 촬영이고 뭐고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없고 얼른 에어컨 빵빵한 버스로 내달리고만 싶다. 12년 전과 비할 바 없이 지척에 있는 두 곳 모두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예전엔 광개토대왕릉비 앞에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매표하는 것과 동시에 입구에서 출발하는 식이다.
▲ 음모론을 제기하자면 12년 전보다 비석의 글자가 마모된 느낌이랄까? ⓒ 이성애
쇼핑하러 간다는 말은 일정 첫날부터 알려주었기에 나름 준비는 하고 있었다. 원래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아 차를 자주 마시곤 하는데 이번 참에 차를 좀 사고 싶었다.
양쪽 체질에 다 좋다 하여 보이차로 식수를 한 지는 한참 되었고 연잎차, 캐모마일을 주로 마시는데 입맛에 맞는 게 있으면 사야겠다. 간에 좋은 차를 권해달라하니 보이차를 권해준다. 2만 원 정도 보이차로 식수를 하곤 했는데 이참에 좀 더 비싼 것으로 먹어볼까 싶어 6만 원짜리 2덩이(하나는 용하네 것)를 샀다. 또 해바라기씨 1만 원짜리 2덩이, 블루베리 말린 것, 재스민 차, 옥수수 튀긴 것 등 20만 원 정도를 샀다.
다음 대나무 전시관에 가서 행주, 죽엽 차, 수건, 대나무 이불 등 20만 원 정도 샀다. 그다지 충동구매는 아니었고 친척들과 함께 나눌 것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라텍스 전시관에서 있었다. 예상치도 않았는데 전시관 팀장급 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 전시관에서 중국 지도를 펴놓고 역사, 문화, 경제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훑어 설명해주신다.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시는지 감동했다. 라텍스를 구입할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그의 명강의가 고맙고도 미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말미에 언급했는데, 현재 고무 원액을 생산하는 곳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3개 나라이며 근래 들어 중국이 60% 원액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고무 생산국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소비되는 고무나무를 가늠하여 연차적으로 심고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 팀에서 그 누구도 비싼 매트리스는 물론 담요, 하물며 베개조차 흔쾌히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이미 나처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거나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북한에서 갓 넘어온 듯한 억양을 쓰는 대리급의 직원이 집요하게 가장 연장자 팀을 물고 늘어진다.
점잖은 아저씨는 아내가 결정하라고 하고 아내는 머뭇거린다. 그분의 언니에게 "언니가 사야 동생도 살 것 아니에요? 빨리 언니가 하나 사세요" 하니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다른데 살 수 있는 사람이 사면 되지요"라고 차분하게 대응한다. 이건 뭐 점잖고 순해 보이는 사람 순서로 붙잡고 늘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며칠 간 지켜본 바 우리 팀은 윽박지르고 어른다고 해서 뭘 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아니, 매일 한민족 한민족 하면서 물건은 다른 나라에서 다 사고 정작 한민족 물건은 사주지 않습니까?"
흑룡강 출신의 착하고 반듯한 가이드가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전시용 라텍스 침대 끝에 가족별로 걸터앉아 눈을 내리깔고 침묵하고 있다. 언니도 아이들에게 자세를 가다듬도록 한 후 반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 불편하다. 우린 누구고 여긴 어디지? 고객맞이 보이차를 두 잔 마시고 아이들이 만지던 라텍스 베개를 받아 정리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건 안 되겠다 싶다.
"가이드님, 한 명도 안 사면 오늘 여기서 못 나가나요?"
부드럽게,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저쪽 업체 직원을 빼고 대리님을 포함한 우리 팀은 들을 수 있었다. 착한 우리 가이드님은 큰 결단을 내리겠다는 듯 '간다'는 말을 남기고 우리를 끌고 나왔다. 곧이어 들른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과 비교하니 반찬 중 탕수육이 빠졌다. 라텍스 매장에서 벌충하지 못한 고로 반찬의 급을 낮춰야 했나 보다 생각하며 냠냠 배불리 먹었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벌받을 필요는 없다. 1인당 가이드, 기사팁을 50달러씩 다 내고, 선택관광 150달러씩 낸 후 두 곳 상점에서도 다들 부지런히 주워 담았는데 왜 우리가 불편한 공기를 느끼며 한민족을 나 몰라라 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려야 하는가 말이다.
'보이차나 석 잔 더 마시며 기다렸다가 누군가 희생양으로 라텍스 하나 구입하게 둘 걸 그랬나? 그럼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덧붙이는 글
이모, 고모, 조카, 딸, 아들로 불리는 7명의 가족이 고구려유적지와 백두산 탐방길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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